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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나고야의정서 중국 리스크'

  • 2017.09.01(금) 16:17

생물유전자원 보유자와 이익공유 내년 시행
중국, 8만6500종 보유 이익 강하게 요구할 듯
화장품·제약바이오 태풍의 눈

올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내년에는 중국발 나고야의정서 폭풍을 맞게 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화장품과 제약바이오업계가 걱정이 크다. 

나고야의정서는 기업 등이 생물유전자원을 활용해 발생하는 이익을 생물유전자원을 보유한 곳과 나누도록 한 국제협약이다. 협약에 가입한 우리나라는 
지난달 17일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됐다. 다만 1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져 내년 8월부터 시행된다. 
 
중국은 생물다양성 기준 세계 8위, 북반구 기준 1위의 국가다. 동·식물과 세균 등 생물유전자원이 8만6500여종에 이른다. 중국이 이같은 자원을 토대로 강력한 이익공유를 요구하고 나서면 파장이 클 것이란 우려다. 

중국은 2013년부터 나고야의정서 법제화를 시작해 지난 3월 '생물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공유(Access to genetic resources and Benefit-Sharing·ABS) 관리 조례'를 입법 예고했다. 관련 법은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시행될 것으로 점쳐진다.

국내 화장품·제약바이오업계는 중국을 포함해 외국에서 수입하는 생물자원 의존도가 70% 가량이다. 우리나라 나고야의정서 관련 법이 시행되는 내년 8월부터 기업들은 본격적으로 중국 관련 이슈를 맞게 될 전망이다. 


◇ 중국, 나고야의정서보다 강한 조례 추진

지난 3월 입법 예고돼 의견수렴을 거치고 있는 중국의 ABS(생물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공유) 조례안은 총 7장, 48개 조문으로 구성됐다. 이 조례안은 그 토대가 된 나고야의정서보다 훨씬 강하게 생물유전자원을 제공한 국가의 권리를 보호하도록 설계됐다. 

일례로 나고야의정서에는 이익공유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인공합성물도 중국 조례에는 포함돼 있다. 동·식물과 세균 등 보유한 물종(物種)이 8만6500가지인 중국이 이 조례를 근거로 기업들에 이익공유를 요구하고 나설 경우 파장이 거셀 수밖에 없다. 

중국이 보유물종 대부분을 식용 내지 약물로 사용한다는 점도 추가 악재다. 나고야의정서는 생물유전자원은 물론 관련 전통지식도 제공국가의 권리를 인정한다. 생물유전자원과 관련해 수많은 이용기법을 가진 중국은 이를 '관련 전통지식'으로 주장해 이득을 보려할 것이란 전망이다.

◇ 로열티 최대 10% + 자원 제공지역 일자리 지원까지


중국의 ABS 조례를 뜯어 보면 ▲부처별 생물유전자원 관리책임 구분 ▲신청서류 및 심사소요기간 등 행정절차 법제화 ▲자국 및 외국의 유전자원 접근절차 법제화 ▲관련 이익공유 및 국외 유출관리절차 ▲금전 및 비금전, 기금(로열티) 등 3가지 이익공유방식 ▲블랙리스트 제도 등 처벌 법제화 등 6가지가 주된 뼈대다.

이중 국내 화장품·제약바이오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내용은 이익공유방식 부분인데, 매우 높은 부담을 주는 방식으로 짜여있다. 먼저 조례안에서 내놓은 로열티 수준이 낮게는 이익의 0.5%에서 높게는 10%에 이른다. 이와 함께 금전적 이익과 비금전적 이익 납부까지 법제화했다. 중국의 생물유전자원을 이용하는 기업은 생산원가가 크게 높아질 수 있다. 


