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전통 제약사들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가성비를 자랑하고 있다. 매출은 비슷한데도 순이익 규모는 서너배가 넘는다.
실제로 지난해 매출 1조원대 제약사 중 순이익이 가장 많았던 한미약품의 순이익은 639억원 규모였다. 반면 바이오기업 매출 1위인 셀트리온의 경우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겼음에도 순이익은 2900억원에 달했다. 삼성바이오는 매출은 7000억원 수준인데 순이익은 2000억원을 넘겼다.
다른 바이오기업들 역시 매출은 5000억원에 한참 못 미치지만 매출 1조원대 전통 제약사들의 평균 순이익인 300억원을 웃돌았다.
◇ 셀트리온, 바이오기업 매출 첫 1조원 돌파
2012년 세계 최초로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한 셀트리온은 지난해 바이오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겼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3781억원, 순이익은 2980억원으로 각각 전년보다 11.6%와 18.5% 증가했다. 주요 매출원인 면역질환치료제 ‘램시마’, 유방암 치료제 ‘허쥬마’,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 등의 바이오시밀러가 유럽과 미국에서 활발하게 판매가 이뤄지면서다.
셀트리온 계열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실적도 좋았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의 개발 및 생산만 맡고 있으며, 계열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해외에서 유통과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실적이 저조하다면 셀트리온의 실적은 거품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셀트리온헬스케어도 뛰어난 성적을 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54.3%나 증가하면서 역시 1조원을 넘겼다. 영업이익은 828억원으로 흑자전환했고, 순이익도 전년 114억원에서 650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실제로 유럽과 미국에서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는 얘기다. 셀트리온이 2012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램시마의 경우 전 세계 시장점유율이 약 60%에 달할 정도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으로부터 바이오시밀러를 낮은 원가로 공급받으면서 원가율을 크게 개선하는 효과도 누리고 있다. 다만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자산이 1조 6000억을 훌쩍 넘기면서 셀트리온을 위해 재고를 고스란히 떠안는 유통상 리스크는 그대로 이어졌다.
◇ 삼성바이오도 악재 뚫고 순이익 2000억원 ‘훌쩍’
삼성바이오 역시 바이오시밀러로 호황기를 맞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매출 765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2배가량 늘었다. 전년도 대규모로 적자를 냈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대규모 흑자로 돌아섰다. 주력 제품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베네팔리, 임랄디, 플릭사비 등 3종 바이오시밀러의 선전 덕분이다. 이들 바이오시밀러의 지난해 유럽 매출은 사상 최대치인 약 8500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금융수익 942억원이 더해지면서 순이익이 큰 폭으로 늘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재고자산이 1조 1000억원에 달한다.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재고 자산이 높은 이유는 바이오시밀러의 특성상 발주부터 상업생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영업이익을 보면 셀트리온헬스케어보다 400억원가량 많다. 실제 제품 영업을 통한 이익이 더 많은 만큼 재고자산 대비 영업이익을 따져보면 재고 리스크는 덜하다는 얘기다.
바이오의약품 위탁 개발·생산(CDMO)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높은 수익성을 자랑했다. 바이오의약품시장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위탁생산 수요가 계속 늘어나면서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매출은 7016억원으로 전년보다 30.9% 증가했다.
위탁생산(CMO) 수주제품이 27개에서 지난해 35개로 늘었고 위탁개발서비스(CDO) 수주 프로젝트는 5개에서 42개나 늘어난 덕분이다. 여기에다 지난해 제3공장 가동을 시작하면서 첨단 세포배양 기술을 적용해 제품 생산기간을 기존방식 대비 최대 30% 단축했다. 그 결과 공장 가동률이 상승하면서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영업이익도 64.6% 급증한 917억원에 달했다. 다만 순이익은 전년도 일회성 요인 탓에 소폭 줄었다.
◇ 효자 노릇 톡톡 '바이오시밀러'
전통 제약사들의 주 수익원은 오리지널 합성의약품을 복제한 제네릭이다. 고수익을 내고 있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의 경우 항체 등을 이용한 생물의약품을 복제한 바이오시밀러가 주 수입원이다.
제네릭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면 수십, 수백여 제약사에서 쏟아낸다. 특허가 만료되면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도 낮아지면서 제네릭의 약가는 더 낮게 책정된다. 낮은 약가에 치열한 경쟁 때문에 제네릭의 수익성도 낮다.
반면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바이오복제약이긴 하지만 생물의약품 특성상 세포 생산 조건과 단백질 의약품을 정제하는 방법이 달라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과 완전히 동일하지 않다. 여기에 약가 역시 합성의약품과 비교해 월등히 높아 그만큼 수익성도 뛰어나다.
다른 바이오기업들 역시 전통 제약사들과 비교해 수익성이 좋았다. 지난해 차바이오텍의 순이익은 524억원, 휴젤은 503억원, 테라젠이텍스는 440억원을 기록해 매출 1조원대 상위 제약사들의 평균 순이익인 300억원을 훌쩍 넘겼다.
차바이오텍은 의료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휴젤은 보툴리눔톡신 및 필러 제품 판매, 테라젠이텍스는 유전자 기반 의료사업 및 신약 개발 전문 바이오기업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의 경우 인보사의 허가 취소에 이어 투여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상반응 등 추적관리를 진행하면서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