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 이변은 국내 부동산 시장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돌출 발언과 행동으로 주목받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돼 미국 통화정책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면 주택경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 특히 미국의 무역 보호주의 강화로 수출산업에 기반을 둔 우리나라 경제의 실물경기가 악화하면 부동산 시장도 수요 기반이 약해져 조정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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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렉시트보다 확실히 세다"
9일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에 대해 "국내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재료"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6월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보다 시장의 심리적 불안감을 확대시킬 수 있는 대외적 이슈라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일단 글로벌 시장의 안전자산 선호로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국내 시장에서 유동성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게 주택시장 경기에 부정적이다. 저금리를 유인으로 주택시장로 유입되는 자금의 흐름이 방향을 달리 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예상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트럼프가 공약으로 내세운 보호주의 무역 조치들이 강화되면 수출 산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주력 산업이 타격을 받으면 주택시장도 조정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이라는 변동성 확대 요인을 예상했다면 지난 3일 시장 안정을 목표로 한 대책도 시점이나 내용이 달랐을 수 있다"며 "하방 압력이 커진 상황이어서 공급 과잉 우려 등이 제기된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의 경우 매매가격 하향 조정의 속도가 빨라지거나 폭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정부가 주택시장 과열을 관리하기 시작한 시점인데다 비수기로 접어드는 시기여서 트럼프 등장으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는 매수 관망세를 키우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 역시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그 여파가 국내 주택시장의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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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3 대책에서 전매제한 강화된 조정지역 현황.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 '금리 주목' 유동성 장세 연장될 수도
다만 금리라는 변수를 두고 본다면 현재의 유동성 장세가 좀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우리나라 기준금리 인상 지연 및 추후 하향 조정 가능성이 단기적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함영진 센터장은 "이번 대선 결과로 연내 확실시 됐던 미국의 금리 인상이 내년으로 넘어갔다는 관측이 있는데 그럴 경우 국내 금리 인상시기도 더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저금리 기조가 일정 기간 연장되면서 금융비용 증가 우려가 적어진 것은 주택시장 수요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배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경기 급랭을 우려한 우리나라 통화당국이 내년 1~2차례 추가 금리인하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예상도 나온다.
함영진 센터장은 "내년 주택시장이 올해보다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가장 큰 시장 변수 중 하나인 금리가 낮아지게 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지역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저금리 속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주택시장으로 유입을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이슈를 앞둔 상황 조사된 최근 국내 주택경기 심리지표는 상당히 저조한 상태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이날 발표한 전국 주택경기실사지수(HBSI)는 73.2를 기록해 지난달보다 14.9포인트 떨어졌다.
HBSI는 100을 밑돌 경우 향후 주택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는 의미다. 가을 분양 성수기가 마무리되고, 분양시장을 실수요로 재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11.3 대책 여파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이라는 게 연구원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