기업이 실제로 로열티를 몇 퍼센트 지불할 것인지는 해당 자원을 소유한 당사자와 상호합의조건(MAT)을 맺으면 된다. 제공 당사자가 모호할 경우 중국 정부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윤성혜 인천대 중국학술원 교수는 "중국 정부가 생물유전자원 관련 보호 기조를 강화함에 따라 관련 관리·감독이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에 대해서도 엄격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익공유방식을 정하는 MAT 계약 체결을 당사자간에 맡기는 대신 정부 차원에서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설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윤 교수는 "이 경우 중국의 ABS 조례가 또 하나의 비관세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현재까지는 참고할 모범사례 또한 거의 없어 업계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 자칫하면 '블랙리스트'


중국의 ABS 관련 규정을 따르지 않을 경우 처벌 수위도 높다. 중국은 자국의 자원을 불법적으로 사용하거나 반출할 경우 위법 소득을 몰수하고 블랙리스트에 올린다는 내용을 조례안에 담았다. 이와 함께 5만~20만위안의 벌금도 부과된다.

위법행위가 중국의 생태안전에 위해를 가하는 것으로 볼 경우 가중처벌 대상이 돼 수위는 더 높아진다. 앞서 발급한 국제의무준수인증서(IRCC)와 생물유전자원 접근허가증을를 취소하고, 위법소득의 3~5배 또는 20만~100만위안에 이르는 벌금을 물린다.

국내 기업들이 관련 문제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철저한 준비를 거쳐 중국측 당사자와 MAT(상호합의조건)을 맺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윤성혜 교수는 "이와 관련해 모범사례로 벤치마킹할 것이 별로 없다. 스위스 바젤의 신젠타사가 중국 농업과학원과 체결한 병충해 방제제품 관련 MAT 사례가 참고할만하다"며 "우리 기업들도 기죽지 않고 적절한 이익공유방식을 제시해 중국측과 떳떳하게 MAT를 체결하고 사업을 진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환경부 "2020년까지 6만종 DB 구축 목표, 적극 대응"

중국과 생물유전자원을 두고 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따라야 할 'ABC'가 있다. 기본적으로는 나고야의정서의 작동방식인 '접근→사전통고 및 승인(PIC)→상호합의조건(MAT)→의무준수'의 순으로 이어지는 절차다. 

우리나라가 보유한 생물유전자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환경부가 만들고 있는 국가생물 물종목록 등을 참고하고 추가 등재 등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중국에 인접한 우리나라의 경우 상당수의 생물유전자원이 유사성을 띄거나 겹쳐 중국의 보유물종과 비슷한 '우리 종'을 사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2020년까지 6만종 생물종 목록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워 현재까지 4만7000종을 등재해 놓은 상태다. 

배정한 환경부 사무관은 "목록에 등재되는 생물종은 자연서식 여부, 서식기간 등이 고려대상이 된다"며 "목록을 통해 한국의 자원이라는 것이 증명되면 이 부분에 대해 우리 기업들도 주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업계에서도 이 부분을 숙지하고 필요한 사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게재한다면 정부도 최대한 반영해서 효과적인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나고야의정서란?
- 생물유전자원의 활용에 따라 발생하는 이익의 분배(ABS)를 규정한 국제협약

- 기업과 관련해 "각 당사국은 유전자원 관련 전통지식의 이용에 따른 이익이 그러한 지식을 보유한 토착지역 공동체들과 공정·공평하게 공유되도록 적절한 입법·행정적 또는 정책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정서 제5조5항의 내용이 중요하다.

- 국제적으로는 2010년 10월29일 채택돼 2014년 10월12일 발효됐으며, 한국은 정부가 2011년 9월 서명해 2017년 8월17일 발효됐다. 우리나라는 2012년 12월 '생물다양성보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이듬해부터 시행했다.

- 나고야의정서는 생물유전자원과 그 제공자, 사용자 등 3요소와 자원을 놓고 제공자와 사용자가 체결하는 계약인 사전통고 및 승인(PIC), 상호합의조건(MAT) 등 2가지 내용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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