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꼭 있습니다. 사소한 것 하나를 사더라도 반드시 포인트 등 혜택을 챙기는 사람 말입니다. "그까짓 것 얼마나 한다고"라며 무시하기 십상이지만 포인트를 챙기는 사람들은 "모르는 소리, 이것도 쌓이면 얼마나 유용한데"라고 항변합니다. 그런 포인트들을 모아 알뜰살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왠지 부럽기도 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쌓을 수 있는 포인트는 무엇이 있을까요? 아마도 커피일 겁니다. 점심 식사 후 커피 한 잔은 이제 우리 일상에서 루틴(routine)이 된 지 오래입니다. 그 덕에 국내 커피시장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롯데나 CJ 같은 대기업들도 이미 커피 전문점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대기업 계열 커피 전문점을 찾으면 늘 묻는 것이 있습니다. "포인트 적립하시겠어요?"라고 말이죠.
CJ계열 투썸플레이스에서는 커피 등을 사면 CJ원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습니다. 롯데 계열인 엔제리너스커피에서는 L.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죠. 그런데 포인트 적립제도가 예전부터 있었는데도 잘 모르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스타벅스'입니다. 혹시 알고 계셨나요? 스타벅스에서 커피 등을 사면 '신세계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신세계그룹 계열사입니다. 이마트가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지분은 미국 스타벅스 본사가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타벅스에서 구입한 금액의 일정 비율을 신세계 포인트로 적립할 수 있습니다. 신세계 포인트는 신세계백화점은 물론 이마트 등에서도 일정 포인트가 넘으면 현금처럼 쓸 수 있습니다. 롯데의 L.포인트나 CJ의 CJ원포인트도 마찬가지입니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
하지만 스타벅스는 이 사실을 고객들에게 오랫동안 공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4월쯤 이 내용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스타벅스는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6개월이 지난 최근에서야 신세계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공지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스타벅스를 애용했던 수많은 고객은 응당 누려야 할 포인트 혜택을 누리지 못했던 겁니다.
그렇다면 스타벅스는 그동안 왜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을까요?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관계자는 "그동안 매장에서 고객들에게 설명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았다"며 "음료의 사이즈는 물론 사이렌 오더로 주문하는 고객 응대 등 매장 매니저들의 업무가 복잡하고 다양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신세계 포인트가 아니더라도 스타벅스만의 별 적립 등이 있어 크게 신경 쓰지 못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매장에서 직접 고객을 응대하는 매니저들의 고충은 이해할 만합니다.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해야 하는 만큼 바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신세계 포인트 적립하시겠어요?"라고 물어보는 한 마디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고객들은 신세계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점에서 스타벅스의 대답은 군색합니다.
스타벅스는 국내 커피 전문점 시장에서 선두업체입니다. 매출은 이미 1조원을 넘어섰습니다. 매장 수도 이디야커피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 사실을 함구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자칫 그동안 고객들을 기만해왔던 게 아니냐는 비판도 받을 수 있습니다. 업계 내 위상과 견주어볼 때 분명 아쉬운 대목입니다.
참! 스타벅스가 알려주지 않아도 신세계 포인트를 쌓는 방법은 있습니다. 신세계 제휴카드를 이용하면 자동으로 적립됩니다. 제가 직접 오늘 출근길에 스타벅스에서 신세계 제휴카드로 결제해봤습니다. 영수증에 자동으로 신세계 포인트가 적립됐다고 나오더군요. 5000원짜리 콜드브루 한 잔을 샀더니 신세계 포인트 5포인트가 적립됐습니다. 물론 스타벅스는 이 사실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최근 이런 지적이 나오자 개선작업에 들어갔습니다. 현재 스타벅스 소공점에서 시범적으로 신세계 포인트 적립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공지하고 있습니다. 다음 주부터는 전 매장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발 빠른 대처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처음 문제가 발견된 후 지난 6개월여의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또 아쉬운 대목이 보입니다. 현재 시범 운영 중인 신세계 포인트 적립 공지도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커다란 입간판 등을 활용하지 않고 카드 결제기에 '신세계 포인트 사용/적립 가능'이란 문구만 띄워뒀습니다.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십상입니다. 마치 보험 약관처럼 꼼꼼히 살펴봐야 알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의 이번 대응은 안일하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어 보입니다. 어느 기업이나 문제는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소비자들을 직접 응대하는 커피 전문 브랜드의 경우 그 빈도가 더 잦을 겁니다. 중요한 건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응하고 관리하느냐에 그 기업의 역량과 이미지가 판가름 난다는 겁니다.
▲ 사진=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제공. |
스타벅스는 글로벌 기업입니다. 매년 한국에서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미국 스타벅스 본사가 한국에서 받아간 로열티만 500억원을 웃돕니다. 누적으로 보면 2000억원을 훌쩍 넘어갑니다. 모두 한국 소비자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입니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이 응당 누려야 할 권리는 아예 처음부터 차단됐습니다. "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보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국내 커피 전문 브랜드 가운데 사회공헌활동을 가장 많이, 열심히 하는 기업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식음료 기업의 경우 사소한 실수에도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는 사례를 숱하게 봐왔습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신세계 포인트 적립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소비자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지난 6개월간 시간이 충분했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었고, 뒤늦게 이를 바로 잡으려는 시도조차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점은 스타벅스커피 코리아가 분명 지적받아야 할 대목입니다. 글로벌 기업답게, 국내 커피 전문점 시장을 이끄는 선두기업답게 이번에 제기된 문제들을 정확하고, 슬기롭게 해결하기를 기대해봅니다. 공든 탑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란 점을 스타벅스커피 코리아가 간과하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