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철수를 확정한데 이어 신라·신세계 면세점도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임대료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대형 면세점들의 철수 도미노 가능성도 고개를 든다.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논란의 이면에는 임대료 징수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 면세점 임대료 징수 방식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이용객 증감 등 영업환경 변화와 관계없이 미리 약속한 금액을 내야하는 고정임대료(최소보장액) 방식과 매출실적에 비례해 일정요율을 내는 변동임대료 방식이다. 은행 대출에 비유하면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인 셈이다.
그러나 두가지 조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대출과 달리 인천공항 면세점임대료는 두가지 방식 중 높은 금액을 내는 방식이다. 예컨대 고정임대료가 100억원이고 실제 매출액을 감안한 변동임대료가 110억원이라면, 110억원을 내야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항은 손해 볼 일이 없는 구조다.
장사가 잘될때는 면세점업체들도 큰 불만은 없다. 다소 아깝기는 해도 차액(변동임대료-고정임대료)만 내면 된다. 반면 면세점 이용객이 크게 줄어 장사가 예상만큼 되지 않으면 고정임대료 부담이 한층 무겁게 다가온다.
최근 임대료 논란이 불거진 것은 사드 문제로 중국 관광객의 면세점 이용이 급감하고 제2여객터미널(T2) 개항으로 다른 고객들도 분산되면서 애초 면세점업체들이 제시한 고정임대료가 '넘사벽'이 되어버린 탓이다.
면세점업체들은 '넘사벽' 고정임대료를 대폭 낮춰달라는 것이고 인천공항은 어느 정도 낮추는 것은 수용할 수 있지만 업계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긴 어렵다는 것이다.
면세점 임대료 전쟁의 이면에는 업체들의 과열경쟁도 한 몫한다. 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면세점업체의 오버슈팅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인천공항의 기형적인 수익구조도 따져봐야한다.
[인천공항공사 부문별 수익현황] 그래픽은 최근 4년간 인천공항공사의 수익(매출)을 항공·비항공 부문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면세점·식당 등 공항입점 업체에게 받는 임대료수익(상업수익)이 전체 수익의 절반을 웃돈다. 새 사업자를 선정해 임대료 계약을 다시 맺은 2016년엔 금액(1조2177억원), 비중(55.7%) 모두 눈에 띄게 높아졌다.
수익구조만 보면 인천공항공사가 아닌 '인천공항임대공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상업수익의 대부분은 면세점 임대료다 2016년 8638억원의 면세점 임대료를 거뒀다.
그래픽 하단에서 보듯이 6개 면세점 업체 가운데 롯데가 전체 임대료의 절반을 낸다. 영업면적이 가장 넓기도 하지만 임대료율 자체도 가장 높게 책정돼 있다. 임대료율은 2016년 각 면세점의 인천공항 매출에서 실제 낸 임대료를 나눠서 산출했다.
특히 롯데면세점은 이번 사업기간(20015년 9월~2020년 8월) 후반부로 갈수록 전년대비 50%의 고정임대료를 더하는 구조로 낙찰받았다.
왜 롯데가 면세점 임대료 전쟁의 선두에 섰는지, 왜 인천공항은 임대료 인하에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물러서지 않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인천공항이 면세점임대료에 목을 매는 이유는 더 있다.
앞서 살펴본 수익(매출)에서 각종 비용을 빼고 최종적으로 남은 이익면에서도 면세점의 기여도는 압도적이다. 다른 사업부문에선 흑자를 내지 못하거나 미비하기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의 사업부문은 크게 ▲운항지원 ▲여객터미널운영 ▲화물터미널운영 ▲공항주변개발 ▲해외공항사업 5개 분야로 나뉘는데 2016년 기준으로 흑자(당기순이익)를 낸 곳은 여객터미널(9750억원)과 화물터미널(35억원)이다.
그해 인천공항공사가 순이익 9659억원을 기록했으니 여객터미널 운영사업 하나만으로 다른 사업부문의 적자를 만회하고도 남은 것이다. 여객터미널 운영사업의 핵심이 '면세점 임대사업'이다.
인천공항이 면세점 임대료 전쟁에서 물러나는 것은 자신들의 매출·이익 후퇴를 의미하고, 이는 곧 기관장의 경영성과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으로 연결할 수 있다. 바꿔말하면 공항이 면세점 임대료 하나 틀어쥐고 있으면 다른 부문에서 힘들게 수익구조 개선노력을 하지 않아도 손쉽게 경영성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면세점을 포함한 임대수익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인천공항의 살림살이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꾸준히 지적돼온 내용이다. 인천공항공사도 편중된 수익구조를 다각화하겠다고 약속해왔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국정감사 지적사항에 대한 인천공항공사의 답변 내용은 이렇다.
"편중된 수익구조 다변화를 위해 항공사 유치를 통한 항공수익(착륙료 등)을 증대시키고 신규수익원 발굴 등의 노력을 지속할 계획"(2012년 국회지적사항 처리결과)
"항공사 유치를 통한 항공수익 증대를 도모해 균형적인 수익구조 실현, 이울러 상업시설(임대수익)에 집중된 비항공수익을 해외사업, 복합도시개발로 다각화하는 노력을 병행"(2013년 국회지적사항 처리결과)
그러나 다시한번 [인천공항공사 부문별 수익현황] 그래프를 보면 면세점임대료를 포함한 상업수익, 더 나아가 비항공수익이 공항 고유사업인 항공수익을 압도하는 상황은 2013년 이후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편중 현상만 심화되고 있다.
수익구조 개선 약속이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 인천공항공사 상임기관장(사장)은 본봉 외에 연 평균 1억1370만원의 경영평가성과급을 챙겼다. 상임이사진(부사장, 건설본부장, 시설본부장, 운항서비스본부장)도 본봉 외에 연평균 6940만원의 성과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