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건설과 대림산업이 일본 등 해외 건설사들과 경합 끝에 세계 최장 현수교 사업을 따냈다. 총 사업비 3조5000억원을 투입하는 터키 대륙간(아시아-유럽) 교량사업이다.
31일 SK건설·대림산업 및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 한국 건설사와 터키 리마크·야프메르케지가 구성한 컨소시엄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다르다넬스해협 현수교(가칭 차나칼레교)'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발주처는 KGM(터키 국영 도로공사)다.
컨소시엄은 103억5000만리라(3조5000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기간(5년 6개월)을 포함해 16년 2개월간 운영과 최소수익을 보장하는 민간투자방식(BTO) 사업이다. SK·대림 컨소시엄은 이르면 다음달 정식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 차나칼레교 석경 투시도(자료: 대림산업) |
차나칼레 현수교 프로젝트는 총 3623m 길이의 현수교와 연결도로(81km)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다르다넬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차나칼레 주의 랍세키(아시아)와 겔리볼루(유럽)를 연결하는 다리다.
이 현수교는 주탑 사이(주경간) 거리가 2023m로 설계됐다. 현수교의 순위는 주경간 거리로 정하는데, 완공되면 일본 고베의 아카시대교(1991m)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가 된다.
주탑 높이는 318m로 설계됐는데, 이는 올해 공사 개시예정일인 3월18일과도 맞물린다. 1915년 영국-프랑스 연합군을 물리친 겔리볼루 전투가 시작된 터키 국경일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주경간 거리인 '2023'이란 숫자는 현수교가 개통될 해이자, 터키가 건국 100주년을 맞는 해"라며 "동서양을 잇는 대역사에 초장대 교량 건설기술로 역사적 의미까지 확보하는 설계를 뽑아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차나칼레교 위치 및 개요(자료: 대림산업) |
터키 이스탄불 보스포러스 해협 해저터널과 교량 프로젝트를 각각 맡아 완공한 SK건설의 현지 네트워크와 이순신대교(여수-광양)를 비롯해 현수교 등 초장대교량 토목 기술에 강점을 가진 대림산업이 합작해 이룬 성과라는 평가다.
이번 수주전에는 전 세계에서 총 24개 업체가 뛰어들었다. 최종적으로 한국과 일본 건설사 컨소시엄이 경쟁했지만 한국 기업 컨소시엄이 수주에 성공했다. 일본 측은 양허 기간(교량 사업 운영 기간)이 한국 측보다 1년 8개월여 길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수주에는 국토교통부 등 정부도 한몫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는 사업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고, 기획재정부 산하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입찰 과정에서 금융 협조를 약정하며 수주에 힘을 보탰다.
SK건설 관계자는 "국내 업체끼리 저가 수주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강점을 살려 협업해 수익성을 갖춘 사업을 확보했다"며 "사업 규모도 크지만 단순 도급 형태가 아닌 투자, 금융, 운영 등을 망라하는 투자개발형 사업을 따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 차나칼레교 정면 투시도 |
▲ 차나칼레교 근접 부분조감도(자료: 대림산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