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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 나면 수주직원에 구상권"…건설괴담 진실은

  • 2025.02.19(수) 06:36

[워치전망대]2024년 상장 대형 건설사 ③수주
19.9조 쌓은 GS건설…'창사 이래 최대'
화공 중심 삼성E&A , HDC현산도 수주 늘어
올해 목표는 "돈 되는 사업만…선택과 집중"

작년 말 건설업계에는 대형 건설사 D사의 선별수주 강화 방침 소문이 돌았다. 이익률 10%가 되지 않을 사업이면 아예 수주 영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특히 사업 후 이익이 '마이너스'가 될 경우 회사가 그 프로젝트를 따온 영업 담당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게 한다는 얘기까지 돌았다. 

소문의 진원으로 지목된 건설사 관계자는 "일률적으로 이익률을 제시하거나, 직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건 말이 안된다"며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최근 대형 건설사들의 보수적인 수주 기조를 보면 충분히 있음직한 일이라는 뒷말이 나온다.

건설업계에 찬 바람이 부는 가운데서도 지난해 대형 건설사들은 새로운 일감을 차곡차곡 쌓았다. 수익성은 예전만 못하지만 사업 외형을 유지할 신규 수주는 1년 전보다 소폭 늘렸다. 하지만 새해에는 더욱 보수적으로 태세를 가다듬고 있다. 불확실한 업황 속에서 수익성이 확보된 사업을 선별적으로 수주하겠다는 기조가 엿보인다.

2024년 주요 건설사 신규 수주 /그래픽=비즈워치

GS건설·삼성E&A '역대 최대 수주'

7개 상장 대형 건설사(현대건설, GS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 삼성E&A, 대우건설, DL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가 지난해 따낸 신규수주(연결재무제표 상 종속법인 포함)는 총 107조2638억원으로 19일 집계됐다. 2023년(101조4717억원)보다 5.7% 늘었다.

이 기간 7개 건설사는 연결 기준 전년 대비 0.4% 증가한 97조2600억원의 매출을 냈다. 반면 영업이익은 1조8965억원으로 47.5% 줄었다. 매출은 전년 수준을 유지했지만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관련기사: 웅크리는 건설사들 "몸집 경쟁, 이젠 안 할래요"(2월17일) 
빅7 건설사 합산 영업익 반토막…GS건설만 흑전(2월18일)

특히 과거 수주한 대형 프로젝트에서 손실이 불거지자 수주 단계에서부터 리스크 관리를 강화한 것이 숫자로 보인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부터 지난해 신규 수주가 2023년 대비 소폭 감소했다.

현대건설은 본체 18조3111억원,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 12조20억원 등 30조5281억원을 수주했다. 전체적으로 2조원가량 줄었는데 현대엔지니어링 수주가 20% 감소한 영향이 컸다.

주요 수주로는 △대전 도안 2-2지구 공동주택 신축공사 △부산 괴장 5구역 재개발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대형 원전 설계 △사우디 자푸라 프로젝트 패키지2 등이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건축 11조4650억원, 토목 3200억원, 플랜트 6조2570억원 등 18조420억원을 수주했다. 건축과 토목 수주는 각각 35%, 18% 줄었지만 플랜트 수주가 5배 넘게 늘었다.

가장 규모가 큰 사업은 4분기에 수주한 카타르 복합 담수 발전(3조9000억원)이었다. 이외에도 △대만 가오슝 복합개발 △기흥 NRD-K △평택 P4 △삼성서울병원 △사우디 열병합발전 등 사업을 따냈다. 주택 시공권은 △남영2구역 △신길2구역 △안양 운동장 동측 등을 확보했다.

GS건설의 신규 수주는 19조91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였던 2022년(16조740억원)을 넘어서며 창사 이래 최대 기록을 세웠다. 개별 건설사(별도재무제표 기준) 가운데는 현대건설, 삼성물산보다도 많은 업계 최대다. 

2023년 신규 수주가 주택시장 경색과 사고 여파 등으로 10조1844억원에 그쳤던 만큼 지난해엔 증가폭이 95.6%에 달했다. 특히 신사업(183%)과 플랜트(520%)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주요 수주로는 △부산 부곡2구역 재개발 △청량리6구역 재개발 △사우디아라비아 파딜리 가스 증설 프로그램 패키지2 △동북아 LNG 허브 터미널 1단계 프로젝트 △호주 SRL 동편 지하철 터널 프로젝트 등이 있다.

삼성E&A(옛 삼성엔지니어링)도 1년 새 신규 수주가 64.1% 늘어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특히 화공 비중이 11.9%에서 66.6%로 커졌다. 삼성E&A의 사업 부문은 화공, 비화공으로 분류된다. 화공플랜트는 석유·가스 탐사, 정유, 석유화학 등을 다루고 비화공 부문에선 산업, 환경, 바이오 산업시설을 수행한다.

