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그룹이 계열사인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을 합병하기로 했습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은 지주회사인 셀트리온홀딩스의 지배구조 아래에 있습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별도로 분리된 법인입니다.
그동안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생산을,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유통 및 판매를, 셀트리온제약은 화학 합성의약품(케미칼) 사업을 각각 맡고 있었습니다. 3사를 합병하게 되면 합성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의 개발부터 생산, 판매를 모두 아우르는 초대형 제약바이오기업으로 재탄생하게 되는 셈입니다.
3사 합병 초기 작업으로 서정진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주식을 현물출자해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설립했습니다. 셀트리온홀딩스와 신규 설립한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오는 2021년 12월 31일까지 합병한다는 계획입니다. 이 과정에서 셀트리온 3사의 합병도 동시 추진하려는 겁니다.
◇ 일자리 규제 대상 탈피‧지배력 강화
3사 합병의 가장 큰 효과는 일자리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지배력이 강화된다는 겁니다. 기존에 서 회장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35.54%를 보유하고 있어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올라 있었습니다. 총수 일가의 상장사 지분율이 30%를 넘으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됩니다.
이번에 서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35.54% 중 24.33%를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에 현물출자하면서 서 회장의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은 11.21%로 낮아졌습니다. 그동안 셀트리온 주주들은 서 회장의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율이 높은 만큼 단순 합병시 서 회장에게 유리하게 합병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합병 추진으로 주주들의 이런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게 됐습니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의 최대 주주가 되면서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지배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합병이 최종 마무리되면 그룹의 구조는 단순해지고 서 회장의 지배력은 더 커지게 됩니다. 향후 자녀들에 대한 지분 승계도 쉬워졌습니다. 합작 홀딩스의 지분만 증여하면 되기 때문이죠.
◇ 사업 투명성 제고·양도소득세 부담 감소
셀트리온그룹은 이번 합병으로 한 회사에서 개발과 생산 및 유통, 판매까지 동시에 이뤄지게돼 거래구조 개선을 통한 비용 절감과 사업 투명성 제고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사업 투명성이 제고되는 만큼 그동안 내부거래로 매출을 키워온 실적 규모는 다소 줄어들 수 있는 측면도 있습니다.
특히 서 회장은 홀딩스를 통한 합병으로 양도소득세 부담도 줄일 수 있습니다. 당초 3사의 단순 합병방식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35.54%에 대한 양도소득세 25%를 납부해야 했습니다. 반면 홀딩스 설립을 통해 현물출자에 나서면서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 납부를 향후 주식 매도시까지 유예할 수 있습니다.
김지하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업 구조조정 촉진 및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조세특례제한법 ‘과세이연제도’가 오는 2022년부터 혜택이 축소되거나 삭제될 예정”이라며 “서 회장이 과세이연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내년 말까지 통합 지주회사 설립 및 3사 합병까지 완료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소액주주 반대 등 과제도 남아
다만 합병 계획은 아직 명확하게 나온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셀트리온그룹은 이사회 및 주주총회 등 관련 업무를 절차에 맞게 합병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각 회사의 이사회와 주주총회 결과 등에 따라 합병 대상, 방법과 일정 등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내년 말까지 합병이 온전히 진행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특히 주주들의 합병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번 합병건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입니다. 출석 주주의 3분의 2, 총 주식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합니다. 셀트리온그룹의 회사별 소액주주는 셀트리온 62.97%, 셀트리온헬스케어 52.39%, 셀트리온제약 45.0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향후 합병 비율 등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소액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반면 업계에서는 내심 셀트리온 3사의 합병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제약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제약바이오 기업의 탄생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 한걸음 더 다가서길 바라고 있는 겁니다. 당초 서 회장은 올해 말 퇴임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3사 합병에 대한 의지를 내비쳐왔던 그의 마지막 한수가 과연 주주들에게 통할까요. 시가총액 50조 원을 넘는 초대형 제약바이오 기업의 탄생이 이뤄질지 유심히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