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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돌 e쇼핑]①전선없는 무한경쟁 돌입

  • 2015.03.16(월) 16:58

아마존·알리바바 상륙에 위기감
국경·온오프라인 경계도 허물어져

"저 공룡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죠. 이젠 정신 바짝 차리고 쫓아가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온 겁니다."


재계의 얼리어답터로 알려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2010년 한 일간지에 기고한 칼럼에서 아마존을 공룡에 빗대며 이 같은 위기감을 드러냈다. 그로부터 5년이 흘러 서울 역삼동 GS타워에 아마존 입주가 결정되자 유통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신세계는 올해 1월 IT 엔지니어들이 모인 별도의 연구소(S-랩)를 신설했고,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선 신세계와 이마트, 신세계I&C에 IT전문가(김영걸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조원규 구글코리아 전 사장)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유통과 IT의 결합이 피할 수 없는 시대가 됐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전했다.

 

◇ 아마존의 공습


서비스를 시작한지 올해로 20년이 된 아마존은 지난해 매출 890억달러(우리돈 93조원)를 올린 세계 최대의 온라인쇼핑몰이다. 취급품목만 2억개가 넘는다. 아마존은 상품을 중개하는 유통업에서 벗어나 상품의 보관과 배송을 담당하는 물류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최근엔 무인항공기 '드론'을 활용한 상품배송 모델로 관심을 끌었다.

 

온라인쇼핑 이용자의 불만이 컸던 결제시스템도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의 '천송이 코트' 발언 이후에야 개선 움직임이 본격화된 국내와 달리 아마존은 이미 1997년 '원클릭'이라는 독자적인 결제시스템을 선보여 특허까지 받았다.

 

오린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아마존이 국내시장에 진출하면 오픈마켓을 시작으로, 홈쇼핑, 백화점 등 유통업계의 가격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아마존은 판매자들에게 일정 수수료를 받고 물류창고(Fulfillment Center)를 제공하고, 고객에게 주문을 받았을 때 이 곳에서 바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출처=아마존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 확산되는 위기감

세계적으로 산업간 경계는 급속히 허물어지고 있다. 구글과 애플은 자동차산업을 넘보고 금융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결제서비스는 제조사와 통신사, 포털업체들의 격전장이 됐다. 국내 유통업계도 격변의 복판에 서있다. 20~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온오프라인과 국경을 허무는 소비행태가 두드러지면서 유통업체들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기반의 영업방식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대기업 식품회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핵심 영업인력이 아마존으로 이직한다고 해 회사가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며 "아마존 진출을 강건너 불 구경하듯 지켜보던 때는 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재계 5위의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수차례에 걸쳐 아마존과 알리바바를 지목하며 임직원들의 변화를 당부한 것도 고객을 앉아서 기다리는 예전 방식으로는 백화점·마트·슈퍼마켓·편의점 등의 경쟁력을 살리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꺼내든 게 '옴니채널' 전략이다. 롯데는 백화점이나 마트에 들어서면 고객의 휴대폰으로 할인쿠폰이 발송되는 '비콘 서비스'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통해 빠른 배송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변화를 모색 중이다. 그럼에도 변화의 속도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쇼핑행태는 변했는데 우리는 매출부진의 원인을 소비침체와 영업규제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지금같은 근시안적 대처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이번엔 다르다"


최근엔 중국의 알리바바가 한국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유통업계의 위기감이 더해지고 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지난해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을 방문할 때 동행한데 이어 8월에 다시 한국을 찾아 박근혜 대통령을 면담하는 등 한국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선 인천시가 영종도 경제자유구역에 100만m²(약 30만평) 규모의 '알리바바 타운'을 조성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랐다.

과거 월마트와 까르푸가 한국시장에 진출했다가 철수한 사례를 들어 아마존과 알리바바의 진출을 시기상조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월마트와 까르푸는 한국의 쇼핑문화와 맞지 않는 글로벌 표준을 고수하다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의 소비자들은 해외직구에 익숙해져있는데다 저렴한 가격과 상품의 다양성, 결제편의 등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새로운 가치에 점수를 더 주고 있다. 리서치회사 칸타월드패널은 최근 보고서에서 "온라인쇼핑의 가장 큰 성장동력은 편리성과 시간절약"이라며 "편리함이라는 효용을 극대화하는 게 성장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진백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아마존이 일본시장을 평정했듯 한국시장에 포커스를 둔다면 할 수 있는 게 많다"며 "당장의 이익보다 규모의 경제를 우선하고, 혁신을 통해 고객지향적인 서비스를 선보이는 과정이 계속된다면 그 파급력은 예상보다 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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