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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핫&쿨]⑦부처간 싸움에 등터진 기업

  • 2014.07.09(수) 14:47

저탄소차협력금 두고 환경부와 기재부·산업부 '대립'
車연비 측정 둘러싼 부처 이기주의..대통령도 '개탄'

기업들에게 정부 정책은 매우 중요하다. 기업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그래서 기업들은 늘 정부의 정책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올해 자동차 업계는 정부의 엇박자 정책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자동차 연비 측정 기준과 저탄소차협력금 제도가 대표적이다.
 
◇ 저탄소협력금 두고 '충돌'
 
저탄소차협력금 제도는 정부와 자동차 업계 간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사례다. 정부는 도입을 주장하고 업계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더욱 혼란스러운 것은 정부 부처 간에도 제도 도입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차를 살 때는 보조금을 주고 많은 차에는 부담금을 부과하는 저탄소차협력금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제도 도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곳은 환경부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징벌적 규제라며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3개 부처가 산하 국책연구기관에 공동 용역을 맡겨 실효성을 연구한 결과(중간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환경부 산하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부담금 대상 차량을 점차 늘려가는 식으로 조정하되 시행은 예정대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기재부 산하 조세재정연구원과 산업부 산하 산업연구원은 온실가스 감축효과는 적고 국산차 피해만 커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 저탄소차협력금제도 도입을 두고 환경부와 기재부·산업부가 충돌하고 있다. 환경부는 예정대로 시행하되 부담금 부과 대상 차량을 줄이는 방안을, 기재부·산업부는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업계도 혼란스럽다. 가솔린과 중대형차 비중이 높은 국산차 업체들은 수입차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역차별이 우려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도 브랜드별로 의견이 갈린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저탄소차협력금제도 시행 5년 후 국산차의 가격이 최대 243만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 만큼 업체들은 제도 시행 여부와 부과 기준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갈등의 조정자가 아니라 '조장자'가 되고 있다"며 "정부 부처가 한 목소리로 정책을 추진해야 혼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연비 논란..부처 이기주의의 극치
 
정부 부처 간 이기주의가 극명히 드러난 사례는 또 있다. 얼마전 논란이 됐던 자동차 연비 측정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도 우려를 표명했을 만큼 자동차 연비 측정 문제는 부처 이기주의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국토교통부와 산업부는 같은 차종에 대한 연비 측정 결과를 다르게 발표했다. 국토부는 이들 차량의 연비가 과장됐다고 결론을 내렸다. 반면 산업부는 오차 범위를 벗어나지 않아 적합하다고 밝혔다. 두 부처 간 대립으로 결국 공동으로 2차 검증까지 나섰다. 업계와 소비자는 2차 검증 결과에 주목했다. 하지만 결과는 같았다. 국토부와 산업부는 시종일관 부적합과 적합을 두고 맞섰다.
 

국무조정실과 기재부가 중재 나섰다. 그러나 이들도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했다. 그저 "송구하다"는 입장 뿐이었다. 결국 국토부는 현대차와 쌍용차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업계는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이제껏 10여년을 산업부가 제시한 기준에 맞춰왔고 이를 바탕으로 차량을 판매해 왔는데 갑자기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피해를 봤다고 생각한 소비자들이 집단소송에 나선 점이다. 연비 문제가 법정에서 가려질 판이다. 업계는 이번 건으로 소비자 신뢰 하락은 물론 판매 부진으로 이어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 부처 간 칸막이 없어져야
 
부처 이기주의는 역대 정부마다 경계 대상 1호로 지목돼 왔다. 박근혜 정부도 출범 초기부터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는 것을 국정과제의 하나로 삼았다. 하지만 부처 이기주의 타파는 공염불이 되고 있다.
 
저탄소차협력금제도 도입 논란의 이면에는 부처 간 이기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도입을 주장하는 환경부는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빌미로 업계를 장악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기재부는 세수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재정흑자가 발생하겠지만 오는 2016년부터는 보조금 지급으로 재정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기재부의 입장에서는 제도 도입을 반대할 수밖에 없다.
 
▲ 부처이기주의 타파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중 하나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를 둘러싼 부처별 대립은 도를 넘고 있다.

산업부는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또 자기 밥그릇이었던 자동차 업계를 환경부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연비 논란도 마찬가지다. 국토부는 산업부가 장악하고 있던 자동차 업계를 자신들의 입김 아래 두기 위해 연비 문제를 꺼내들었고 일정 부분 성공을 거뒀다.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올바른 기준을 세우기 위해 부처 간에 토론하고 때론 대립할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자신들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 업계와 소비자를 볼모로 삼는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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