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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젓가락질 잘해야만 입사하나요

  • 2016.12.05(월) 15:08

샘표식품 신입사원 면접에 젓가락 사용능력 평가 논란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을 먹나요. 잘못해도 서툴러도 밥 잘 먹어요. 그러나 주위사람 내가 밥 먹을 때 한마디씩 하죠. 너 밥상에 불만 있냐." 1997년 DJ DOC의 4집 앨범에 수록된 'DOC와 춤을' 노랫말이다. 철 지난 유행가가 다시 떠오른 것은 한 식품회사가 젓가락 면접을 실시한다는 소식을 접하고서다.

5일 샘표식품은  2017년 신입사원 공채에 젓가락 면접 심사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젓가락 면접은 말 그대로 지원자의 젓가락 사용 능력을 평가하는 전형이다. 젓가락으로 음식을 얼마나 잘 집느냐에 따라 점수가 매겨진다.

샘표는 젓가락 문화에 한국 식문화의 정신이 배어있다고 보고, 이를 계승 발전시키려 애쓰고 있다. 2013년부터 신입사원 연수 과정에 젓가락 교육을 도입했다. 하지만 '얼마나 젓가락을 잘 쓰느냐'를 입사 전형에 끼워 넣는 것은 다른 문제다.

 

▲ 샘표 신입사원들이 젓가락 교육을 받고있다. [사진 = 회사 제공]

면접은 입사 지원자의 업무 관련성을 평가하는 제도이다. 이번에 샘표가 신입사원을 뽑는 분야는 경영관리, 홍보, 마케팅, 마케팅 리서치, 포장개발, 물류, 영업, 생산, R&D 등이다. 어느 업무 하나도 젓가락 사용 능력과 관련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물론 면접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술자리나 산에서 면접을 하는 기업들도 있다. 샘표도 요리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면접들은 얼마나 술을 마시는지, 산을 잘 타는지, 요리를 잘 하는지를 평가하는 면접이 아니다. 지원자들의 태도와 인성을 다각도로 평가하기 위해 면접장소를 산과 부엌, 호프집으로 옮겼을 뿐이다.

하지만 샘표의 젓가락 면접은 말 그대로 젓가락을 얼마나 잘 사용하느냐를 평가하는 자리다. 지원자들은 면접 전날 밤 젓가락으로 콩자반을 집는 연습에 매달릴 것이 뻔하다.

올 9월 연세대의 기업교육론 강의 때 샘표의 '젓가락 교육'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기업문화를 신입사원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 있는지, 오너의 취향에 따라 직원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 옳은지 등이 논쟁거리였다. 40여명의 수강생들 대부분은 취준생이었고, 샘표의 '젓가락 교육'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샘표의 젓가락 문화에 대한 애정을 흠 내려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국내 젓가락 문화에 더 많은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 다만 그 대상이 '취업 절벽'에 내몰린 취준생은 아니었으면 한다. 포크에 익숙한 어린 아이들과 젓가락 문화에 무관심한 어른들을 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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