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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나성린 "소득세 증세, 당분간 힘들다"

  • 2015.02.24(화) 08:00

MB때부터 '부자증세' 지속..朴정부 세금정책 한계
"본격적 증세 필요..국민대타협·무상복지 조정"

1000만 직장인들이 초조하게 기다렸던 연말정산의 뚜껑이 열리고 있다. 직장인들은 월급날을 맞아 환급액이 얼마인지, 추가로 납부할 세금이 있는지를 급여 명세서를 통해 확인하는 중이다. 정부의 예상을 뛰어넘어 거세게 불어닥친 '연말정산 대란', 그 실체가 드러날 일만 남았다.

 

사상 최악의 근로자 세금폭탄 혹은 조세저항일까. 어쩌면 직장인들의 엄살이었을 수도 있다. 연말정산 결과에 대해 면밀한 분석과 후속 대책이 없다면 내년에도 똑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이쯤에서 연말정산의 문제점을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렇다면 국회에서 연말정산 대란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의원은 누구일까. 이번 연말정산의 세법 개정이 이뤄졌던 2013년 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장으로 모든 것을 지켜본 나성린 의원(새누리당)과의 인터뷰를 이메일로 진행했다.

 

▲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

 

#1. 부자증세가 욕 먹는 이유

 

▲연말정산이 이렇게 요란한 적은 없었는데요.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한 이유는 조세지원의 형평성을 높이면서 세수를 확보하려던 것이에요. 기본적으로 부자증세입니다. 고소득자의 세부담은 크게 증가하고, 저소득층은 감소하고, 중산층은 평균적으로 크게 영향이 없도록 고안했어요.

 

그러나 별로 영향이 없을 것이라던 중산층에서 예상보다 세부담이 늘어난 사람들이 상당수 나타났어요(물론 세부담이 줄어든 사람들도 상당히 있지만요). 이 사람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죠. 정부가 이런 현상을 예측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실수가 있어요. 미리 방법을 강구했으면 좋았을텐데, 그렇지 않은 것도 문제였어요."

 

▲정부가 연말정산 대란을 미리 예측했다면 어떤 대책이 효과를 봤을까요

 

"원천징수를 과거처럼 좀 더 많이 해서 환급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대비할 수 있었겠죠. 연말정산 전에 언론 매체를 통해 소득유형에 따라 세부담이 늘어나는 사람과 줄어드는 사람을 세분류해서 알려줬더라면 충격이 덜했을 겁니다."

 

#2. 보완책도 완벽하진 않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연말정산 보완책을 내놨습니다. 다자녀 가구와 독신 근로자의 세금을 낮춰주고, 출산공제 부활과 연금저축 세액공제 인상, 소급 적용까지 담겨 있습니다. 보완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합니까

 

"보완책은 세부담 증가분을 상당 정도 완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어요. 그렇게 하면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면서 세수를 확보하려던 정부의 계획이 무효화되기 때문이죠. 교육비와 의료비의 공제액이 줄어들고, 고액기부자의 기부금 세액공제도 충분하지 않아요. 그래도 중산층에 있어선 세부담이 상당히 완화될 것입니다."

 

▲의료비와 교육비 공제 부분이 큰데, 야당에서도 공제 손질과 함께 법인세 증세까지 논의하자는 입장입니다. 이에 대한 의견은 무엇입니까

 

"의료비와 교육비 세액공제를 다시 소득공제로 되돌리면 공제제도의 전환 이유가 완전히 사라져서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로 인해 세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사람들이 많이 나타난다면(특히 중산층에서), 여야가 다시 협의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법인세 증세는 반대에요. 법인세 부담을 늘리면 당장은 세수를 증대시킬지 모르나 경제에 찬물을 끼얹어 결국 기업투자를 줄이고, 일자리를 줄이고, 세수를 오히려 줄이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커요. 더욱이 이명박 정부때 했던 대기업의 법인세 감소는 이미 최저한세율 인상과 비과세·감면 축소로 대부분 원상복구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법인세율 인상한다면 25% 이상의 세율 인상효과가 나타납니다."