삼성E&A 관계자는 "모듈화, 자동화 등 차별화된 수행 체계 적용과 수익성 중심의 원가관리로 주요 화공 프로젝트의 이익이 개선됐다"며 "역대 최대 규모 수주와 지속가능항공유(SAF) 시장 첫 진출 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한 해였다"고 말했다.

플랜트 신중했던 대우·DL

반면 대우건설과 DL이앤씨는 지난해 신규 수주가 2023년보다 크게 감소했다. 대우건설은 토목 1조3429억원, 주택건축 7조5662억원, 플랜트 5330억원, 연결종속 4707억원 등 9조9128억원 규모 일감을 따냈다. 2023년(13조2096억원)과 비교하면 25% 줄었다. 해외 수주가 81%나 급감한 영향이다. 부문별로는 플랜트의 감소 폭(-78%)이 컸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성남 수진1구역 재개발, 부산 남천동 주상복합, 서울 여의도 공작아파트 재건축 등 국내 수주 비중이 컸다"며 "기대했던 해외 수주는 다소 이연돼 올해 수주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DL이앤씨는 신규 수주가 2023년 14조8894억원에서 지난해 9조4805억원으로 36.3% 줄었다. DL이앤씨 본체는 39.3% 감소, 자회사인 DL건설은 25.8% 감소를 기록했다. 7개사 중 감소폭이 가장 컸다.

DL이앤씨 본체만 따로 보면 토목(1조5606억원)은 9% 늘었지만 주택(4조5124억원)과 플랜트(9728억원)가 각각 33%, 72% 줄었다. 2023년 백현 마이스(2조3880억원)의 기저효과를 빼면 지난해 주택 신규 수주는 4% 증가했다. DL건설의 경우 건축(2조1583억원)과 토목(2764억원) 모두 21%, 49%씩 감소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지난해 잠실 우성 4차, 도곡 개포한신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수주 1조원을 돌파했다"며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수익성 높은 프로젝트를 선별 수주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신규 수주가 2023년 2조6874억원에서 지난해 4조9754억원으로 85.8% 증가했다. 부문별로는 주택(자체) 5981억원, 주택(외주) 2조5183억원, 토목 878억원, 건축 1조7712억원이다. 주택(외주)의 비중이 50.6%로 가장 컸다.

2025년 주요 건설사 신규 수주 목표 /그래픽=비즈워치

잘한 곳은 낮추고, 못한 곳은 높이고

7개 건설사는 올해 신규 수주 목표액으로 총 107조6393억원을 제시했다. 지난해 따낸 신규 수주 107조2638억원 대비 불과 0.4% 늘린 것이다. 사실상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보수적인 접근이다.

1년 새 신규 수주가 감소했던 4곳(현대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우건설, DL이앤씨)은 올해 목표를 높여 잡았다. 반면 플러스를 기록했던 나머지 3곳(GS건설, 삼성E&A, HDC현대산업개발)은 하향 조정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국내 비중을 16% 줄이고 해외 비중을 45% 늘려 총 31조1412억원의 일감을 따내겠다고 밝혔다. 18조6000억원의 목표치를 설정한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공항, 데이터센터, 메트로 등 기술 특화 상품과 신사업 수주를 확대해 신규 성장동력을 구축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사업은 고객 신뢰 기반으로 반복 고객 수주, 비경쟁 수의계약 확대에 주력할 것"이라며 "주택은 핵심 권역 중심으로 시공권 확보를 3조6000억원에서 5조원 규모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은 올해 신규 수주 76.3%를 차지했던 주택 비중을 50.7%로 줄일 계획이다. 토목(13.5→23.3%)과 플랜트(5.4→21.1%) 비중은 늘린다. 대우건설 측은 "국내외 어려운 시장 상황을 고려해 매출 목표는 보수적으로 수립했으나 지속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신규 수주는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DL이앤씨는 본체 10조7000억원, DL건설 2조5000억원 등 13조2000억원의 신규 수주 목표를 제시했다. DL이앤씨의 플랜트(198%)와 DL건설의 토목(153%) 비중이 커질 전망이다.

반면 역대 최대 수주를 달성한 GS건설은 올해 신규 수주 목표를 14조3000억원으로 대폭 낮춰 잡았다. 지난해 높은 성장세를 보인 신사업(27.9→21.7%)과 플랜트(17.7→11.5%)의 비중을 하향 조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중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의 기반과 내실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E&A 역시 14조4200억원에서 11조500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삼성E&A 관계자는 "수익성 중심의 수주 전략을 이어가고 에너지 전환 분야 신사업 추진도 가속해 중장기 지속 성장 기반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보다 소폭 줄어든 4조7000억원의 목표를 제시했다.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부동산 경기 악화로 수주 경쟁이 더 치열해져 선별 수주를 하다 보면 수주 규모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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