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이하 청탁금지법)에도 불구하고 주요 백화점의 설 선물 매출이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5만원 이하라는 사실상의 가격상한선이 정해지면서 소비자들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이나 품질)가 높은 선물을 찾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롯데백화점이 지난달 5일부터 30일까지 진행한 설선물 예약판매에서 전체 매출이 지난해보다 35% 늘었다. 대표 품목인 축산 선물세트가 17% 신장한 것을 비롯해 수산(38%), 청과(26%), 건강식품(40%) 등이 고른 증가세를 기록했다.
특히 청탁금지법이 정한 선물비용 상한액(5만원)을 넘지 않는 5만원 이하 선물세트 매출은 71%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5만원 이하 선물비중이 늘어 객단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전반적인 판매량 증가로 매출이 괜찮게 나왔다"며 "단가가 높은 축수산물도 할인율을 높게 적용한 덕에 비교적 판매가 잘됐다"고 말했다.
▲ 청탁금지법에도 불구하고 백화점들의 설선물 판매실적이 호전됐다. 백화점들은 5만원 이하 선물세트의 종류를 다양화하고 배송서비스 개선 등으로 실적을 더욱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
신세계도 청탁금지법이 무색할 정도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15일부터 시작한 예약판매 매출이 걱정과 달리 40% 이상 신장했다.
신세계는 그간 멸치나 김, 커피 등을 위주로 5만원 이하 선물세트를 내놨지만 이번에는 축산, 수산, 청과를 비롯해 모든 상품군에 걸쳐 5만원 이하 상품을 내놓았다.
신세계 관계자는 "예약판매기간 중 신정(1월1일)이 겹쳐 이 기간의 선물수요를 흡수한 데다, 일찍부터 명절선물을 준비하는 문화가 확산된 게 매출증가로 이어졌다"며 "지난 10월부터 바이어들이 전국을 돌며 새로운 산지를 발굴하는 등 가성비 높은 상품 구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도 성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오는 9일부터 모든 점포 식품매장에 설 특설매장을 열고 수입상품을 전진배치한다. 이 역시 수입상품은 가격은 저렴한 대신 품질이 뛰어나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기에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설까지만 해도 신세계가 판매한 수입산 수산물은 연어 한가지였지만 올해는 갈치, 새우, 명란, 침조기까지 총 5가지군으로 확대했다.
백화점들은 여세를 몰아 배송과 같은 부가적인 서비스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8일까지 김, 홍삼, 한과 등 8개 품목은 해외에서도 선물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해외배송 원스톱 서비스'를 운영한다. 상품을 구매한 뒤 배송업체에 직접 찾아가 배송을 의뢰하는 번거로움 없이 구매부터 배송까지 백화점에서 한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명절을 맞아 해외에 거주하는 친척이나 유학생에게 선물을 보내는 고객들의 쇼핑 편의를 높이기 위해 도입한 서비스"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3만~5만원 사이의 선물세트를 무료로 배송해주는 'L(Low Price) 배송' 시스템을 시행한다. 기존에는 5만원 이하 상품은 유료 배송이 원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