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 있는 랜드마크. 사진 한번 찍고 무심코 지나치기 쉽지만 알고보면 국내 건설사들의 힘과 땀, 그리고 기술이 스며든 곳들이 많이 있습니다. 국내 건설사들이 '내가 지었다'며 당당히 내놓을 수 있는 건물이나 교량, 도로 등을 소개하고, 공사 혹은 수주 과정에서의 에피소드 등도 이야기해 봅니다. [편집자]
▲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전경(사진=쌍용건설) |
세 개의 빌딩이 거대한 배를 이고 있는 모습. 보기만 해도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약 200미터 높이, 지상 57층에 위치한 스카이파크는 총 길이 300미터를 넘습니다. 그곳에 있는 하늘과 맞닿은 듯한 인피니티풀은 싱가포르를 여행하는 이들의 로망이기도 하죠.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은 싱가포르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았습니다. 싱가포르하면 떠오르는 '머라이언 상'과 함께 인생샷 찍기에 그만인 곳이죠.
이곳은 또한 쌍용건설의 '인생샷(작)'이기도 합니다. 마리나 베이 샌즈의 인기만큼이나 많이 알려져 있긴 합니다만 최근 한 국내 방송 프로그램에서 국내 'S건설'이 지었다고 소개되기도 했는데요. 영문 이니셜 S로 시작하는 건설사가 두 군데이니 긴가민가하시는 분도 계시고요.
쌍용건설의 홈페이지를 띄우면 가장 첫 화면에 나오는 이미지가 바로 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입니다. 그 정도로 쌍용건설이 이 빌딩에 갖는 자부심과 애착도 대단합니다. 그만큼 쉽지 않았던 공사이고, 쌍용건설의 역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건물입니다.
#창의적인 디자인 최대한 살리자
쌍용건설과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한 것일까요.
마리나베이의 복합리조트 개발은 싱가포르 차세대 국책사업으로 진행됐습니다. 싱가포르가 하위권 선진국에서 상위권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전략의 일환이었고요.
세계적인 디벨로퍼 회사를 대상으로 사업자 선정을 위한 국제입찰을 실시한 결과 2006년 5월 라스베거스 샌즈가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는데요. 역시나 호텔 디자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최종 낙점됐다고 합니다. 이후 라스베거스 샌즈가 2006년 6월 입찰 개시후 시공사를 선정하기까지는 14개월이나 걸릴 정도로 입찰 절차가 까다로웠다고 하네요.
14개 건설사에서 4개사로 압축되는 과정에서 상당수 건설사들은 창의적인 디자인과 설계를 구현해야 하는 부담이 컸다고 하는데요. 이 때문에 포기한 건설사도 여럿이고요. 막판까지 경합했던 홍콩의 개몬은 이미 마카오에서 같은 발주처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공해 발주처에서 선호하는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곳 조차도 원안 설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했다는데요. 쌍용건설은 원안 설계를 해치지 않고 디자인을 최대한 살리는 설계안을 만든 덕분에 최저금액을 써내지 않고도 당당히 시공사로 선정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 골조공사 모습 |
# '52도 미션' 클리어~
상당 수의 건설사를 포기하게끔 했던 것이 바로 '人' 모양의 빌딩 디자인 때문인데요. 마리나 베이 샌즈는 3개 타워로 이뤄져 각 타워마다 수직에 가깝도록 서 있는 서쪽 구조물과 지상에서 최대 52도까지 기울어진 동쪽 구조물이 23층에서 만나 결합해 '人'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시뮬레이션을 했더니 기울어진 동쪽 구조물은 8층을 쌓기도 전에 붕괴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막판까지 경합했던 개몬은 가운데 비어있는 공간에 지지대를 설치하는 쪽으로 설계를 제안했던 것이고, 쌍용건설은 지지대 없이 그 어려운 공사를 해낸 겁니다.
그 비결은 교량을 건설할 때 이용하는 '포스트 텐션'이란 기술입니다. 현수교를 보면 가느다란 수많은 철근이 다리를 지탱하고 있는 것을 보셨을 텐데요. 이를 활용한 겁니다. 일반 철근의 5배의 강도를 가진 7개의 철사를 꼬아 만든 강연선을 골조 벽체 안에 설치, 건물을 잡아 당겨 고정하는 방식입니다.
아울러 건물의 하중을 효과적으로 분산하고 건물이 변형되는 것을 막기 위해 23층부에 이용한 거대한 강철 구조물(트랜스퍼 트러스) 역시 신의 한수로 여겨집니다.
▲ 23층 상층부에 트랜스퍼 트러스 설치해, 하중 분산 |
# 세 개 빌딩 위에 배 얹기, 쉽죠잉~
하이라이트는 스카이파크겠죠. 저 높은 건물들 위에 배는 어떻게 올라갔을까. 이런 것, 저만 궁금한 건가요?
쌍용건설은 "길이 343미터, 최대높이 16.4미터, 전체 무게 6만톤에 이르는 스카이파크를 세 개의 타워 위에 지붕처럼 얹는 일은 또 하나의 역사적인 도전이었다"고 얘기할 정도입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반조립 형태로 올려져 타워 위에서 마무리 조립을 하는 방식인데요. 말은 쉽지만 대략 38~75미터 정도의 크기에 200~700톤 정도 무게를 가진 구조물로 조립한 다음 대형 크레인을 이용해 200미터 상공으로 끌어 올리는 일은 쉽지만은 않겠죠.
한개의 철골을 들어올릴 때마다 16시간이 걸렸다고 하는 것을 보면요. 이렇게 끌어올린 철골 구조의 무게도 무려 7700톤이나 됐고요.
이때 연결해야 할 타워1과 타워2, 타워2와 타워3의 간격도 각각 약 37미터, 36미터에 달합니다. 스카이파크 철골공사엔 약 200톤 물량의 볼트와 너트가 사용됐다고도 합니다.
# 또 한번의 역사적인 장면 나올까
이렇게 해서 지하 3층~지상57층(스카이파크 포함) 3개동 2561객실에 연면적 30만2171㎡에 달하는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이 싱가포르의 명소로 탄생하게 됐습니다. 2010년 3월. 27개월이라는 짦은 공기 안에 이뤄진 일입니다.
공사금액은 9억8000만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무려 1조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공사죠. 지금까지 국내 해외 시공 건축 프로젝트 가운데 최고 금액입니다.
최근 싱가포르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는데요. 아시다시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열립니다. 쌍용건설은 한때 회담 장소로 거론되지 않을까 은근 가슴을 졸이기도 했는데요.
이 역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은 샌즈그룹의 셀던 애덜슨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후원자라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즈니스맨다운 면모(?)를 발휘하지 않을까하는 기대입니다.
최근 회담 장소는 다른 곳이 거론되고 있는데요. 대신 양 국 정상이 이 호텔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할 것이란 얘기도 솔솔 나오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역사적인 장면이 탄생할지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