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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톡톡] 제약사 '개발비'와 '연구비'의 시그널

  • 2016.11.23(수) 14:46

회계상 개발비=자산, 연구비=비용
개발비 지나치게 많으면 눈여겨 봐야


통상 제약사들이 한 가지 신약물질 연구에 착수해서 판매까지 이르려면 적게는 수십 억원에서 많게는 수천 억원의 자금이 필요합니다. 국내 상위 제약사들은 눈앞의 수익이 적어지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막대한 돈을 연구개발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신약개발에 성공할 경우 더 큰 부를 거머쥘 수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의 연구개발비 규모를 보면 미래 성장 가능성도 가늠해볼 수 있죠.

그런 차원에서 제약사가 진행 중인 연구 프로젝트의 성공 시점이 가까워 졌는지 여부를 엿볼 수 있는 방법이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회계장부에서 '개발비'가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연구개발(R&D)이라고 하면 초기 '연구단계'를 거쳐 '개발단계'로 상업화 결정→시제품 생산→상업적 시험생산→양산의 과정으로 진행됩니다.

여기서 초기 연구를 진행 중인 신약물질이 개발에 성공해 판매까지 이를 것이라고 100% 보장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제약사는 연구단계에서 발생한 '연구비', 개발단계에서 발생한 '경상개발비'를 회계상에서 회사가 쓴 '비용'으로 분류해 처리합니다.

하지만 연구 진행단계가 무르익어 가면서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고 판단되는 R&D 프로젝트도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엔 회계상 무형자산 항목에 해당하는 '개발비'로 처리합니다. 이 단계부터는 써서 없어질 돈이 아니라, 앞으로 회사의 자산이 될 금액이라는 의미죠.

녹십자의 경우 지난 3분기 누적 연구개발비용으로 총 806억원을 썼다고 밝혔습니다. 이 중 경상연구개발비(비용)는 709억원, 개발비(자산)는 98억원입니다. 최근 98억원을 투자한 프로젝트들은 성공 시점이 가까워 졌다고 회사측이 판단한 셈이죠.

한미약품은 지난 3분기 누적 전체 연구개발비용(1251억원) 중 경상개발비(비용)로 1098억원, 개발비(자산)로 93억원을 회계장부에 적어 넣었습니다. 


그렇다면 개발비가 많은 회사일수록 연구 성과가 나올 확률이 높다고 결론지을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각 회사의 개발비 비중을 일률적으로 비교하기란 어렵다고 말합니다.

물론 연구개발비를 개발비로 분류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기준을 따라야 하지만 회계상 자산으로 처리할지, 비용으로 처리할지 여부는 회사가 스스로 판단한다는 겁니다. 예를들어 미래에 수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어도 연구개발비를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회사들은 자산 대신 비용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한 사례로 유한양행은 지난 3분기 연구개발비용 중 개발비로 분류된 항목이 없습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신약의 미래 수익창출 가능성을 떠나, 연구개발비는 회계상 자산으로 처리하지 않고 비용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개발비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경우를 주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전체 매출에서 회사가 쓴 비용을 감액해 영업이익을 얻는 과정에서, 비용으로 분류된 연구개발비가 많으면 그만큼 영업이익이 줄어드는데요. 연구개발비가 자산으로 분류되면 상대적으로 영업이익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최병철 파인트리 대표 공인회계사는 "일반적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사들의 개발비 비율은 10~20% 수준"이라며 "개발비 비율이 이보다 높으면 당장엔 연구개발에 쓴 돈이 자산으로 분류돼 영업이익이 더 늘어나지만, 나중엔 이렇게 분류된 개발비가 한꺼번에 손실로 처리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연구개발비를 보수적으로 잡아 비용처리할 경우 법인세가 줄고, 반면 개발비를 늘려 자산이 늘면 회사가 건실해 보여 주가 등에 도움이 되는 양면성도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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