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이 해외에서 발행된 유통전문지 기사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한 보도자료를 배포해 뒷말을 낳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30일 "한국 면세시장, 깨질 수 있는 황금알·불모지 될 수도"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유통전문지인 '무디리포트'(10월호)에 나온 최근 기사를 소개하는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롯데면세점은 이 잡지의 발행인인 마틴 무디 회장이 한국 면세시장을 향해 ‘잘못되면 불모지’, ‘깨질 수 있는 황금알’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무디리포트는 1989년부터 매년 한국을 둘러 본 무디 회장이 지난 2003년부터 발간하는 전문지로 면세점업계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롯데면세점은 무디 회장의 발언이 아닌데도 그가 직접 언급한 말처럼 보도자료를 냈다. 예를 들어 보도자료는 "무디 회장이 과연 기존의 4개 사업자 중 하나라도 바뀌어서 생기는 이득이 무엇이냐며 반문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기사 원문에서는 이 같은 내용을 찾을 수 없다.
무디리포트는 "기존의 4개 사업자 중 어디가 바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긴 했다. 그러나 이는 '바뀌어선 안된다'는 뉘앙스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실제 이 잡지는 "기존 롯데 (소공동) 본점과 신세계 부산점은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롯데월드타워점과 워커힐은 면세점 사업권을 두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면세점은 또 "무디 회장이 한국 정부가 과연 면세시장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한 사람은 무디 회장이 아닌 '한 유통업계 전문가(one veteran retailer)'다.
무디리포트에 실린 기사의 전반적인 논조는 한국의 관광경쟁력은 아직 취약하며, 따라서 경쟁력있는 기존 면세점사업자를 선정하는 게 낫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그렇더라도 롯데면세점이 기사 원문에도 없는 내용을 보도자료로 배포한 것은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독과점 논란과 경영권 분쟁 등 여러 악재가 터져나오자 롯데가 다소 무리수를 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잡지 원문과 마틴 무디와 서면과 전화로 인터뷰한 내용을 종합해 보도자료를 만들었다"며 "영어 기사를 읽기 쉽게 다듬는 과정에서 오해할 소지가 생겼지만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