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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면 팔수록 적자, 벼랑끝 소셜커머스

  • 2016.04.14(목) 21:38

1000원짜리 팔면 540원 손해..매출원가율도 치솟아

 

쿠팡·위메프·티몬 등 소셜커머스 3사가 지난해 8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도 늘었지만 영업손실 증가율은 그보다 컸다. 재작년에는 1000원짜리를 팔면 280원을 손해봤지만 지난해는 1000원짜리를 팔면 약 540원의 손해가 났다.

14일 소셜커머스 3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총 1조5461억원으로 전년대비 144.7%(1.4배) 증가했다. 2010년 공동구매 형식의 할인티켓 판매업체로 시작한 3사가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불과 5년만에 조(兆) 단위의 매출을 올리는 유통공룡으로 성장한 셈이다.

하지만 빠른 외형 성장에 비해 실속이 없었다. 소셜3사는 지난해 831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손실액 자체가 전년(1752억원) 대비 3.7배 늘었다. 이에 따라 매출액 대비 영업손실 비율이 2014년 27.7%에서 지난해는 53.8%로 껑충 뛰었다. 1000원짜리를 팔면 538원 손해가 발생했다는 얘기다.

 

소셜3사의 실적악화는 높은 원가율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들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상품을 직매입해 팔기 시작하면서 소셜3사의 매출원가율은 2014년 47%에서 지난해는 84%로 치솟았다. 오프마켓인 이베이코리아(40%)는 물론 이마트(72%)보다 높은 원가율이다. 지난해 이마트가 720원에 상품을 매입해 1000원에 팔 때 소셜3사는 840원을 주고 상품을 들여와 1000원에 판 것과 같다.

 

이 같은 원가율은 실적악화를 불렀다. 소셜3사는 나머지 160원(1000원-840원)으로 직원들 월급이나 광고판촉비, 물류비 등을 줘야하는데 이를 감당할 수 없었던 게 결국 수천억원의 적자로 이어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소셜3사는 바잉파워에서 열세에 있다는 얘기"라고 진단했다.

특히 상품매출에서 원가부담이 컸다. 소셜커머스의 매출은 크게 수수료매출과 상품매출로 나뉜다. 수수료매출은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대가로 받은 수수료를 매출로 잡은 것이고, 상품매출은 소셜커머스가 제조사로부터 상품을 직접 사들여 소비자들에게 판매해 올린 매출을 의미한다. 쿠팡의 로켓배송이나 티몬의 슈퍼마트에서 올리는 매출이 대표적인 상품매출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티몬의 매출원가율(58%)은 쿠팡(87%)이나 위메프(90%)보다 낮다. 하지만 직매입 상품, 곧 상품매출에 국한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지난해 6월부터 '슈퍼마트' 사업을 시작한 티몬의 상품매출 원가율은 102%에 달했다. 1020원에 들여온 상품을 슈퍼마트 사업을 위해 1000원 받고 팔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티몬의 영업손실은 전년대비 4.8배 늘었다. 쿠팡(3.5배), 위메프(3.9배)보다 손실증가폭이 훨씬 가팔랐다.

 

그런데도 소셜3사가 버틸 수 있는 것은 외부로부터 투자유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쿠팡은 지난해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달러(1조1000억원)의 투자를 받았고, 위메프는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엔엑스씨에서 1000억원, 티몬도 KKR 등 사모펀드로부터 신규투자를 받았다.

아울러 소셜커머스에서 활동하는 중소판매자들에게 지급해야할 돈을 소셜3사가 가용할 수 있었던 것도 생존비결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쿠팡의 미지급금과 매입채무는 총 5151억원에 달했다. 위메프와 티몬은 같은 명목으로 각각 2491억원, 3014억원의 대금을 빚졌다. 이들 두 회사는 한해동안 올린 매출보다 더 많은 외상을 안고 있다. 소비자에게는 현금(신용카드)을 받고 상품을 팔면서 판매자나 협력사에는 외상(미지급금과 매입채무)을 긋는 식으로 자금을 융통하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소셜3사는 과거와는 다른 도전에도 직면했다. 지난해까지는 소셜3사나 오픈마켓, 온라인몰 등과 경쟁했다면 올해부터는 자금력이 있는 대형마트와 최저가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이마트가 소셜커머스를 겨냥해 '가격의 끝'이라는 명목으로 최저가 경쟁을 선언했다. 제조사에 대한 구매력에서 앞서 있는 이마트가 최저가 공세를 이어갈 경우 소셜3사의 재무상태가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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