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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따라 너도나도 홈퍼니싱..경쟁력은 과연?

  • 2015.07.03(금) 08:48

가구업체·마트·백화점도 앞다퉈 진입
컨셉트룸·제품까지 비슷.."질저하" 우려

이케아의 진출 이후 국내 가구·유통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대형 가구업체는 물론 마트와 백화점까지 홈퍼니싱 매장을 강화하고 있는 것. 갈수록 홈퍼니싱 시장에서의 경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차별화없이 고만고만한 판매전략을 따라하고 있어 장기적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형전시장에 컨셉트룸을 배치하고 국내 동일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의 인테리어 소품을 파는 등 사실상 간판만 바꿨다는 지적이다. 

 

◇가구업체·마트..너도 나도 '홈퍼니싱'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케아의 진출 이후 가구시장에 구조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 가구시장은 수요층에 따라 가정용·사무용·특판용으로 나뉘며 전체 시장 규모는 10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홈퍼니싱은 기존 가정용 가구에 커튼이나 인테리어 소품 등 집안을 꾸미는 제품을 더한 것을 뜻한다.

 

이케아에 맞서 한샘, 현대리바트, 퍼시스, 까사미아 등 가구업체들은 대형직매장·대리점을 늘리며 매장을 대형화하고 취급 인테리어 품목수를 확대해 홈퍼니싱 시장에 대비해 왔다.

 

최근엔 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서도 홈퍼니싱 제품 구색을 갖추며 시장 진입에 적극적이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도 홈퍼니싱 매장을 강화하며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케아가 들어오기 전에는 소비자들이 가구거리나 전문매장에서 가구를 구입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이케아 진출로 홈퍼니싱 시장이 열리면서 마트나 백화점처럼 홈퍼니싱 제품를 살 수 있는 채널이 생겼다"고 말했다.

 

◇국민소득 늘자 홈퍼니싱 시장 '활짝'

 

▲ 최근 10년간 국민처분가능소득. ※단위: 조 원 (출처: 통계청)

 

국민처분가능소득이 증가하면서 국내 홈퍼니싱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거라는 전망이 많다. 특판·사무용가구 분야에 주력하던 가구업체들도 시장이 성장 한계에 부딪치자 홈퍼니싱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박상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소득 3만불 시대의 도래로 '삶의 질' 위주의 소비패턴이 증가하기 시작했다"며 "홈퍼니싱 시장은 소비 시장 내 미개척 시장으로 잠재력이 높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리바트, 퍼시스 등 B2B(기업 간 거래)에 주력했던 가구업체들은 홈퍼니싱 시장에서 매출 증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판 가구 판매와 관련성이 깊은 국내 주택경기가 회복되면서 B2B 환경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과거처럼 대규모 건설과 입주물량을 기대할 수 없는 것도 이유다.

 

사무용 가구 시장 역시 성장세에 한계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사무용 가구 시장에서 큰 폭의 매출액 신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상품·컨셉트는 비슷..간판만 달라"

 

일각에서는 국내 가구업체와 대형마트의 매장 컨셉트가 천편일률적이라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업체들이 매장에 거실, 부엌, 침실 등 실제 주거공간처럼 단장한 컨셉트룸을 배치하는 게 대표적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현대리바트, 한샘, 일룸의 침실 인테리어.  (출처: 각사 홈페이지 캡쳐)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중소기업경영과 교수는 "홈퍼니싱 제품을 자체생산하는 대신 대부분 중소기업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내놓다 보니 업체별로 겹치는 상품들이 많다"며 "대형마트나 가구업체를 막론하고 디자인이 같은 OEM 제품을 업체들이 간판만 바꿔 달고 파는 셈"이라고 말했다. 디자인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자체 생산하는 이케아에 비해 국내 업체들이 밀린다는 평가다.

 

그러다보니 제품력보다는 '입지'가 더 중요하게 떠올랐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선점한 주거단지 인근 상권에 가구업체들도 뛰어들어 고객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홈퍼니싱 시장..외주생산 자리 잡나

 

대형마트와 가구업체에 인테리어 소품을 납품하는 OEM 중소기업에게는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화장품 업계처럼 홈퍼니싱 분야에서도 OEM 방식이 자리잡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구 유통과정에서 마진을 챙기던 중소가구사들이 망하는 대신 브랜드 파워를 가진 대기업과 OEM 업체들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 직원 10명 이상 규모의 가구 제조업체 수와 생산액. (출처: 통계청)

 

영세한 가구제조업체들이 줄어드는 대신 홈퍼니싱 시장의 확대로 전체가구 생산액이 늘면서 시장이 선진국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춘한 교수는 "앞으로 치열한 경쟁 속에서 대기업과 중소업체들이 자체 경쟁력을 키워야 할 것"이라며 "기술력을 바탕으로 히트상품이 나오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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