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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한미약품, 소유와 경영 분리한 까닭

  • 2020.08.13(목) 10:03

자녀 경영승계 아닌 전문경영인 공동대표 체제 유지
부인 송영숙 신임 회장 취임…총수일가 '소유-경영' 분리
"'글로벌 신약 개발 등 제약강국 건설' 사업기조 잇는다"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신약 연구개발을 이끈 큰 별이 졌습니다. 한미약품 창업자인 임성기 회장이 지난 2일 타계했습니다. 지난 48년간 국내 제약산업 발전에 온 힘을 쏟았던 그입니다. 이제 그의 자리는 부인인 송영숙 고문(가현문화재단 이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습니다. 우종수·권세창 대표이사 사장의 공동대표 체제는 계속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고(故) 임성기 전 회장과 송영숙 신임 회장 사이에는 아들 2명과 딸 1명 등 총 3명의 자녀가 있습니다. 세 자녀 모두 한미약품의 경영일선에 있음에도 불구, 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입니다. 다수의 제약기업들은 이미 오너2‧3세들이 경영을 승계하고 있습니다. 동화약품, 일동제약, GC(녹십자홀딩스), 한독, JW중외제약 등이 대표적입니다.

반면 전문경영인 체제인 제약기업들도 있습니다. 유한양행은 창업자 유일한 박사가 1969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현재까지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종근당은 창업주 고(故) 이종근 회장의 장남 이장한 전 대표가 지난 2013년 사임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했습니다. 대웅제약은 오너 2세인 윤재승 회장이 사퇴한 이후 지난 2018년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죠.

한미약품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면서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하는 소유와 경영 분리체제에 돌입하게 됐습니다. 송 신임 회장은 임 전 회장의 ‘신약 개발을 통한 제약강국 건설’ 기조를 잇기 위해 "현 경영진을 중심으로 중단 없이 계속 신약개발에 매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미약품의 지분율을 살펴보면 최대주주는 41.39%를 보유한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입니다. 한미사이언스는 임 전 회장이 34.27%로 최대주주이고,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 3.65%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부사장이 3.55%, 차남 임종훈 한미약품 부사장이 3.14%, 송 신임 회장이 1.26%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2년 전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임 전 회장의 건강이 지난해 말부터 악화했지만 그 사이에도 지분 승계 움직임이 없었던 겁니다.

다수의 제약사들은 자녀들의 경영승계를 준비하기 위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지분율을 높여왔습니다. 자회사 주식을 지주사에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별도의 돈을 들이지 않고도 지배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 전 회장은 지주회사 전환 이후에도 자녀들에게 지분을 거의 이전하지 않았습니다.

과거 2010년 인적분할 방식으로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를 만들었을 당시와 현재 지분율을 비교해봐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인적분할 직전인 2010년 초 한미약품 지분율은 임 전 회장이 19.6%인 반면 2세 3명은 각각 1.1%에 불과했습니다. 현재 지분율은 3%대입니다. 만약 경영승계를 준비했다면 10%대 전후로 지분율을 끌어올렸을 겁니다.

임 전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34.27%의 지분이 어떻게 분배될지는 아직 공개되지는 않았습니다. 별도의 유언장이 없다면, 부인과 자녀들에게 각각 1.5 대 1로 배분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분석입니다. 그렇게 되면 송 신임 회장은 총 12.68%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됩니다. 자녀들에게는 7.61%의 지분이 돌아가지만 송 신임 회장의 지분에는 못 미칩니다. 자녀들의 사이가 돈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지분 다툼 가능성도 낮습니다.

이처럼 한미약품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경영과 소유를 분리하는 것이 추세입니다. 세습경영은 독단적 결정으로 잘못된 결정에 다다를 위험이 있습니다. 물론 세습경영도 장점이 있습니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이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사업 추진, 책임 경영이 가능합니다. 반면 전문경영은 세습경영의 약점인 전문성과 객관적인 견제가 가능합니다. 한미약품그룹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이유입니다.

지난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물론 여러가지 사연이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키로 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한미약품도 마찬가지 입니다. 전문경영인인 우종수, 권세창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하면서 객관적인 견제 장치와 전문성을 지속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임 전 회장은 줄곧 "신약 개발은 내 목숨과도 같다"고 말해왔을 정도로 신약 개발에 대한 의지가 강했습니다. 따라서 현 경영진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임 전 회장의 유지를 잇기 위한 한미약품의 강한 의지라고 보여집니다.

두 공동대표는 임 전 회장, 이관순 부회장과 함께 한미약품의 신약 기술수출을 성공적으로 이끈 주역입니다. 그런 만큼 임 전 회장의 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글로벌 신약 개발을 통한 제약강국 실현'은 임 전 회장의 오랜 숙원입니다. 한미약품그룹이 전문경영인 체제의 장점을 십분 살려 임 전 회장의 숙원을 이뤄낼 수 있을지 유심히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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