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변동성이 큰 국내 부동산 경기의 흐름에 다시 몸을 맡기고 있다. 분양 경기 호조에 맞춰 주택 사업을 확대한 건설사들이 실적 회복세를 보였고, 수주도 국내 주택사업에 집중되고 있다. 해외 사업에서 데인 이후 다시 내수 건설시장 의존도가 커진 것이다. 하지만 '천수답(天水畓)' 주택경기에 의존한 실적에는 경기 둔화의 리스크가 상존한다. 올 상반기 삼성물산(건설부문)·현대건설·대우건설·GS건설·대림산업(건설부문)·현대산업개발·삼성엔지니어링 등 7개 상장 건설사들 실적을 비교 분석했다.[편집자]
대형 건설사들의 매출은 평균적으로 정체된 수준을 보였다. 7개 건설사의 상반기 매출 합계는 총 33조7931억원으로 작년(33조7919억원)보다 근소하게 늘었다.
하지만 개별 회사에 따라 차이가 컸다. 현대건설, GS건설이 9%대, 현대산업개발이 6%대 외형 성장을 보인 반면 삼성물산은 -9.3%,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보다 더한 -18.1%를 기록했다.
현대건설의 상반기 매출은 총 8조7588억원으로 국내에서 38.6%(3조3809억원), 해외에서 61.4%(5조3779억원)가 발생했다.
이 중 현대엔지니어링 매출이 3조4251억원으로 전체의 39.1%를 차지했고 나머지는 분야별로 ▲건축 1조6449억원(18.8%) ▲인프라 1조2142억원(13.9%) ▲플랜트 1조1420억원(13.0%) ▲전력 등 기타 7821억원(8.9%) 순이었다.
전체 매출은 작년보다 9.6% 늘었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을 제외하면 오히려 8.3% 줄었다. 작년 4월 현대엔지니어링이 옛 현대엠코와 합병한 이후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 오너 지분이 많은 이 회사에 그룹 지원 비중이 높아진 때문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내달 1일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앞둔 삼성물산은 6조562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주택과 빌딩 매출이 크게 줄면서 10%에 가까운 역성장을 했다. 토목(Civil)과 플랜트는 소폭 늘었다.
특히 대부분 건설사는 국내 매출이 늘었지만 삼성물산은 국내 매출이 2조5455억원으로 전년 대비 30%나 감소했다. 삼성물산은 이 같은 성장세 둔화를 합병 배경으로 설명해 왔다.
GS건설은 작년 수주가 활발했던 영향으로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9.1% 늘어난 4조8069억원을 기록했다. 해외에서 2조9380억원, 국내에서 1조8690억원으로, 해외비중이 61.1%였다.
분야별로 플랜트가 2조3720억원, 건축·주택이 1조3460억원 순으로 많았다. 각각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 2% 늘어난 수준이다.
▲ 쿠웨이트 자베르 코즈웨이 조감도. 현대건설은 "상반기 쿠웨이트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교량 공사, 아랍에미리트(UAE) 사브(SARB) 해상원유처리시설 공사 등 해외 대형 현장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매출 증가가 나타났다"고 밝혔다.(자료: 현대건설) |
대우건설은 작년 상반기보다 2.8% 많은 4조710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푸르지오' 브랜드를 앞세운 주택부문 매출은 1조5593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1조3477억원보다 15.7% 증가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매출은 작년보다 크게 줄어 3조6152억원에 그쳤다. 사업분야별 매출 비중은 화공이 55.4%, 비화공이 44.6%로 종전 8 대 2 수준에서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다. 비화공이 늘어나서가 아니라 화공 매출이 대폭 감소한 탓이다.
대림산업은 3조1007억원으로 작년보다 1.4% 매출을 늘렸다. 분야별로 ▲플랜트 1조4756억원 ▲건축 1조967억원 ▲토목 5195억원 순이었다. 플랜트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3.6% 줄어든 반면 건축은 26.1%, 토목은 9.7% 늘었다.
현대산업개발은 2조2386억원으로 작년보다 6.6% 증가한 매출을 기록했다. 작년 초부터 일찌감치 분양사업을 재개한 만큼 각지 현장들에서 매출이 가시화됐다.
특히 주택 자체사업 매출이 676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8% 늘었고, 외주주택 매출은 5470억원으로 전년대비 23.0% 증가했다. 반면 토목은 1830억원으로 작년보다 33.9% 줄었으며 일반건축도 1320억원으로 3.5%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