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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핫&쿨]④끝모를 보조금 '대란'

  • 2014.07.07(월) 14:06

통신업계, 가입자 포화로 보조금 전쟁
영업정지에도 계속..단통법 시행 앞둬

올 상반기에도 이동통신 업계는 '보조금'으로 울고 웃었다. 경쟁사 가입자를 뺏기 위해 과도한 보조금을 투입했고 시장은 혼탁해졌다. 보다 못한 정부가 역대 최장의 영업정지 징계 조치를 내렸으나 불법 행위는 여전했다. 

 

이통 3사가 교대로 영업정지에 들어갔지만 이전 보다 더 뜨거운 보조금 전쟁이 이어졌다. 이 와중에 상대방을 헐뜯고 편법 행위를 들춰내는 등 눈꼴 사나운 광경도 연출됐다.

 

◇고가폰 공짜로 만드는 보조금 위력 

▲ 지난 3월 이동통신 3사 임원들이 정부과천청사 미래창조과학부 브리핑룸에서 불법 보조금 개선을 위한 '공정경쟁 서약'을 공개하고 있다. (왼쪽부터)윤원영 SK텔레콤 마케팅부문장, 임헌문 KT 커스터머부문장, 황현식 LG유플러스 MS본부장 [사진=이명근 기자]


지난 1월23일 온·오프라인 휴대폰 매장이 들썩인 일이 있다. 유명 휴대폰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고가 스마트폰의 할부원금이 급격히 떨어지더니 급기야 공짜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한 상한선(27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80만원~100만원의 보조금이 뿌려진 것으로 알려지자 소비자들이 우르르 사이트로 몰리면서 해당 사이트 접속이 안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새벽 시간대 공짜폰을 구매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 앞에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도 나타났다. 네티즌들이 말하는 '1.23 대란'이다.

 

대란은 계속됐다. 설날을 전후로 이통사들이 일주일에 한번 꼴로 대규모 보조금 살포에 나서면서 '2.11'. '2'.26' 대란 등이 이어졌다. 대란이 일어날 때마다 번호이동 건수는 크게 출렁였다. 특히 1월과 2월에는 한달간 번호이동건수가 연속으로 100만건을 넘어설 정도로 시장이 과열됐다.

보조금 경쟁이 연초부터 뜨거워진 것은 신형 스마트폰 출시를 앞두고 구형 모델을 밀어내려는 제조사와 점유율 경쟁을 펼치는 이통사들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통 업계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점유율 50% 절대 사수' 방침을 밝히면서 경쟁사들간 가입자 뺏기 전쟁은 식을 줄 모르고 이어졌다. 이통 3사 임원들이 미래부 브리핑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 보조금 전쟁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으나 겉치레에 불과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가 각 통신사 임원을 긴급 호출해 시장안정화를 주문하는가 하면 미래부가 이통 3사에 각각 45일의 최장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어르고 달랬으나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통사들은 '연례 행사'인 양 영업정지 처분에 크게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영업정지를 앞두고 한 명이라도 더 뺏어오기 위해 뭉치돈을 투입했다. 한 온라인 게시판에는 '영업정지 전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홍보 문구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단통법에 혼재된 찬반 효과 


지난 3월13일부터 LG유플러스와 KT를 시작으로 이통사들이 돌아가면서 영업정지에 들어갔다. 신규 가입은 물론 번호이동이나 기기변경도 막혔다. 강도 높은 수준의 징계 조치가 내려졌으나 이통사들은 자숙하기는 커녕 불법 행위를 계속했다. 한발 더 나아가 상대방의 편법 행위를 폭로하기도 했다.

 

이 기간 이통사들은 특정 업체로의 번호이동 쏠림 현상을 놓고 날카롭게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4월초에 잠깐 영업정지가 풀린 LG유플러스로 가입자가 급격히 몰리자 경쟁사들은 LG유플러스가 과도한 보조금을 살포하거나 '사전 예약' 등 편법을 통해 가입자를 유치했다고 주장했다. 영업정지 기간에는 어떠한 형태로든 가입자 유치를 할 수 없는데 LG유플러스가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SK텔레콤과 KT는 LG유플러스의 불법 영업에 대한 증빙자료를 수집해 미래부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러자 LG유플러스도 경쟁사가 일명 '보조금 파파라치'를 조직적으로 운영하면서 함정수사를 벌였다고 맞받아치면서 이전투구 양상으로 이어졌다. 서로 경쟁사의 불법 보조금 수준을 폭로하며 '네 탓 공방'을 벌였다. 

 

이통사들은 영업정지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보조금 전쟁을 재개했다. 그동안 잃은 가입자를 되찾기 위해 법정 상한선의 4배에 달하는 보조금을 살포해 정부를 비웃는 모양새다.

 

이통사들이 보조금 경쟁을 끊임없이 벌이는 것은 휴대폰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가입자가 전체 인구수를 웃돌 정도로 많아져 가입자를 서로 뺏어오는 것 말고는 뾰족한 방법이 없어서다. 

 

이통사들은 오는 10월부터 시행되는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유통구조 개선법)'을 앞두고 있다. 단통법은 불법 보조금으로 얼룩진 지금의 휴대폰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된 법률로,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했다. 단통법이 시행되면 이통사는 보조금을 고객에게 공개적으로 알리고 해당금액을 차별 없이 지급해야 한다.


다만 단통법이 시행되면 삼성전자 등 제조회사는 장려금과 출고가 관련 자료를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이통사만 적용받던 보조금 규제가 사실상 제조사에까지 확대되는 셈이다. 이러다 보니 정부와 제조사간 갈등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정보들이 노출될 우려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단통법 시행으로 휴대폰 가격 거품이 빠지면서 가격 안정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관련업계에서는 단통법의 효과에 대해 의견이 갈리고 있다. 원래 단통법의 의도했던 휴대폰 출고가 인하로 이어져 가계 통신비가 절감될 것이란 의견도 있으나 제조사와 통신사 보조금 규모가 전반적으로 줄어들어 소비자 부담을 늘린다는 반대 의견이 혼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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