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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쿠르트, 멀고 먼 '메디컬그룹의 길'

  • 2014.07.17(목) 17:26

계열사 ‘메디컬그룹나무’ 자본잠식..100억 증자
수술 로봇 '큐렉소' 적자..회사 측 "장기투자 필요"

 

한국야쿠르트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의료사업에서 쓴맛을 보고 있다.

 

우선 2008년 설립된 병원 컨설팅업체 '메디컬그룹나무'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자본잠식에 빠졌다. 컨설팅을 맡은 '비에비스나무병원'(이하 나무병원) 탓에 100억원을 긴급 증자했지만, 또 다시 나무병원에 60억원을 빌려주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식'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2011년에 인수한 수술용 로봇 업체 큐렉소도 몇 년 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국내에서 수술 로봇을 도입한 병원은 12곳뿐으로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100억 대손상각비로 처리..60억 또 대여

메디컬그룹나무는 작년 말 자본잠식에 빠졌다. 나무병원의 상황이 악화되면서 자본금 140억원 중 100억원 가량을 까먹었다. 나무병원에서 받아야 할 매출채권(47억원)과 장기대여금(58억원)을 대손상각비로 처리했다. 100억원을 떼인 셈이다. 감사를 맡고 있는 삼정회계법인은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능력에 중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2008년 소화기 전문으로 개원한 나무병원은 대한소화기학회 회장을 역임한 민영일 씨가 원장을 맡고 있다. 메디컬그룹나무는 나무병원에 의료기기 등을 빌려주고 2015년 9월까지 매달 779만원의 리스료를 받기로 했다.  나무병원이 초기 정착에 실패하면서, 리스료가 밀리기 시작했다. 자금난에 빠진 병원에 돈도 계속 빌려줬다. 악순환이었다.

 

메디컬그룹나무는 2011년 건강기능식품사업부를 한국야쿠르트에 매각, 병원 컨설팅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메디컬그룹나무는 4년째 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엔 5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1년 33명에 이르던 메디컬그룹나무 임직원수는 4명으로 줄었다. 대표이사와 감사 등 임원만 남았다. 최근 논현동 삼성당빌딩 사무실도 비웠다. 이 건물 관계자는 “올 2월에 나갔다”고 말했다. 현재 메디컬그룹나무는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나무병원도 임차료를 절약하기 위해 지난 3월 병원을 이전했다.

 

결국 지난 1월 메디컬그룹나무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100억원을 수혈, 자본잠식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증자 뒤 나무병원에게 곧바로 60억원을 빌려줬다. 밑빠진 독에 계속 물을 붓고 있는 셈이다.

 

메디컬그룹나무의 자본금은 한국야쿠르트(64.64%)와 팔도(19.29%), 오너인 윤호중 한국야쿠르트 전무(16.07%)가 댔다. 한국야쿠르트 오너 2세의 ‘의지’가 담긴 셈이다. 업계는 윤 전무가 신사업을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보고있다. 올 1월 메디컬그룹나무 유상증자에 참여한 윤 전무는 적자가 난 팔도로 부터 31억원의 배당을 받기도 했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윤 전무는 오너로서 역할만 하고 있다”며 “경영진으로 말하긴 아직 이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사업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주주로서 한국야쿠르트와 팔도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전무는 팔도 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고, 팔도는 한국야쿠르트 지분 40.83%를 확보하고 있다.

 

현재 메디컬그룹나무는 1978년생인 윤선중 대표이사가 이끌고 있다. 윤 대표는 지난 2004년 말 한국야쿠르트 신입사원으로 들어와, 2011년 메디컬그룹나무의 대표이사에 올랐다. 초고속 승진이다. 이 관계자는 "윤 전무와 이름만 비슷할뿐, 오너가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와 입사동기인 한 전직 직원은 "동기가 많아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식음료업계에서 보수적인 기업문화로 알려진 한국야쿠르트에서 윤 대표 같은 초고속승진은 의외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 수술로봇, 언제 작동하나

2008년 메디컬그룹나무를 설립한 한국야쿠르트는 2011년 정형외과 수술로봇 ‘로보닥’(ROBODOC) 생산업체 큐렉소를 인수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유상증자(300억원), 신주인수권부사채(200억원) 등 총 678억원을 투자했다. 현재 지분율은 39.69%.

하지만 수술로봇은 적자의 늪에 빠져있다. 큐렉소의 영업손실(연결 기준)은 71억원(2011년), 142억원(2012년), 134억원(2013년), 44억원(2014년 1분기) 등 수 년째 이어지고 있다. 큐렉소 관계자는 “개별기준으로는 지난해 4억원의 흑자를 냈다”며 “연구개발을 주도 하는 미국 자회사 때문으로, 한국은 적자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 로보닥

실제로 큐렉소의 미국 자회사 큐렉소 테크놀로지(CUREXO Technology Corp)는 지난해 137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2012년(99억원)보다 손실폭도 커졌다. 이 관계자는 “로보닥 차기버전인 2.0이 연구개발 중이고, 미국 FDA의 승인 결과도 기다리고 있다”며 “당분간 연구비는 계속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큐렉소는 궁여지책으로 한국야쿠르트와 팔도에 라면과 발효유 원재료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이 사업에서 2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반면 의료기기 부문의 작년 영업손실은 157억원에 이른다. 의료기기 사업부가 살아나지 않는 이상, 그룹의 지원으로만으로 숨통을 틔울수 없는 상황이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현재 로보닥은 국내 12개 병원과 해외 5곳에 설치돼 있을 뿐이다. 2009년 삼성의료원에 로보닥 1대를 납품했지만, 아직까지 납품대금 15억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2011년 인수 당시 1만원대였던 큐렉소 주가는 현재 3000원대로 떨어졌다.

이 밖에 한국야쿠르트가 25억원을 투자한 천연물 벤처기업 '엘컴사이언스', 20억원을 투자한 노인요양업체인 '그린케어' 등도 지난해 손실을 냈다. 흑자를 내는 곳은 한의학 신약개발 벤처 '뉴메드'가 유일하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의료사업은 일종의 벤처 사업”이라며 “결실을 맺기위해서는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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