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다소 생소한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으로도 볼 수 있을 법한 실험입니다. 현재 국내 대형마트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더 이상 직접 대형마트를 찾아 물건을 사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신 그 자리를 온라인이 메웠습니다.
온라인 쇼핑은 이제 국내 유통업계에서 대세입니다. 굳이 오프라인 매장을 찾지 않아도 같은 품질의 물건을 손쉽게, 편리하게, 저렴하게 살 수 있어서입니다. 롯데, 신세계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온라인 강화를 선언하고 나선 이유입니다. 쇼핑의 큰 물줄기가 온라인으로 넘어갔다는 것을 인정한 겁니다.
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도 똑같은 고민에 빠져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많은 소비자가 이마트를 찾아 물건을 사고는 있지만 예전만 못하다는 게 고민입니다. 실제로 이마트의 최근 실적은 주춤합니다. 소비자들이 매장을 찾지 않으니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겁니다. 이마트의 실험은 이런 고민에서 시작했습니다.
▲ 단위 : 억원. |
최근 이마트가 선보인 '월간가격'은 그 실험의 시작입니다. '월간가격'은 매거진 형식의 할인정보 책자입니다. 그동안 이마트를 비롯한 대형마트들은 각종 할인정보를 신문 등을 통해 전면 광고 형식으로 알려왔습니다. 과거에는 이런 방식이 효과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신문 광고 방식의 정보 제공은 더 이상 효과가 없다는 게 이마트의 결론입니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잡지 형식으로 패턴을 바꿨습니다. '월간가격'에는 기존 할인정보는 물론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한 다양한 정보까지 담았습니다. 신문 전면광고에서는 할 수 없던 정보제공 기능까지 영역을 확장한 겁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월간 단위로 배포해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을 유인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췄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할인 혜택과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기존 신문 전면광고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반면 '월간가격'은 이마트 매장을 방문하는 소비자만 얻을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마트에서 물건을 사려는 의사가 조금이라도 있는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했습니다. 그만큼 구매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질 겁니다.
'월간가격'에선 이마트가 진행하는 연중할인 이벤트인 '가격의 끝' 시리즈는 물론 '이마트 e카드할인' 등을 제공합니다. 매월 진행하는 프로모션과 '국민 대표상품 프로젝트', '화제의 신상' 같은 코너도 소개합니다. 또 각 주차별 이마트 e카드할인 정보 및 결제할인 쿠폰도 들어있습니다. 이마트 e카드할인은 매주 한 가지 상품을 선정해 50% 할인 혜택을 제공합니다. 할인쿠폰의 경우 매주 5000원씩 총 2만5000원의 쿠폰을 담았습니다.
이마트의 이런 실험은 이미 미국 등에서는 널리 시행 중인 방식입니다. 다양한 쿠폰북을 제공해 소비자들을 매장으로 유인하는 기법의 하나입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 외에도 매장을 둘러보면서 다른 제품도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겁니다. 이마트는 '월간가격'을 통해 소비자들이 매장을 찾고 구매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월간가격'은 매월 전 매장에 총 30만 부씩 배포할 예정입니다.
이마트의 이런 시도는 계열사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마트의 계열사인 편의점 이마트24도 비슷한 형태의 쿠폰북을 최근 선보였습니다. 이마트24는 편의점 업계 후발주자입니다. 매월 공격적으로 점포 수를 늘리고는 있지만 아직도 기존 업체들과 격차는 큽니다. 최근 업계 5위인 미니스톱을 인수하려는 것도 이런 격차를 메우기 위해서입니다.
후발주자인 이마트24는 기존 편의점 업체들과의 차별점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콘텐츠의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최근 선보인 '점심대장'입니다. '점심대장'은 이마트24가 직장인 고객을 겨냥한 식사비 할인 쿠폰북입니다. 제휴 음식점에서 이 쿠폰북의 쿠폰을 사용하면 할인된 가격에 식사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강남구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앞으로 지역을 늘려갈 계획입니다.
'점심대장'은 '월간가격'과 달리 유료로 판매하는 쿠폰북입니다. 이마트24에서 권당 9900원에 살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제휴를 맺은 식당 약 60여 곳에서 할인된 가격에 식사를 할 수 있는 쿠폰이 담겨있습니다. 이마트24에 따르면 '점심대장'을 이용하면 직장인 평균 점심값보다 약 1000원가량 저렴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제휴 음식점과 이마트24의 매출 향상을 노리고 있습니다.
이마트와 이마트24가 진행 중인 실험의 핵심은 '집객(集客)'입니다. 즉 손님을 매장으로 불러들이는 겁니다. 이마트와 이마트24 모두 오프라인 매장이 중심입니다. 오프라인 매장에 손님이 오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이마트는 줄어드는 매장 방문 고객을 다시 늘리기 위해, 이마트24는 후발주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실험에 나선 겁니다.
업계에서는 이마트의 이런 노력에 대해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분명 신선한 시도인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온라인 비중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 매거진 형태의 쿠폰북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주목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매장 방문 고객 수 감소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 아니겠느냐"고 하더군요.
어찌됐건 이마트의 실험은 이제 시작됐습니다. 실험이 성공할지, 아니면 실패할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업계 1위인 이마트가 이런 실험을 한다는 사실 자체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그만큼 현재 대형마트가 가지고 있는 위기감이 크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일 테니까요. 이마트의 실험이 성공할까요?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