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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랜드마크]페트로나스 트윈타워, 한일전의 묘미

  • 2018.07.01(일) 09:22

낮엔 웅장함 밤엔 찬란한 보석의 향연
삼성물산, 새 공법과 투지로 최고 높이 도달

세계 곳곳에 있는 랜드마크. 사진 한번 찍고 무심코 지나치기 쉽지만 알고보면 국내 건설사들의 힘과 땀, 그리고 기술이 스며든 곳들이 많이 있습니다. 국내 건설사들이 '내가 지었다'며 당당히 내놓을 수 있는 건물이나 교량, 도로 등을 소개하고, 공사 혹은 수주 과정에서의 에피소드 등도 이야기해 봅니다. [편집자]

파아란 하늘을 찌를 듯 합니다. 웅장함에 입이 벌어지는 순간, 하늘을 향한 날카로운 기세 또한 보는 이들을 압도합니다.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를 대표하는 페트로나스 트윈타워인데요. 낮에 웅장함이 있다면 밤엔 찬란한 보석을 선사합니다. 3만3000개의 유리패널과 5만5000개의 스테인리스 스틸 패널로 장식된 외관이 조명을 받으면 거대한 두개의 다이아몬드를 보는 듯한 황홀경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 쌍둥이 빌딩은 오른쪽은 일본, 왼쪽은 우리나라(삼성물산)가 지었다는 점에서 또다른 재미를 선사하는데요. 일본보다 공사 시작이 늦어지면서 마지막 452m에 도달하는 첨탑을 올리는 그 순간까지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의 연속이었습니다.

 

당시 삼성물산은 초고층 건물을 지은 경험이 없었습니다. 페트로나트 트윈타워는 지금의 삼성물산, 그리고 대만 101타워(마감 시공), 두바이의 버즈 칼리파(부르즈 할리파) 등 세계적 빌딩을 탄생시킨 산파이기도 합니다. 버즈 칼리파는 여전히 세계 최고를 자랑하지만 페트로나스 트윈타워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르고요.

 

▲ 사진=삼성물산

 

# 우여곡절 수주전 '계란으로 바위치기'

88층 건물, 높이 452미터. 대만 101타워가 지어지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던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삼성물산이 이 빌딩을 수주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1992년 12월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선 철근콘크리트 형태로 50층 이상의 건물을 완공한 실적이 있어야 했습니다. 당시 삼성건설이 지은 최고층 건물은 25층짜리 삼성생명 빌딩에 불과했는데요.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초고층 시공실적이 있는 파트너를 찾는 과정은 험난했습니다. 영국업체와 손을 잡았지만 갑자기 불참을 통보해 왔고요. 결국 극동건설과 손을 잡았습니다. 물론 자격심사 기준엔 맞지 않았습니다.

그런 삼성물산이 총 6개 회사 중 한 곳으로 사전 심사를 통과했고 최종 1위로 꼽혔습니다. 당시 삼성물산은 국내 건설회사 랭킹 4~5위에 불과했는데요. 그동안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지역에서 초고강도 콘크리트와 특수시공 기술 등 품질과 기술을 구축해 온 점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고 합니다.

다만 쌍둥이 빌딩 중 한 개는 2위를 한 일본의 하자마 건설에 돌아갔습니다. 하자마 건설은 세계적인 건설회사로 일제 시대 수풍수력댐과 경부선 철도를 건설한 회사입니다.

 



# 한일전의 시작, 일본보다 35일 늦은 출발

시작부터 현장 분위기가 어땠을지 짐작이 가시죠? 더군다나 삼성은 일본보다 35일이나 공사를 늦게 시작했는데요.

 

성물산은 사사(社史)에서 "공사시작 초기부터 일본을 기필코 따라잡겠다는 열의와 각오가 현장소장 이하 전 현장직원들의 가슴 속에 있었다"고 전합니다. 한일전을 대하는 우리만의 그 느낌(?)이겠죠.

