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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폭탄주용 '피츠'로 '카스·하이트' 정조준

  • 2017.05.24(수) 16:07

폭탄주용 맥주 '피츠' 내달 출시‥맥주사업에 1조 투자
이재혁 부회장 "무리한 도전이지만 진정성 인정받겠다"

"국내 맥주 시장의 3분의 1을 장악하겠다."

이재혁 롯데그룹 식품BU 부문장(부회장)이 큰 그림을 그렸다. 24일 잠실롯데호텔에서 열린 새 맥주 '피츠 수퍼클리어'(이하 피츠) 출시 간담회장에서다. 이 부회장은 "맥주 3사가 경기를 하는데 3분의 1은 장악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국내 맥주 시장은 2조8000억원 수준으로 수입맥주 부문을 제외하면 롯데 맥주의 장기적 매출 목표는 70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다음 달 출시되는 '피츠'는 '소맥(소주·맥주) 폭탄주'용 맥주다. 가격(500mL 출고가 1147원)과 알코올 도수(4.5%)를 카스·하이트와 같게 책정하면서 전면전을 선포했다. 차별성은 '깔끔한 맛'에 뒀다. 백승선 롯데주류 마케팅 팀장은 "밍밍한 기존 국산 맥주와 달리 깔끔하고 깨끗한 맛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깔끔한 맛 구현을 위해 고발효 효모 '수퍼 이스트'를 개발했고 신선한 향이 특징인 유럽산 헤라클레스 홉을 사용했다.

 


'피츠'의 올해 매출 목표는 700억원이다. 이는 6개월간 매출 목표로 연간 매출 목표로는 1000억원이 넘는다. '클라우드' 출시 첫해 매출 442억원과 비교하면 목표치를 더 높게 잡은 셈이다. '피츠'는 당분간 '클라우드'가 생산되는 충주 1공장에서 만든다. 롯데주류가 7000억원을 투입해 최근 완공한 2공장은 오는 7월부터 대량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2014년 '클라우드'를 출시하며 맥주 시장에 뛰어들었다. 오비맥주 인수도 검토했지만 직접 투자가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 아래 2100억원을 투입해 충주에 1맥주 공장을 지었다. '클라우드'는 442억원(2014년), 933억원(2015년), 909억원(2016년)의 매출을 거두며 시장에 안착했다. 하지만 '카스'와 '하이트'의 아성은 넘지 못했다. 이번에 출시된 피츠가 직접 '카스'와 '하이트'를 겨냥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롯데주류는 2개 맥주 공장 건설에만 9100억원을 투자했다. 여기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던 클라우드 마케팅 비용까지 더하면 맥주사업에 약 1조원 넘는 돈을 투자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부회장은 "2014년 클라우드에 이어 올해 피츠를 출시하면서 롯데 맥주의 1단계가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김봉석 충주 공장 공장장(상무)은 "2공장은 현재 생산량이 20만㎘지만 총 60만㎘까지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 이재혁 롯데 부회장


롯데주류가 생산량을 더 늘리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국내 맥주 시장이 정체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맥주 시장 규모는 2조8000억원으로 전년대비 4.9%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수입맥주가 성장세를 견인한 결과다. 국산 맥주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정체 중인 국내 맥주 시장에 롯데주류가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업계에서 '세 곳 중 한 곳은 문을 닫을 판'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피츠가 클라우드의 시장을 잠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이종훈 롯데주류 대표이사는 "국내 맥주 시장에서 신제품이 나오면 10~20%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자기 시장 잠식)이 일어난다"며 "하지만 '클라우드'는 호텔과 골프장 등 고급식당 위주로, '피츠'는 대중적 식당으로 채널을 분리할 계획인 만큼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혁 부회장은 "롯데가 맥주 시장에 진출할 당시 인수합병(M&A)이 아닌 그린필드(생산시설 등 직접 투자) 방식을 택한 것은 무리한 도전이었다"면서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맛있는 맥주를 만들어 진정성을 인정받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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