 

#3. 나도 분납 대상자

 

▲연말정산 추가 납부 세액을 분납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입법에 나서고 있는데, 근로자의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신청합니까

 

"추가납부세금이 10만원 넘어서는 사람들의 경우 회사에 분할 납부를 신청하면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간에 거쳐 분할납부가 가능합니다. 관련 소득세법 개정안이 어제(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했죠."

 

▲연말정산을 직접 해본 결과는 어떻습니까. 소득세 감면 효과를 많이 보는 공제 항목은 무엇인가요

 

"저의 경우는 37만원 정도 추가 납부합니다. 아버님 의료비 공제, 기부금과 어르신 추가공제 등에서 감면이 있어요. 3월 말에 전체 그림이 나오겠지만, 납세자의 특성에 따라 환급 또는 추가 납부의 정도가 상당히 다를 겁니다."

 

 

#4. 결국 증세로 'U턴'

 

▲향후 세금 관련 입법에 대한 밑그림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습니까. 결국 증세 정책을 써야할 때가 온 걸까요

 

"세제를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이익보는 사람이 아무리 많고 손해보는 사람이 적어도, 손해보는 사람이 있는 한 이번 연말정산처럼 그 취지가 좋더라도 문제가 될 수 있어요.

 

박근혜 정부는 소득세와 법인세의 세율인상을 통한 본격적 증세를 하기 전에 우선 거둘 수 있는 세금은 다 거두어보자고 지난 2년간 노력했잖아요. 탈세 척결과 비과세·감면 축소, 금융자본소득 과세 강화, 경제성장 노력까지 다 해봤잖아요. 그런데 이제 그 한계에 도달했어요. 더 이상의 세수확보를 하려면 본격적인 증세가 필요할지 몰라요."

 

▲본격적 증세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까지 모두 쉽지 않은 문제인데

 

"증세는 국민대타협을 통해서 해야 합니다. 법인세가 되었던 부가가치세가 되었든 간에 증세는 무상복지를 조정하면서 동시에 할 필요가 있어요. 소득세의 증세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소득세는 이명박 정부때부터 '부자증세'를 계속해왔기 때문이죠. 최고세율 3%p 인상, 최고세율 과표기준 인하(3억원→1억5000만원),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인하(4000만원→2000만원)까지 다 그렇잖아요."

 

#5. 인센티브를 찾아라

 

▲기획재정부는 세법개정안을 내기 전 새누리당과 협의하는데요. 복지 재원이 필요한데, 세수는 부족하고, 증세에 대한 납세자들의 반발은 점점 심해지고 있어 고민이 깊은 상황입니다. 올해 세법개정안에서는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고 주문할 계획입니까

 

"우선 경제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 세제를 찾아낼 것입니다. 그리고 대기업과 고소득층 위주로 비과세·감면 축소를 계속 해야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 증세방안을 찾아내야 한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나성린 의원에게 세금이란

 

"야당과 진보진영에선 선진국보다 조세부담이 낮기 때문에 세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우리는 선진국과 치열하게 경쟁을 해야 하는 나라이기에 우리 경제능력과 재정능력에 맞게 조세부담률과 사회복지지출 수준을 정해야 해요.

 

현재는 선진국보다 낮은 조세부담률과 사회복지지출 수준을 우리 국민소득수준이 증가함에 따라 점점 높여가야 합니다. 다만 최종적으로 현재 선진국 평균 수준을 목표로 해야지, 그 이상으로 가면 천연자원 하나 없이 사람의 경쟁력만으로 승부하는 우리나라로선 감당할 수 없을 겁니다.

 

그리고 부자를 중심으로 증세하되 중산층도 일정 부분 기여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해요. '부자증세' 만으로 앞으로 증가할 복지지출 수준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입니다. 또한 국민들이 세금 측면만 보지 마시고, 사회복지 수혜수준을 동시에 보는 균형된 시각을 가져야 합니다. 자신들이 받는 무상급식, 부상보육, 의료비헤택, 등록금헤택, 기초연금, 기초생보수당 등은 고려하지 않고 세금 내는 것만 계산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에요. 받는 만큼 낼 준비가 되어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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