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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우주 시대 패권, 우주의학에 달렸다

  • 2025.02.12(수) 10:37

김규성 인하대 의과학연구소장 인터뷰
우주경쟁 위해 기초과학 지원 강조
"선진국이 못 가진 기술 발전시켜야"

김규성 인하대학교 우주항공의과학연구소장(의과대학 교수)가 10일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에서 비즈워치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김윤화 기자 kyh94@

사람이 땅바닥에서 발을 떼면 겪는 문제 가운데 하나가 '멀미' 증상이다. 살짝 흔들리는 배 위에 서 있다고 가정 해보자. 우리의 눈은 한 곳에 멈춰 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몸의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전정기관은 배를 따라 움직인다고 인식한다. 공간에 대한 서로 다른 정보가 뇌 속에서 충돌한다. 이로 인해 어지러움과 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중력을 느낄 수 없는 우주에 가면 어떨까. 미세중력(무중력) 환경에서 우리 몸의 전정기관은 중력 방향(위아래)에 대한 기준을 상실한다. 이 정보가 시각 정보와 혼동을 일으켜 배나 비행기를 타는 것보다 적응하기 힘든 멀미가 찾아온다. 이를 우주멀미라고 부른다.

김규성 인하대학교 우주항공의과학연구소장(의과대학 교수)은 우주멀미를 비롯해 우주인이 겪는 의학적 문제를 연구하는 '우주의학' 분야 전문가다. 그가 이끄는 인하대 우주항공의과학연구소는 2018년 개소한 국내 유일의 민간 우주항공의학 연구시설이다.

정부는 지난해 우주항공청을 세우는 등 2045년까지 세계 5대 우주강국으로 도약한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를 이루기 위해선 발사체나 인공위성 기술만으로 부족하다. 냉전시기부터 우주개발 패권은 그 공간에 사람을 보낼 수 있는지 여부로 판가름 났기 때문.

지난 10일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에서 김 교수를 만나 글로벌 우주 경쟁 시대에 우주의학의 역할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물었다. 

김 교수는 "선진국의 연구자들은 우주를 현실공간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한국은 미지의 세계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자신의 힘으로 자국민을 우주에 보낸 사람들은 우주를 언제든 닿을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한다. 우리나라가 우주의학과 같은 기초우주과학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화성으로 가는 인류

정수기, 전자레인지, 선글라스…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이들 제품은 모두 우주 저궤도에 머무는 사람들의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생겨났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지구와 다른 환경에서 인간이 생활하려면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주환경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우주의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김 교수는 "우주의학은 단순히 우주인의 건강을 관리하기 위한 학문이 아니다"라며 "사람을 우주에 보내기 위해 파생되는 여러 기술과 우주에서 얻은 연구성과는 모두 지상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우주에 로봇이 아닌 사람을 보내는 것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인류는 국제우주정거장이 있는 저궤도 바깥의 심우주(딥스페이스)로 나아가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추진하는 '아르테미스 계획'이 그 첫 걸음이다. 달을 거점 삼아 화성에 진출하는 유인 탐사 프로젝트로 우리나라도 참여하고 있다.

김 교수는 "우주 저궤도는 이제 하늘과 같은 공간이 됐으며 이제는 심우주가 탐사의 공간이 됐다"며 "저궤도와 비교해 심우주 환경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한 편"이라고 말했다. 

심우주탐사를 비롯한 우주개발을 위해 우주의학의 중요성이 크지만 그가 연구현장에서 체감한 정부나 민간의 관심은 무척 낮았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우리나라가 우주 발사체, 인공위성과 같은 하드웨어적인 부문에 자원을 집중한 탓이 가장 크다.

그는 상업적인 논리로 우주과학 연구의 우선순위를 계속해서 나누게 되면 우리나라가 우주개발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아르테미스 계획은 아직 선진국이 풀지 못한 문제를 우리가 해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참여하는 의미가 있다"며 "이를테면 우주인의 생명 유지 장치의 핵심기술을 우리가 가지고 있다면 달과 화성에 대한 지분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가적으로 선진국 추격형 연구를 하는 게 맞는지, 아니면 세련된 연구를 하는 게 옳은지 명확한 연구 방향성을 세워야 한다"며 "이미 선진국이 가진 기술을 가지고 그들과 협력할 순 없다. 선진국이 하지 못하는 틈새를 찾아서 우리의 무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우주의학 연구플랫폼 되겠다

김규성 인하대학교 우주항공의과학연구소장(의과대학 교수)가 10일 인천 중구 인하대학교 우주항공의과학연구소에서 연구장비를 설명하고 있다./사진=김윤화 기자 kyh94@

김 교수와 연구진들은 현재 NASA와 우주인이 우주방사선에 장기간 노출됐을 때 인지적인 기능에 어떠한 변화가 생기는지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우주에서는 지구의 대기권과 같은 방어막이 없어 우주인이 우주방사선에 직접적으로 노출된다.

그는 "예를 들어 우주비행사를 화성궤도에 성공적으로 보냈는데 그의 인지기능이 떨어져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미국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어 2020년 NASA에 연구를 제안했을 때 굉장히 빠르게 협력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학계뿐만 아니라 산업계와도 활발히 협력하고 있다.

지난 2021년 김 교수와 연구진은 엔지켐생명과학과 우주방사선 치료제를 함께 개발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부터는 스페이스린텍, 동아앱티스 등과 함께 의약품의 단백질 결정 실험을 하는 보건복지부 주관 국책과제('제2차 한국형 ARPA-H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김 교수는 그가 몸담고 있는 우주항공의과학연구소를 하나의 우주의학 연구센터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지상에서 우주환경을 모사할 수 있는 연구시설을 갖춘 만큼 다양한 아이디어나 기술을 가진 과학자들이 자유로이 연구할 수 있는 일종의 연구개발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는 "지상에서 무중력이나 우주방사선 환경을 재현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추고 있다. 우리 연구소가 자신의 기술을 적용하고 싶은 과학자들에게 공간 등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센터가 됐으면 한다"며 "학생들에게 우주라는 공간이 우리에게 더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활동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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