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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초심(修球初心):김용준 골프 레슨]①클럽은 겨울에 바꿔야

  • 2019.11.08(금) 05:53

'새 목표'로 열정 재충전 기회
새 클럽에 적응할 시간도 충분

진정한 고수가 되려면 골프 클럽은 겨울에 바꿔야 한다

[수구초심(修球初心)]은 김용준 전문위원이 풀어가는 골프 레슨이다. 칼럼명은 '여우가 죽을 때 고향 쪽을 향해 머리를 둔다'는 뜻인 고사성어 '수구초심(首丘初心)'을 살짝 비틀어 정했다. '머리 수(首)'자 자리에 '닦을 수(修)'자를 넣고 '언덕 구(丘)'자는 '공 구(球)'자로 바꿨다. 센스 있는 독자라면 설명하기도 전에 이미 그 뜻을 알아챘을 것이다. 처음 배울 때 그 마음으로 돌아가 골프를 수련하자는 뜻이라는 것을. 김 위원은 경제신문 기자 출신이다. 그는 순수 독학으로 마흔 네살에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 골퍼가 됐다. 김 위원이 들려주는 골프 레슨 이야기가 독자 골프 실력을 조금이라도 늘리는 데 보탬이 되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잔디는 마지막 남은 생기로 힘을 내고 있다. 골퍼 마음도 급하다. 얼마 남지 않은 시즌을 한 번이라도 더 누릴 기회를 가지려고.

잔디가 다 사그라들고 땅이 얼면 골프 클럽을 닦아 치워두기 마련이다. 그리곤 긴 겨울을 원망하며 새 봄을 기다린다. 클럽을 다시 꺼내드는 것은 오랜 휴식 뒤에 새 순이 돋을 무렵. 그리고 겨우내 굳은 몸을 서둘러 깨우려고 땀을 흘린다. 안간힘을 써도 제 스윙이 돌아오기까지는 한참 더 시간이 걸린 터. 땅은 녹아도 몸은 녹지 않는 답답함이 나를 휘감는다. '클럽이 나와 잘 안 맞는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이 때쯤. 골프 클럽을 교체하고 싶은 '유혹'이 슬금슬금 올라온다. 한창 전쟁을 치르고 있는 바로 그 시점에 말이다.

'새 클럽으로 바꾸면 비용과 시간이 이만저만 드는 게 아니야'라며 의연하게 버티는 것도 하루 이틀. 라이벌이 새 드라이버를 꺼내 들고 굿샷을 한번이라도 날릴라치면 내 발길은 어느새 골프용품 샵으로 향한다. 그렇게 백 속에 담은 새 클럽에 적응하는 데 한두 달이 후딱 간다. 그 정도 시간을 투자해서라도 효과를 보면 그나마 다행이다. 결국 적응하지 못하고 쓰던 클럽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속담을 떠올리면서. 어떤가? 흐흐흐. 혹시 '남 얘기같지 않네'라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진정한 고수가 되고 싶다면 이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바로 '봄이 아닌 겨울에 골프 클럽을 교체해야 한다'는 얘기다.

고개를 끄덕인다면 이미 기량이 상당한 골퍼다. 무슨 말인지 와닿지 않는다면 아직 멀었다? 섭섭하게 들려도 할 수 없다. 사실이니까. 무슨 얘기냐 하면 바로 이런 얘기다. 머지않아 올 시즌은 끝난다. 시즌이 끝나면 독자도 자신의 골프를 돌아볼 것이다. 그래 본 적이 없다고? 올해부터라도 그렇게 하면 된다. 아쉬운 점이 무엇이었는지 꼭 따져보기 바란다. 그리고 동계 훈련 계획을 세우자. 갖고 싶은 골프 클럽이 있었다면 바로 이 때다. 과감하게 투자하자.

겨울에 새 클럽을 손에 쥐면 두가지 이득이 있다.

첫째는 열정이 생긴다. 신기하다. 새 클럽이 생기면 한 번이라도 더 연습하러 가게 된다. 독자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도 그렇다. 열정은 골프를 빨리 늘게 해주는 마법 가운데 두번째로 강력한 것이다. 가장 강력한 마법은 뭐냐고? 라이벌에 대한 복수심이라는 사실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클럽 교체는 열정이라는 마법을 돈으로 사는 것이다'. 말해놓고 보니 내가 들어도 그럴싸하다. 찬 바람에 손이 시리고 얼굴이 따끔해도 연습장에 나가게 해주는 그 열정을 사자는 것이다.

둘째는 새 클럽에 적응할 충분한 시간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겨울 동안 착실히 새 클럽에 적응했다고 가정해 보자. 내년 봄에는 몇 차례만 더 실전에 투입해도 진짜 내 클럽이 된다. 구력이 긴 골퍼라면 시즌 중에 클럽을 바꿔 놓고도 '구관(옛 클럽)'과 '신관(새 클럽)' 사이를 방황하던 기억이 있지 않은가? 부끄럽지만 나도 있다. 라운드를 계속 하면서는 새 클럽에 적응하기가 만만치 않다. 스윙 방법을 시즌 중에 바꾸는 것과 비슷한 이유다. 클럽마다 특성이 조금 달라서 몸이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어색한 클럽으로 경기를 치를 때 고통은 여간 큰 것이 아니다. 내기라도 크게 하는 골퍼라면 더 그럴 것이다. 새 클럽과 대화를 나누기에 겨울이 좋은 것은 이런 이유다. 라운드를 하지 않아도 되는 계절이라서.

상상해 보라. 새 클럽으로 무장하고 겨우내 수련을 한 채 나타난 자신 모습을. 그리고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나온 '원수'와 대결을. 결과는? 물어보나 마나다. 독자에게 연패한 원수는 십중팔구 자신의 클럽을 탓할 것이다. 실은 겨울에 게으름을 피운 자신을 탓해야 할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는 시즌 중에 클럽을 교체할 것이고. 또 새 클럽에 적응하느라 한동안 허우적거릴 것이 뻔하다. 새 드라이버와 쓰던 드라이버 두 개를 다 백에 넣고 와서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며 플레하는 라이벌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가. 아차! 새로 솟는 복수심이 그를 강하게 할 것이라는 것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쩝. 그건 어쩔 수 없다.

혹시 김 위원이 골프 클럽 업체들 마케팅을 돕는 것 아닌가 하고 의심하지 말기 바란다. 내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부끄러운 사실 하나를 고백한다. 나는 아직까지 클럽을 후원해주는 후원사가 없다. 흑. 워낙 무명에 하수라 그런가? 혹시 나중에 특정 클럽 사용 후기를 올리더라도 너무 흉보지 말기 바란다. 진정한 프로 골퍼란 자신을 위해 또 후원자들을 위해 뛰기 마련이니까.

김용준 골프전문위원(더골프채널코리아 해설위원 겸 KPGA 경기위원 &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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