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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입주권 못받는데 '빌라 '짓는 이유

  • 2021.05.09(일) 09:00

신길1 등 공공개발 사업지에 신축빌라 우후죽순
정비구역 해제지역 건축제한 없어…권리산정기준일 무색

'공공재개발 추진 구역 내 신축 빌라 선착순 분양!'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분양 홍보글입니다. 실제로 공공재개발 등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개발 예정 지역에선 지금도 신축 빌라가 지어지고 있는데요. 

참 이상하죠. 권리산정기준일 또는 2·4대책 발표일 이후에 주택을 매수하면 어차피 현금청산 대상이어서 입주권을 못받거든요. 개발이 진행되면 입주권도 못받고 철거될 빌라를 굳이 새로 짓고 분양하는 이유가 뭘까요?

박종덕 신길1구역 공공재개발 추진위원장 겸 공공재개발협의회 회장(맨 오른쪽)과 신길1구역 주민들이 이달 1일 영등포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빌라신축 허가중단을 촉구했다./유튜브 박종덕TV
곧 개발될텐데...신축 빌라 우후죽순

최근 공공재개발 등 정부 주도의 공공개발 사업 예정지 주민들이 신축 빌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앞서 정부는 재개발 구역에서 성행하는 투기 수법 중 하나인 지분쪼개기용 '깡통 빌라' 양산을 막기 위해 조치를 취해놨는데요.  

공공재개발의 경우 후보지 공모일인 지난해 9월21일을 권리산정기준일로 정해놓고 그 이후 지어진 주택에 대해선 분양권 1개만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가령 소유주 A씨가 기준일 이후에 건축허가를 받아 단독주택을 허물고 빌라를 지었다면 A씨에 대한 입주권은 나오지만 나머지 거주자들(매매)은 입주권을 받지 못하는 거죠. ▷관련기사: [집잇슈]공공재개발 투자, 권리산정기준일은 알아보셨나요?(1월7일)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공공직접시행 등을 담은 2·4대책 사업지는 대책 발표일 이후 건축허가분부터 우선공급권을 부여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권리산정기준일이나 2·4대책 발표일 이후 주택을 매수했다면 현금청산 대상이기 때문에 조합원이 될 수 없는거죠.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개발 주택의 경우 지분쪼개기가 원천 차단된 셈인데요. 

그런데 웬걸요. 공공개발 후보지 발표 이후에도 개발 추진 구역 곳곳에서 건물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주로 업자들이 '사기 분양'을 위해 활용하고 있다는게 인근 주민과 구청 관계자의 얘깁니다. 현금청산 여부를 숨기고 '급매'라며 유인하는 거죠. 이 경우 분양자들이 향후 현금청산을 당하면 보상금으로 갈등이 생기는 등 사업 지연 요소가 될 수 있는데요. 

실제로 한 공공재개발 후보지에선 신축 빌라를 분양받은 한 주민이 입주권을 얻기 위해 공공재개발이 아닌 공공직접시행으로 방향을 바꾸자고 훼방을 놓기도 했다고 합니다. 공공재개발은 지난해 9월13일 이후 매수자는 입주권이 나오지 않지만, 공공직접시행의 경우 올해 2월4일까지만 매수하면 입주권이 나오니까 이 점을 이용한거죠.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막을 방법 없어"

공공개발 추진 구역에 신축 빌라가 많아질수록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갑니다. 

보상금 갈등 등에 따른 사업 지체 요인이 될 수 있는 점이 가장 문제인데요. 박종덕 신길1구역 공공재개발 추진위원장 겸 공공재개발협의회 회장은 "공공재개발 추진 구역이 신길동이라면 천호동 등 일부러 전혀 관련 없는 지역에서 급매라며 사기 분양을 한다"며 "나중에 현금청산이 되면 매입금액보다 적게 보상을 받게 되는데 이 경우 안 나가고 버티면서 사업이 지체되는 경우가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노후도' 저하 또한 문제입니다. 이미 공공재개발 등 후보지로 지정된 구역도 향후 정비구역계획을 수립할 때 또다시 노후도 평가를 받는데요. 그 사이 신축빌라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면 노후도가 떨어지면서 사업 추진이 어려워질 수 있거든요. 실제로 성북5구역은 노후 주택이 대부분인데도 깡통 빌라가 늘어나면서 노후도가 저하돼 공공재개발에서 탈락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신길1구역은 영등포구청을 상대로 '신축빌라 행위제한 요청' 민원을 제기하고 집회를 열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영등포구청은 건축행위를 막을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상 정비구역에서 해제 및 취소된 지역은 건축행위제한이 풀리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건축행위를 제한하는 건 재산권 침해로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건축행위제한은 재산권 규제 행위라 임의로 할 수 없기 때문에 법률 자문을 받아서 규제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는지 검토중"이라면서도 "다만 법률 개정이 안 된 상황에서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빌라 신축을 막기 위한 방법으론 정비예정구역 지정, 협의절차 의무화 등이 제시되고 있는데요.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우리 자치구뿐만 아니라 다른 공공개발 추진구역에서 비슷하게 발생하는 문제"라며 "가령 서울시에서 총괄적으로 검토해서 정비예정구역을 지정해 구청에서 개발행위 제한을 할 수 있게 해주면 그걸 근거로 규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종덕 위원장은 "법적인 제한이 어렵다면 공공재개발 예정구역과 LH가 MOU를 체결한 시점을 기점으로라도 행위제한할 수 있도록 세부 시행지침을 마련해 근거를 만들거나 사업 추진 주체와 빌라 신축 업자와의 협의절차를 의무화해서 우회적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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