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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무한도전]⑪신약1호 SK케미칼, '예방 신약'에 몰입

  • 2017.11.17(금) 17:20

외환위기중 국산신약 1호 배출
2호 엠빅스, 상업화 성공모델로
처방 넘어 '예방 신약' 집중..사업구조 개편 힘실어줘

신약 개발에 성공하는건 소위 '잭팟'에 비유된다. 글로벌 신약 하나로 벤처사가 글로벌기업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곳이 제약·바이오업계다. 하지만 신약개발은 '운'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개발 과정에 투입해야 하는 대규모 비용과 오랜 연구개발 기간이 필요하다. 더구나 신약개발 과정에는 수많은 예상하기 어려운 실패 요인들이 도사리고 있다. 그럼에도 제약·바이오산업은 대표적인 미래성장동력산업으로 꼽힌다. 우리 기업 현실은 어떨까. 주요 제약사들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살펴본다. 열번째 주자는 국산 신약1호 선플라를 배출한 뒤 '치료'를 넘어 '예방 신약'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SK케미칼이다. [편집자] 


◇ "10년? 20년도 기다리겠다"..외환위기에 내놓은 국산신약 1호

1999년 7월 SK케미칼이 선보인 위암치료제 선플라(사진)는 토종기술만으로는 신약개발이 어렵다는 인식을 바꿔놓았다. IMF외환위기로 나라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있던 와중에 국산 신약을 내놓자 국내외 제약업계 이목을 한몸에 받았다.

선플라 개발은 최종현 선대회장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어 가능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개발에 성공하기까지 최소 10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SK케미칼 연구진의 보고에 "20년도 기다려줄 수 있다"고 답했다 한다.


그룹 총수의 "기다리겠다"는 한마디는 후보물질 도출 과정에서 겪은 실패와 임상대상자 모집 어려움 등 수많은 난관에도 신약개발 의지를 꺾지 않은 힘이됐다. 개발 과정에는 정부 지원금을 포함해 당시 돈 81억원이 투입됐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현재가치로 추산하면 100억원대 이상의 투자다. 더구나 외환위기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단행되던 시기였다.

선플라는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한지 9년만에 세상에 나왔다. 1호 신약이란 것과 함께 판매가격도 주목받았다. 병원처방 보험약가 기준으로 1회 본인부담이 13만원으로, 이는 일반항암제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당시 선플라처럼 백금착체 제제를 쓴 항암제 국내시장은 50억~70억원 정도였는데, 세계 시장규모는 이를 100배 이상 웃도는 5억달러로 추산돼 기대가 높았다. SK그룹은 선플라 개발에 참여한 김대기 박사와 류병환 부장 등을 승진으로 포상했다.

그럼에도 선플라 성공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다국적회사와 국외판권 이전협상을 추진했지만 위암에 한정된 적응증 확대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다. 결국 국내에서도 출시 10년만인 2009년 이후 생산을 중단했다.

◇ 신약 2호 엠빅스, 상업화에 성공

신약1호가 비교적 수명이 짧았지만 개발의 노하우는 남았다.  선플라 허가 당시 수원 중앙연구소와 미국 뉴저지주 의약개발센터는 다양한 신약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었다. 그 결과 2007년 7월 발기부전치료제 '엠빅스'로 두번째 국산신약 등재에 성공한다.

SK케미칼은 엠빅스 개발에서는 '기술적인 진일보'라는 상징적 의미를 넘어 '상업성'에 초점을 맞췄다. 이런 노력은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고 엠빅스는 3번째 버전까지 업그레이드돼 출시된 상태다. 2011년 개량신약으로 출시된 필름형 복용방식은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지갑에 들어갈만큼 작은 크기로 만들어 복용편의성을 대폭 높인 것이 호응을 이끌어내며 발매 보름만에 매출 10억원, 50일만에 매출 30억원을 기록했다.

이같은 SK케미칼의 선플라·엠빅스 개발 스토리는 국내 제약업계의 신약개발 발전사를 축약한 것이라는 평가다. 선플라 개발에 키를 쥐었던 김대기 박사는 회사를 떠난 뒤에도 SK케미칼과 공동개발을 하는 등 개발 스토리를 이어갔다. 선플라 임상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김노경 박사는 국립암센터에서 관련 연구를 이어가다 올해 초 타계했다. 류병환 부장은 신약개발 벤처 테라젠이텍스에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 "이제는 예방 신약이다"..사업구조 개편해 힘실어줘

SK케미칼의 신약개발은 국가, 사회적으로 바이오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SK케미칼은 2006년부터 생명과학의 패러다임이 '치료'를 넘어 '예방'으로 가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에 따라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백신 파이프라인 확대에 나서 개발시스템을 정비하고 신규투자를 단행했다.

이같은 선택과 집중은 지난 10년간 SK케미칼 사업 포트폴리오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SK케미칼은 1조3000억원 규모로 핵심사업이던 섬유, 유화, 페트사업을 구조조정하는 한편 2005년 SK제약을 합병하고 2006년에는 동신제약을 인수하는 등 제약·바이오사업에 4000억원 이상을 신규투자했다. 

노력은 2014년부터 성과로 나타났다. 그해 다국적제약사 사노피 파스퇴르와 차세대 폐렴규균 백신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는가 하면 2015년엔 국내 최초로 세포배양 독감백신인 스카이셀플루3가 상용화에 성공했다. 

스카이셀플루의 국내시장 규모는 1700억원 정도로, 이 백신은 발매 첫해 누적 주문·판매량 360만접종분(도즈)을 돌파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로 스카이셀플루4가를 출시해 500만도즈 판매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현재 SK케미칼의 매출액중 30% 가량은 제약·바이오(라이프 사이언스)사업에서 나온다.

올해들어서는 지난 9월 대상포진백신 스카이조스터의 시판허가를 획득해 올해안에 발매할 계획이다. 대상포진백신시장은 다국적제약사 MSD의 조스타박스의 독점구조로 이뤄져 있어 시장성이 높게 평가된다. 국내 대상포진백신시장은 2016년 현재 788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세계 규모는 6억8500만달러 수준이다.


이밖에도 SK케미칼은 폐렴구균, 자궁경부암, 소아장염 등 다양한 적응증에 대한 백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연구개발(R&D)는 매출액대비 15% 내외 수준에서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폐렴규균 적응증은 다국적제약사 사노피 파스퇴르와 공동개발 방식으로 진행중이다. SK케미칼이 R&D와 전임상, 제품생산을 맡고, 사노피가 글로벌임상과 인허가, 글로벌판매를 담당한다.

한편 SK케미칼은 다음달 1일 지주회사로 전환한다. 지주사와 사업회사를 분리해 화학·제약사업 크게 두갈래로 나눠진 사업부문을 고도화한다는 목표다. 사업구조가 갖춰지는대로 화학과 제약의 추가 분리 계획도 밝혔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지배구조 정비뿐 아니라
국산 신약 1호를 배출한 SK케미칼이 설립 48년만에 제약바이오사업에서 제대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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