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대형건설사들이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한 해의 반환점을 돌았다. 평균 영업이익률은 2%대로, 1억원짜리 공사를 해도 200만원 가량을 손에 쥐는 수준에 그쳤다.
올해 토목건축 시공능력평가 기준 비상장 건설사 상위 5개사인 포스코건설·롯데건설·SK건설·현대엔지니어링·한화건설 등 5개사의 상반기 실적을 들여다 봤다.
5개 사 중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거둔 곳은 시평 순위 9위의 현대엔지니어링이었다.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상반기 177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작년 같은 1750억원보다 소폭 늘었다. 영업이익률도 5.19%로 5개 사 중 가장 높았다.
다만 작년 1분기 실적에 흡수합병한 옛 현대엠코 실적이 포함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사실상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2분기 중 해외 일부사업장에서 추가 원가가 발생한 것이 이익을 늘리지 못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118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1% 줄었다.
매출은 작년 상반기 2조1759억원에서 올 상반기 3조4251억원으로 57.4%의 신장세를 보였다. 현대엠코 합병 효과에 더해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에서 수주했던 사업장의 공사가 본격화됐고, 국내 아파트 분양 사업이 호조를 보이며 매출이 크게 늘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시평 4위의 포스코건설은 상반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1382억원의 영업익을 거뒀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2021억원에서 31.6% 급감한 것이다. 매출도 4조4488억원으로 작년 상반기에 비해 11.2% 줄어드는 역성장세를 보였다. 순이익은 150억원에 그쳤다.
이 같은 실적 악화는 뒤숭숭한 내부 분위기와 겹쳤다. 작년 내부적으로 조사를 마치고 덮은 베트남 비자금 사건에 대해 지난 3월 검찰이 수사를 시작하면서 상반기 내내 사업에 주력하지 못했다. 또 황태현 사장 취임 이후 보수적인 영업전략과 회계기조을 세우고 있는 점도 실적 둔화의 요인이 됐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차례로 가동을 시작한 '포스코에너지 7~9호기', '안산복합화력' 등의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브라질 CSP 프로젝트'의 준공이 가까워지면서 매출이 줄었다"며 "이와 함께 재무건전성 강화 차원에서 주요 현장의 원가를 보수적으로 반영한 것이 영업이익 감소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시평 7위 롯데건설은 매출 역성장세(1조8211억원, 전년대비 14.2% 감소)가 가장 컸다. 영업이익은 별도 재무재표 기준 작년 상반기보다 1.5% 많은 793억원을 거뒀다. 영업이익률은 4.35%를 기록했다. 순이익은 116억원으로 전년대비 5.7% 감소했다.
특히 상반기 롯데건설은 그룹내(특수관계자) 매출이 596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6.9% 감소했다.롯데건설 관계자는 "'제2롯데월드' 저층부 월드몰, 베트남 '롯데센터 하노이' 등 대형 사업장이 준공하면서 전체 매출이 감소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평 8위 SK건설은 흑자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신규현장에서 매출을 확대하면서 정상화의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412억원, 순이익은 67억원으로 사업규모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지만 매출은 4조1641억원으로 작년보다 12.5% 늘었다.
SK건설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 와싯 가스플랜트 현장 등 추가 원가 문제가 있던 현장들은 이제 대부분 준공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M14 생산라인, 캐나다 포트힐 오일샌드 현장 등 국내외 대형 현장이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시평 11위 한화건설은 연결기준 상반기 88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1조4149억원, 순손실은 18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건설사는 중동 플랜트 사업에 후발주자로 뛰어들면서 사우디아라비아 마라픽(Marafiq) 담수플랜트 현장 등의 대규모 손실로 작년 상반기 4359억원 규모의 적자를 봤다. 이번 2분기에도 사우디와 쿠웨이트 일부 현장에서 추가비용 문제가 나타한 상황이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80억달러 규모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BNCP) 현장에서 폭염 때문에 매출이 다소 감소했다"며 "일부 현장에서의 체인지오더(설계 변경)로 미리 비용을 투입한 게 손실로 잡혔지만 계약 변경이 완료되면 향후 이익으로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