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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간 이어진 한미약품 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오너가 형제 측(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에 섰던 사외이사가 사임하면서 대주주 4인 연합(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부회장·사모펀드 라데팡스 파트너스) 우위로 이사회가 재편됐다.
한미사이언스는 전날(11일) 사봉관 사외이사가 일신상의 사유로 자진사임한다고 공시했다. 같은 날 한미약품도 남병호 사외이사가 자진사임한다고 밝혔다.
오너가 경영권 분쟁 격전지 이사회
이들 두명의 사외이사는 지난해 경영권 분쟁 당시 형제측 인사로 구분된 인물이다. 사봉관 사외이사는 지난해 3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임기 3년으로 신규 선임된 바 있다. 남병호 사외이사는 지난해 6월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에서 임기 3년의 이사회 멤버로 합류했다.
형제측 사외이사들이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의 이사회에서 나란히 물러나면서 한미약품 그룹의 경영 키는 모녀쪽으로 기울어지게 됐다. 여기에 한미사이언스는 작년 3월 정기주총에서 선임된 권규찬 기타비상무이사도 최근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정원은 정관상 최대 10명으로, 작년 초까지는 송영숙 회장을 포함한 신유철·김용덕·곽태선 사외이사 등 4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그러나 송 회장이 상속세 부담 등의 문제로 OCI와의 통합을 추진했고 형제가 반발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불거졌다.
이후 열린 정기주총에서 형제 2인과 권규찬(DXVX 대표이사) , 배보경(고려대 경영대 교수), 사봉관(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장판사) 등 5인이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당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형제측과 모녀측이 5대 4로 형제측에 힘이 실렸다.
한미약품 이사회는 박재현 대표, 박명희 국내사업본부 전무 등 사내이사와 황선혜·윤도흠·김태윤·윤영각 사외이사 등 6인으로 구성돼 있었지만 작년 6월 열린 임시주총에서 형제 2인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남병호 전 헤링스 대표 등 4인이 신임 이사로 선임됐다. 당시 한미약품도 형제측 추천 이사들이 선임됐지만 기존 이사진이 더 많아 모녀측이 6대 4로 우세한 상황이었다.
장남 변심으로 차남 임종훈 대표 '나홀로' 경영권 다툼
상황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7월 신동국 회장이 모녀 측으로 돌아서면서다. 모녀 측은 신 회장과 의결권공동행사약정 계약을 체결하고 주식 일부를 신 회장과 한양정밀에 매각했다. 모녀는 신 회장에 매각한 주식으로 상속세를 해결하는 동시에 경영권도 지켜낼 수 있게 됐다.
신 회장이 작년 말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에서 이사로 선임되면서 모녀측과 형제측은 5대 5 구도가 됐다. 당시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의 주가 부진으로 형제들에 대한 주주들의 불신은 커지는 반면 신 회장에 대한 지지는 높아지고 있었다.
결국 장남 임종윤 이사(한미사이언스)도 작년 12월 모녀 측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임 이사도 모녀와 같이 지분 일부를 신 회장 측에 매각했다.
임종윤 이사까지 모녀측으로 돌아서면서 임종훈 대표는 경영권 분쟁에 혼자 맞서는 구도가 됐다. 현재 이사회 비중은 한미사이언스의 경우 모녀측 6, 임종훈 대표측이 2로 기울었고 한미약품은 모녀측 8, 임종훈 대표 혼자 남아 두 회사 모두 모녀측 이사회가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는 상황이다.
모녀측이 이사회를 장악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남인 임종훈 대표는 아직 한미사이언스 경영권을 놓지 못하고 있지만 이는 시간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종식과 한미약품그룹 경영 정상화로 나아가는 구체적인 첫 번째 발걸음"이라며 "조만간 이사회 열어 이와 관련한 후속 조치들을 단계적으로 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