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
올 1분기 롯데제과 중국법인인 ‘롯데 차이나 푸드(Lotte china Foods)’의 가동률이다. 북경에 위치한 이 법인은 껌, 초코파이 등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올 1~3월 석 달간 공장 가동 시간은 고작 172시간. 하루 8시간씩 공장을 돌렸다면, 정상적으로 가동된 날은 21일 뿐이다. 나머지 2달이 넘는 날은 공장이 멈춰 서있었다는 얘기다.
◇ 북경 공장, 생산량 뚝 뚝
‘롯데 차이나 푸드’는 롯데그룹 중국 진출의 상징적 법인이다. 1994년 설립된 북경식품법인이 전신으로, 경영은 일본 롯데가 맡았다. 파이(PIE)류를 시작으로 껌, 코알라(KOALA, 일본 롯데의 과자 브랜드), 빼빼로(PEPERO) 등을 북경에서 생산했다. 2010년엔 한국 롯데가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후 ID 껌 라인을 증설하는 등 한국 롯데 DNA를 심었다.
결과는 신통치 않다. 롯데차이나푸드 가동률은 35.2%(2012년), 21.4%(2013년), 29.5%(2014년), 13.7%(2015년 1분기) 등 감소 추세다. 실제 생산량은 더 심각하다. 7352톤(2012년), 6850톤(2013년), 4485톤(2014년) 등 생산량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공장이 안 돌아가니 실적도 바닥이다. 롯데 차이나 푸드 매출은 503억원(2012년), 470억원(2013년), 301억원(2014년)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올 1분기 매출(55억원)도 전년동기 대비 15.8% 줄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현재는 물량 조절 상태”라며 “주간 위주로 공장을 돌리고 있어 가동률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1분기에는 춘절이 끼어있어 가동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경영개선 작업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가동률이 떨어질 것”이라며 “1분기가 지나고 성수기가 되면 가동률은 조금씩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 상하이·칭다오·산둥 법인 실적 악화
롯데제과가 ‘롯데 차이나 푸드’ 외에 중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법인 3곳의 실적도 악화되고 있다.
중국 사업의 지주회사 격인 롯데 차이나 인베스트먼트(Lotte China Investment, 상하이 소재)는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매출은 609억원(2012년) 526억원(2013년), 343억원(2014년) 등 급감하고 있다. 올 1분기 매출(85억원)도 전년동기 대비 11.1% 줄었다. 당기순손실은 2007년 이후 8년째 이어지고 있다. 결손금이 누적되면서 현재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ABC초콜릿, ID껌, 빼빼로 등의 판매 부진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롯데제과가 운영하는 한 중국 공장에서 자일리톨 껌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 = 회사 홈페이지) |
아이스크림을 생산하는 롯데 아이스 산둥(Lotte Ice Shandong)의 올 1분기 매출은 고작 200만원. 작년 1분기 매출 7억3800만원과 비교하면 ‘어닝쇼크’다. 46억9100만원(2013년), 29억2800만원(2014년) 등 매출 하락세가 올해 들어 더 심각해진 것이다. 올 1분기 순손실도 12억2100만원으로, 작년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당기순손실은 2011년 이후 4년째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산둥 공장은 현재 설비나 제품 포트폴리오를 조정 중”이라며 “이후에 제품 공급 시스템이나 영업망 등을 재정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롯데 칭다오 푸드(Lotte Qingdao Foods)는 올 1분기 매출 23억4500만원과 순손실 2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작년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32% 줄었고 순손실은 11배 커졌다. 이 법인의 매출은 2010년 129억원에서 2013년 173억원까지 늘었지만, 지난해 146억원으로 꺾였다.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실적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 해외 6276억 투자해 5222억 매출 올려
2009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18년까지 그룹 매출 2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롯데제과는 국내 3조원, 해외 4조5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해 그룹 비전 달성에 동참하기로 했다.
2018년까지 4년도 채 남지 않았지만, 롯데제과는 지난해 2조2248억원의 매출을 거두는 데 그쳤다. 이 가운데 국내 매출은 1조7026억원. 해외 매출은 5222억원에 불과하다. 롯데제과가 2008년 이후 8년간 해외 지분 투자와 인수합병(M&A)에 총 6276억원을 쏟아 부은 것에 비해 초라한 성적표다.
국내외에서 롯데제과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오리온은 초코파이(이하 작년 해외 매출 2700억원), 오!감자(1990억원), 예감(1700억원), 고래밥(1630억원), 자일리톨껌(1580억), 초코송이(1100억원) 등을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냈다. 오리온은 지난해 중국에서만 1조161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작년 롯데제과 중국 매출 385억원에 비해 30배 더 많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제과가 품질이나 마케팅에서 밀릴 것이 없는 회사”라며 “하지만 중국에선 조직 내부 정리가 잘 안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서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의 관계가 애매해, 영업 등을 세게 밀어붙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내서 롯데제과가 펩시코(PepsiCo)와 제휴를 통해 치토스, 썬칩 등을 판매하고 있는데, 펩시코가 중국에선 다른 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