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지난해 마케팅비를 전년대비 10배 이상 늘렸다. 빗썸은 회원수 증가 등의 효과를 봤지만 대형 거래소들의 마케팅 경쟁이 시장 불균형을 심화시킨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지난해 판매촉진비 1637억원, 광고선전비 285억원 등 마케팅 비용으로 1922억원을 썼다. 지난해 매출액 4963억원의 약 40%에 달하는 금액이다.
한 해 전과 견줘도 마케팅비 지출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빗썸의 2023년 판매촉진비는 103억원, 광고선전비는 58억원이었으나 지난해 회원 확보에 적극 나서면서 마케팅비가 1088% 급증했다.
경쟁사들과 비교해도 막대한 지출이다. 빗썸의 광고선전비는 두나무 272억원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지만 판촉비는 2~3배 더 쓴 것으로 추정된다. 두나무는 판촉비를 포함한 기타비용으로 700억원을 집행했다.
중소거래소들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 커진다. 빗썸의 마케팅비용은 코인원 매출(440억원)의 4배가 넘고 코빗 매출(87억원)의 20배에 달한다. 수년째 적자를 내고 있는 코빗은 지난해 판매촉진비와 광고비로 총 42억원을 썼다.
공격적인 마케팅 효과로 빗썸은 이용자 수와 매출 증가 효과를 봤다. 지난해말 기준 이용자 수는 전년대비 갑절로 늘었고 연말 강세장이 찾아오면서 수수료 매출도 3배 이상 증가했다.
다만 점유율 확대 측면에서는 비용 대비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코인게코 집계에 따르면 현재 빗썸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수수료 무료정책을 시행했던 2023년 12월 중순 28%와 크게 차이가 없다. 이날 기준 빗썸의 점유율은 27%대로 연초 30%대에서 다소 하락했다.
이용자 수가 늘었음에도 점유율 증가폭이 크지 않았던 이유는 이벤트 혜택을 노리고 새로 가입한 회원들은 많지만 최근 시장 침체로 거래가 활발하지 않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시장에서는 쏠림 현상으로 인한 업계의 불균형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빗썸이 업비트를 잡기 위해 마케팅비로 수천억원을 쓰는데, 3위 이하 거래소들은 이에 대응할 여력이 없어 갈수록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고 했다.
빗썸은 올해 법인 투자시장이 열리면서 더 공세적인 마케팅 활동에 나설 전망이다. 빗썸은 올해 국내 시장 점유율 50%를 목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