 

이 공사에서 한 개 층을 올리는데는 보통 일주일. 이 속도라면 27개월의 공기를 맞추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4.5일에 한 개 층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고 공사 기간을 단축할 모든 방법을 동원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셀프클라이밍폼(Self-Climbing Form) 공법입니다. 폼은 콘크리트 타설에 필요한 거푸집을 얘기하는데요. 보통은 폼을 크레인으로 올려 장착하고 콘크리트 타설 후 해체해야 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겠죠. 현장의 타워크레인도 2대뿐이어서 여기에 이용한다면 다른 작업을 중단해야 했고요.

그래서 11대의 펌프를 이용해 올리는 방식을 썼는데요. 지금은 보편화됐지만 당시 초고층 공사에 활용한 것은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콘크리트를 건물 위로 운반하는 것 역시 일본 하자마 건설과는 다른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타워의 최상부인 380m 높이까지 파이프를 연결해 콘크리트를 압송하는 방식입니다.

 

당시 380m 직접 압송 기록은 종전 홍콩 센트럴플라자 건설때 수립한 340m의 세계기록을 갈아치운 것이고요. 이 기록은 대만 101타워(일본 건설사)의 450m, 이어 버즈 칼리파에서 삼성물산이 600m를 기록하면서 깨졌고요.

 



# 도전의 연속 '스카이 브리지'

쌍둥이 빌딩의 41층과 42층을 서로 연결하고 29층에서 4개의 다리가 이를 받쳐주는 길이 59m, 폭 4.3m의 브리지 역시 새로운 도전입니다.

 

이 브리지는 두 건물 간 이동을 편리하게 하는 것뿐 아니라 초고층빌딩에서 혹시 모를 긴급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지상에서 177m 높이에 설치되기 때문에 강품에 견딜 수 있게 설계됐습니다.

 

스카이 브리지의 무게는 무려 800만톤입니다. 브리지 몸체와 두개의 다리 등 다섯 개의 조각으로 나누어 지상에서 부분 조립했는데요. 문제는 이 블록을 177m 상공까지 끌어올리는 일이었습니다.

그 높이나 무게의 문제뿐 아니라 이를 설치할 트윈타워의 울퉁불퉁한 외벽구조도 어려움을 가중시켰는데요. 당시 스카이 브리지 리프팅 현장은 미국의 CNN이 생중계할 정도로 전세계의 관심을 끌었다고 합니다. 당시 현장소장은 스카이 브리지를 끌어올리는 사흘간 하늘만 쳐다보기 위해 이발소용 의자를 구해 잠도 그곳에서 자면서 현장을 지켰다는 후문입니다.

 


# 반전, 그리고 삼성물산의 결승골

 

마지막 콘크리트 타설 역시 일본이 4시간 앞섰습니다.

하지만 어느 경기나 반전은 있는 법.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트윈타워의 특성상 상층부에서 2대의 크레인이 부딪힐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요. 삼성은 두 크레인의 높이에 차이를 둬 이런 한계를 극복했습니다. 일본은 위치선정을 잘못해 크레인 한대로 작업을 해야 했고요. 88층에 마지막 콘크리트를 붓는 순간. 일본보다 2시간 16분 빠른 기록이었습니다.

 

마지막 관문 높이 452m에 도달하는 첨탑(Pinnacle) 설치가 남았는데요. 삼성물산은 "일본은 첨탑 설치의 핵심인 용접을 위해 자국에서 베테랑 용접기술자를 긴급 공수하고 공법을 변경하는 등 무너지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고 말합니다.

삼성물산은 이런 일본의 안간힘(?)에도 열흘 먼저 당시로선 세계 최고 높이에 올랐습니다. "공사가 완료된 순간 두 대의 크레인에서 승리를 자축하는 버저가 뱃고동처럼 길게 울려 퍼졌다"고 전합니다.

 

공사 내내 이어진 이런 긴장관계는 생각지도 않았던 새로운 공법과 기술을 탄생시켰습니다. 그 덕분에 유수의 건설사를 제치고 세계 최고 높이에 도전하고 또 도달할 수 있었을 테고요. 말레시이사인에겐 자긍심을 삼성물산엔 최고 건설사로 거듭나는 하나의 원동력이 됐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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