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명절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지난해보다는 연휴기간이 짧지만 그래도 토요일과 대체휴무일을 포함해 5일을 쉴 수 있는 만큼 직장인들에게는 재충전의 시간입니다.
직장인들이 추석을 기다리는 또 다른 이유는 이른바 '떡값'으로 불리는 상여금일텐데요. 고향에 떡(선물) 사가는 데 보태라고 떡값이라고도 했던 추석상여금은 돈 나갈 곳이 많은 명절에 요긴하게 쓰입니다. 직장인들은 추석상여금을 얼마씩 받을까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2003년부터 매년 국내 대기업·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추석상여금 지급 계획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527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요.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겠다는 기업은 전체 조사대상의 70.2%로 집계됐습니다. 기업 10곳 중 7곳이 추석상여금을 줄 계획을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또 기업마다 지급할 1인당 평균 상여금은 105만6000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이 수치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회사에서 받아온 추석선물은 스팸, 식용유세트가 고작인데 그렇게 많은 회사가 상여금을 주고 금액도 평균 105만원이라니. 정말 실화일까요.
◇ 대부분은 정기상여금 성격…별도보너스는 28%
경총이 발표한 평균 상여금 105만원은 명절을 앞두고 혜성처럼 등장하는 특별보너스라기 보단 연초 근로계약 때 이미 지급을 약속한 금액이 대부분입니다. 올해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기업들의 절반 이상(65.2%)이 정기상여금 형태로 지급한다고 밝혔기 때문이죠.
정기상여금은 회사가 근로자에게 일정 기간마다 지급하기로 한 금액입니다. 가령 기본급 연 3000만원에 300%의 상여금으로 받는 조건으로 근로계약을 맺었다면, 기본급의 300%에 해당하는 상여금은 매달 분할로 12회 지급하거나 설 또는 추석 명절에 한꺼번에 지급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지급할지는 회사와 근로자 간 계약에 따라 달라집니다.
추석 상여금을 별도 휴가비로 지급할 예정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28.2%로 나타났습니다. 별도 휴가비는 비정기적 상여금으로 사업주 재량에 따라 지급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가령 원래는 급여에 추석 상여금이 포함돼 있지 않지만 실적이 좋아져 특별히 상여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해당합니다.
이밖에 정기상여금과 별도 휴가비를 동시에 지급하는 곳도 6.6%로 조사됐습니다. 결과적으로 기업 10곳 중 7곳이 추석상여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대부분은 이미 연초 근로계약때 정기적으로 지급하기로 약속한 고정 급여인 셈입니다.
◇ 평균 상여금 105만원?...지급하는 기업만 계산
1인당 평균 상여금 액수가 105만6000원이라는 조사 결과도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경총의 추석 상여금 조사결과를 보도한 기사의 댓글을 보면 "난 15만원 받아본 적 딱 한 번 있다" "중소기업 사무직은 스팸이 전부" "상여는 김, 스팸, 참치 아닌가요?" 등 평균 105만원이라는 수치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쏟아집니다.
경총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은 지난해 147만5000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는데 올해는 이보다 6만7000원 늘어난 154만2000원을 상여금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도 지난해 91만2000원에서 올해 93만1000원으로 1만9000원 더 많은 상여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합친 전체 평균 상여금은 105만6000원입니다.
대기업이야 몇 백씩 상여금을 주는 경우가 있으니 평균 154만2000원을 받는 것이 어느 정도 이해갈 법도 하지만 중소기업도 평균 93만1000원을 받는다는 통계는 믿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이에 대해 경총 관계자는 "평균 금액은 실제 상여금을 지급할 의사가 있는 기업의 평균치만 집계한 것으로 액수가 다소 높아 보일 수 있다"며 "상여금을 지급할 계획이 없는 기업까지 포함하면 평균 금액은 내려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 대기업·중소기업 빈익빈부익부 심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연봉 격차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연봉이 다르니 추석 상여금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경총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9년 기준 추석상여금 평균금액은 대기업 119만2000원, 중소기업은 90만9000원으로 28만3000원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이러한 격차는 지난해 56만3000원, 올해는 61만1000원으로 계속 확대되는 양상입니다. 실제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는 상여금뿐만 아니라 전체 급여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 4일 발표한 4년제 대학졸업 신입직의 평균연봉(대기업 154개, 중소기업 242개 대상)은 대기업 4060만원, 중소기업 2730만원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중소기업간 차이는 1330만원으로 지난해의 1260만원보다 70만원 더 벌어졌습니다.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봉 차이는 추석상여금에도 고스란히 반영되는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