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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취약한 샘표, 자사주 재활용법

  • 2016.02.25(목) 09:41

샘표, 지주사 전환..자사주 '지렛대'
과거 경영권 분쟁 때 자사주로 방어

 

샘표식품이 지주회사 전환 카드를 꺼냈다. 지주사와 사업사로 회사를 나눠 장기적 성장을 위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주주 지배구조가 취약한 샘표식품의 지주사 전환  ‘지렛대’는 자사주다. 샘표식품이 과거 경영권 방어를 위해 모아둔 자사주가 이번엔 대주주 지배권 강화를 위해 요긴하게 쓰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샘표식품은 오는 7월부터 지주회사 샘표와 신설되는 사업회사 샘표식품으로 인적분할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분할비율은 샘표 0.4860164, 샘표식품 0.5139836이다.

인적분할은 기존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것을 말한다. 만약 현재 샘표식품 100주(10%)를 보유한 주주라면, 분할비율에 따라 샘표 주식 49주(10%)와 샘표식품 주식 51주(10%)를 받게 된다는 얘기다.

이번 인적분할로 샘표식품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대주주-샘표식품’으로 이어지던 지배구조가 ‘대주주-샘표-샘표식품’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현재 샘표식품은 박진선(사진) 대표(16.46%) 등 대주주가 133만4038주(30.02%)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번 인적분할로 샘표 64만8364주(30.02%)와 샘표식품 68만5674주(30.02%)로 나눠 갖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선 샘표가 샘표식품 지분 20%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때 ‘구원투수’로 등장하는 게 자사주다.

자사주는 한 회사가 자기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자사주는 평소에 의결권이 없지만, 경영권 분쟁 시 우호세력에게 자사주를 넘겨 의결권을 부활시킬 수 있다. 샘표식품도 2007년과 2011년 마르스 사모펀드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면서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사들였다. 샘표식품의 자사주는 30.4%(135만85주)로, 대주주 지분보다 자사주가 많은 기형적인 구조가 됐다.

자사주는 또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황금알을 낳는 닭’으로 변신한다. 한 회사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할 때, 지주회사가 보유한 자사주가 황금 알(사업회사 지분)을 낳기 때문이다.

방법은 이렇다. 샘표식품이 현재 보유중인 자사주 30.4%(135만85주)는 합병비율에 따라 둘로 나뉘게 된다. 샘표에 배정되는 주식 65만6163주(30.4%)는 그대로 자사주로 남게 되고, 나머지 69만3922주(30.4%)는 신설회사 샘표식품 주식으로 받게 된다. 샘표는 자사주 30.4%를 그대로 보유하는 동시에 사업회사인 샘표식품 지분 30.4%도 추가로 받게 되는 것이다.

결국 박 대표 등 대주주 일가는 인적분할 뒤에 샘표와 샘표식품 지분을 각각 30.02% 보유하게 되는 동시에 샘표는 자사주를 활용해 샘표식품 지분 30.4%를 갖게 되면서 지주회사 체계가 완성된다.

앞으로 샘표식품은 인적분할을 끝낸 뒤 주식스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샘표와 샘표식품의 주식 교환이다. 지주회사 체계를 완성한 대주주 입장에선 사업회사(샘표식품) 주식은 필요 없기 때문이다. 대신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선 지주회사 샘표 주식이 필요하다. 박 대표는 등이 보유한 사업회사 샘표식품 지분 30.02%를 지주회사 샘표 주식으로 바꾸게 되면, 대주주 일가는 최소 지주회사 지분 50% 이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기업들이 자사주를 악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윤승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작년 인적분할 시 자사주 처리 문제에 대해 “대주주의 지주회사 지배력 강화와 지주회사의 사업회사 지배력 강화를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작년 6월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업분할 시 자사주를 의무소각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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