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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핫&쿨]⑥아! 세월호

  • 2014.07.09(수) 09:40

세월호 참사 이후 '꽁꽁' 닫힌 지갑
땡처리·10억경품 동원해도 요지부동

2014년 4월16일. 탑승객 476명(추정)을 실은 세월호가 진도군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대한민국 사회도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어른들의 무책임과 정부의 허술한 초동대처,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가장 기본적인 안전문제마저 외면했던 우리사회의 난맥상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5000만 대한민국호 탑승객은 너나 할 것없이 말을 잃었다.

 

세월호는 아이들만 빼앗아간 게 아니다. 상식과 희망, 일상생활의 소소한 기쁨까지 함께 증발했다. `경제는 심리다`라는 말을 입증하듯 대한민국 경제에도 적지않은 타격을 안겼다.  

◇ 고군분투하는 대형마트

한국금융연구원·현대경제연구원·LG경제연구원 등 주요 경제연구소들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내리고 있다. 한국은행도 오는 10일 발표할 수정경제전망에서 당초 4.0%인 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 가량 낮출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여기에는 내수부진에 세월호 참사가 겹치면서 민간의 경제활동이 위축된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우리 경제는 세월호 참사의 부정적 영향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회복이 지체되고 있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여파는 국민들의 소비생활과 밀접한 움직임을 보이는 유통업계의 매출동향에 그대로 나타난다.

이마트는 월 2회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규제로 지난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2.9% 줄어든데 이어 올해는 경기불황에 세월호 참사가 겹쳐 1.6% 줄었다. 롯데마트도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마찬가지. 이들 대형마트는 1년에 두 번하던 대형할인행사를 7월에 한차례 더하고, 땡처리 수준에 달하는 특가행사를 6개월 앞당겨 실시하는 등 소비심리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 월드컵 특수도 사라지고

월드컵 특수도 기대 이하로 끝났다. 홈플러스는 붉은악마 공식응원복을 100만장 이상 준비했으나 수십만장을 재고로 떠안았다. 한국 대표팀 경기도 새벽에 열려 치킨과 맥주집 등 동네상권도 별다른 혜택을 입지 못했다.

퇴임을 앞둔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사람으로서 경기 회복세를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아쉽고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둬야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월드컵이 소비부진의 탈출구가 되길 기대하던 현 부총리였지만 그의 바람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지난달 말 10억원의 경품을 내세우며 한달간의 여름세일에 돌입한 백화점들도 우울한 성적표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백화점 세일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첫 주말 매출신장률은 지난해와 비교해 반토막났다. 겨울상품을 한여름에 저렴하게 파는 역발상 마케팅에도 공을 들였지만 움츠러든 소비심리를 되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릴 수 있는 계기가 있어야하는데 지금으로선 그 계기가 보이지 않는다"며 답답해했다.


◇`세월호 블랙홀` 출구전략 고심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석달 가까이 됐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의 분위기는 무겁다. 지금도 진도 팽목항에 직원들을 보내 자원봉사 활동을 펴는 몇몇 기업들은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세월호와 관련해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을 꺼리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세월호와 관련해 대한민국에서 자유로운 이는 아무도 없다"며 "이 같은 국민정서를 무시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정부는 내수경기가 꽁꽁 얼어붙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기업들도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묻는 것 못지 않게 침체된 소비심리를 되살릴 계기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난달 100억원어치의 국민관광상품권을 구입해 임직원들에게 나눠주기로 한 SK그룹의 행보가 주목받은 것도 누군가 메야할 총대를 먼저 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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