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임기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 안정은 요원하다. 투기수요를 잡고 무주택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을 조성하겠다는 목표로 각종 규제와 세금중과 정책을 발표했지만 부작용이 더 컸다.
특히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라는 대명제로 인해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정책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공급대책이 단기에 현실화되기 어려운 까닭에 매물이 시장에 풀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부는 양도세를 낮춰도 매물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더해 현 정부보다 더 강력한 부동산 개혁을 강조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되면서 정책 변화 가능성이 더욱 낮아진 만큼 양도세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양도세, 못 낮추나 안 낮추나
정부는 다주택자를 압박해 보유주택 수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세금부담 강화 정책을 시행했다. 종합부동산세율 인상 등 보유세를 강화해 시장에 매물을 내놓도록 하는 동시에 양도세 중과로 시세차익, 이른바 불로소득을 환수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8.2대책(2017년)과 지난해 7.10대책 등을 통해 다주택자 단기거래에 대한 종부세와 취득세, 양도세 등을 강화했다. 다만 올 6월까지 양도세 중과를 유예하며 다주택자들의 매물 출회를 유도했다.
시장 반응은 회의적이었고, 정부 예상과는 다르게 흘렀다. 7.10대책 이전부터 이미 양도세 부담이 컸고,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면서 세금 부담이 늘더라도 계속 집을 보유하거나 매매 대신 증여를 택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실에 따르면 7.10대책 발표 후인 작년 7월부터 올 6월까지 2주택 이상 보유자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만8860건으로 전년대비 37% 감소했다. 같은 기간 경기도 역시 12.4% 줄어든 7만254건을 기록했다. 반면 증여 건수는 서울이 51.7% 증가한 8096건, 경기는 54.6% 늘어난 2만1223건으로 조사됐다. ▷관련기사: '다주택자 세금 올렸더니'…아파트 거래 줄고 증여만 늘었다(10월5일)
이에 대해 야당은 징벌적 과세가 부동산 시장 매물 잠김 현상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여당은 양도세 중과 유예 효과가 없다고 평가, 추가 양도세 완화 계획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홍남기 장관은 지난 6일 국정감사에서 "양도세 중과 유예를 6개월 이상 뒀고, 양도세를 인하해도 매물이 나올지 연관성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과도하게 오른 탓에 정부 입장에선 양도세를 인하하는 게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KB부동산시세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2017년 6월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6억2116만원에서 지난 9월 기준 10억6000만원으로 약 4억4000만원(70.6%) 상승했다.
양도세를 낮출 경우 집값 상승으로 발생한 시세차익은 고스란히 집주인들이 갖게 되는데, 이는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라는 부동산 정책의 큰 틀과는 정반대로 정책이 후퇴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게 부담이다.
여기에 최근 이재명 대선 후보의 부동산 공약 역시 불로소득 환수 등의 부동산 개혁을 강조하고 있어 양도세 등의 완화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는 분위기다.
개발이익 국민환원제와 건설원가‧분양원개 공개, 국토보유세 등이 이재명 지사의 주요 부동산 공약이다. 현 정부보다 더욱 강한 규제를 예고하는 셈이기도 하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양도세 인하는 부자들의 세금감면으로 비춰질 수 있어 현 정부 정책 방향과 충돌하기 때문에 정부가 방향을 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양도세, 일시적·소폭 인하론 효과 없어
부동산 시장 불안의 가장 큰 원인은 수급 불안이다. 정부가 3기 신도시를 비롯한 수도권 주요택지 사전청약과 도심고밀복합개발 등 주택공급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당장 입주할 수 있는 주택이 아니라는 점에서 수요와 공급에 시차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당장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주택의 공급이 시급하고 이를 위해선 다주택자의 매물이 시장에 풀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양도세 부담을 낮추면 거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다만 지난 7.10대책 때처럼 일시적이고 체감하기 어려운 소폭의 인하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7.10대책 이후 중과유예 기간 중 매물이 풀리지 않은 것은 이미 양도세 중과로 부담이 커져 있었기 때문"이라며 "8.2대책 이전 수준으로 양도세 인하 폭을 키우면 잠겼던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도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면서 집을 팔고 싶지만 양도세 부담에 팔지 못하는 다주택자들도 꽤 있어 이들에 대한 출구전략을 마련해줄 필요도 있다"며 "현 시점에는 양도세 완화 외 시장에 매물을 나올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양도세 완화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양도세를 풀어 나올 수 있는 물량은 제한적이라 당장 가격 안정까지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집을 팔려는 사람들도 가격을 대폭 낮추지는 않는 상황이라 대출규제까지 강화된 시점에 이를 소화할 수 있는 무주택자들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