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 사라고 난리다.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해 조성한 주택기금으로 1%대 공유형 모기지를 내놓는 한편 다른 주택구입대출 금리도 최저 연 2%대로 내렸다. 저금리 기조이기도 하지만 전세에 묶인 주택수요를 매매시장으로 끌어들여 주택거래 경색을 타개하겠다는 의도다.
현재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내달 1일부터 연 1%대의 저리로 주택 마련 자금을 지원하는 수익·손익 공유형 모기지. 하지만 이 상품은 올해 시범사업으로 규모가 3000가구 밖에 안돼 선착순이나 대출심사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 공유형 모기지 심사 '만만찮네'
공유형 모기지의 대출심사평가는 신청인에 대한 정책적 지원 필요성에 따라 ▲무주택 기간 ▲가구원 수 ▲청약저축 가입기간 ▲지방세 납부현황을 따진다.
또 차주의 상환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재직(사업)기간 ▲소득대비 대출금액 비중 ▲주택가격대비 대출금 비중 ▲신용등급을 보며, 대상주택의 적격성을 따지기 위해 ▲단지 규모 ▲거래량 ▲노후도 ▲해당지역 가구수 증가율 ▲매입가격 적정성 등을 평가한다.
[공유형 모기지 평가 항목(자료: 국토교통부)] |
다시 말해 공유형 모기지는 선착순 경쟁이나 대출심사 요건에 따라 신청자가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무주택 기간이 짧고 식구가 적은 신혼부부, 매입하려는 주택이 20년 가까이 됐고 단지 규모가 적고 거래량이 적은 아파트, 수입에 비해 많은 돈을 빌리려는 경우 등은 심사에서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장우철 국토부 주택기금과장은 "집을 살 의향이 있는데도 조건 제약이나 경쟁 탓에 공유형 모기지를 받지 못한다면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대출을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본형 생애첫대출의 금리는 최저 2.6%대다.
◇ 수익·손익공유형·생애첫대출..선택은?
생애첫대출과 공유형 모기지를 비교해 봤다. 우선 금리면에서는 공유형 모기지가 유리하다. 공유형 모기지는 연 1%대이지만 생애첫대출은 기간과 소득수준에 따라 연 2.6~3.4%의 금리가 적용된다.
다만 생애첫대출은 다자녀 0.5%포인트, 장애인·다문화 가구 0.2%포인트의 우대금리가 적용된다. 이에 해당할 경우 더 낮은 금리를 적용 받을 수 있다. 극히 드물겠지만 연 1.9%까지 금리가 낮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대출기간은 공유형 모기지의 경우 20년 만기로 고정되어 있지만 생애첫대출은 만기를 10·15·20·30년 가운데 고를 수 있다.
[수익 및 손익 공유형 모기지와 생애첫대출 비교(자료: 국토교통부)] |
대출기간 중 원리금 상환부담은 만기일시 상환방식인 손익공유형 모기지가 가장 적다. 생애첫대출과 수익공유형은 모두 원리금 균등분할상환방식이라 일정 거치기간 후 원리금을 매달 내게 되는데 금리나 대출기간에 따라 상환 부담액은 차이가 있다.
이자 부담만으로 보면 연 1.5%인 수익공유형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낮지만 생애첫대출은 만기를 최장 30년까지 설정할 수 있어 계획에 따라 매달 은행에 납부하는 금액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미 집을 보유했던 경험이 있는 무주택자라면 금리가 연 2.8~3.6%까지 낮아진 근로자서민주택구입자금 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이 상품은 부부합산 연 소득 6000만원 이하 가구가 2억원까지 빌릴 수 있다.
[생애첫대출 및 근로자서민주택대출 비교] |
◇ 집값이 오른다면 '생애첫대출'
대출한도는 모두 2억원이지만 생애첫대출과 수익공유형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70%, 손익공유형은 40%로 묶인다.
집값이 3억~4억원 이하라면 LTV가 높은 생애첫대출이나 수익공유형으로 자금을 대출한도 가까이 충당할 수 있다. 하지만 집값이 6억원에 가까운 경우 집값에 비해 생애첫대출·수익형으로 빌릴 수 있는 돈의 비중은 낮아진다.
향후 집값이 상승하는지 하락하는지에 따라서도 유불리가 갈린다. 개괄적으로 집값이 하락한다면 손실을 기금과 나누는 손익공유형 모기지가 가장 낫다. 하지만 집값이 오른다면 수익 100%를 주택 매입자가 가져가는 생애첫대출이 낫다. 수익공유형의 경우 빌린 자금의 연 5% 가량의 이자가 기금의 처분이익으로 귀속된다.
우리은행은 7년이 지났을 때 집값 변동률에 따라 상품이나 주거형태 수지타산 순위가 달라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 은행은 8000만원의 자기자금을 가진 사람이 2억5000만원(전세 1억7000만원, 보증금 3000만원 월세 70만원)짜리 집을 기금 상품을 통해 매입하거나 세를 들어 사는 경우를 가정했다.
대출원리금과 보유자금 기회비용, 세금 및 이사비용을 모두 고려한 이 분석에 따르면 7년간 집값이 연 3% 오르는 경우 주거비용은 생애첫대출이 가장 적었고, 이어 수익공유형, 손익공유형, 전세, 월세 순이었다.
반면 집값이 연 1%만 오른 경우에는 수익공유형이 가장 부담이 적고 생애최초, 손익공유형, 전세, 월세 순이었으며 집값이 연 1% 떨어졌을 때는 수익공유형, 전세, 손익공유형, 생애첫대출, 월세 순으로 유리하다고 분석됐다.
[주거비용 비교 분석(자료: 국토교통부, 우리은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