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4년만에 의약품 허가‧심사 신청 수수료를 최대 30% 인상하기로 했다. 의약품 등의 허가신청ㆍ신고 등의 수수료를 현실화해 의약품 등의 허가‧심사 업무를 개선‧보완하기 위해서다.
식약처는 ‘의약품 등의 허가 등에 관한 수수료 규정’ 일부개정고시안을 행정예고하고 오는 13일까지 업계 의견을 수렴 중이다. 이번 고시안 주요 내용은 ▲ 의약품 허가신청·신고 등의 수수료 현실화 ▲ 의약품특허권의 등재신청 등의 수수료 현실화 ▲ 국가출하승인의약품의 출하승인수수료 제제 삭제 및 추가 등이다.
개정안에 따라 제약사가 식약처에 신약의 품목허가를 신청할 때 내야 하는 수수료는 전자민원 접수를 기준으로 기존 617만 7850원에서 803만 1000원으로 오른다. 방문이나 우편으로 신청할 때는 682만 8150원에서 887만 6000원으로 인상된다. 희귀의약품은 각각 339만 8150원에서 441만 7000원, 375만 5850원에서 488만 2000원으로 오른다. 그 외 복제의약품 등은 전자민원 접수시 200만 7350원에서 260만 9000원, 방문이나 우편 접수시 221만 8650원에서 288만 4000원으로 인상된다.
의약품의 허가‧심사에는 전문인력이 투입되는 만큼 별도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의약품 허가심사 수수료를 매우 저렴한 수준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경우 임상자료를 포함한 신약 허가심사의 경우 수수료가 34억 원에 달한다. 임상데이터 심사가 필요 없는 복제의약품 등은 약 17억 원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신약 허가비용이 미국 대비 400분의 1 수준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제약시장 규모를 간과한 터무니없는 해석이다.
미국의 제약시장 규모는 약 570조 원이다. 제약시장 규모 대비 허가심사 수수료율은 0.0006% 다. 우리나라의 제약시장 규모는 약 23조 원으로, 허가심사 수수료율은 0.0003% 수준이다. 단순 수수료 비용으로는 엄청난 차이가 있지만 실제 제약시장 규모를 따져봤을 때 미국 보다 50% 정도 저렴하다고 볼 수 있다.
정부의 이번 허가심사 수수료 인상은 그동안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지속적으로 건의해 온 사안이다. 허가심사에 평균 300일이 소요되는데 점점 기간이 지연되면서 불만이 계속 제기돼왔다. 이에 식약처는 지난 6월 의약품·바이오·의료기기의 허가와 심사를 전담할 인력 35명 충원에 나섰다. 분야별 채용인원은 의약품 27명, 의료기기 7명, 바이오 1명이다. 심사의 전문성과 신속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인력 충원에 나선만큼 업계도 이번 수수료 인상에 큰 이의는 없는 분위기다.
다만 지난 2016년 허가심사 수수료 인상에도 불구하고 지난 4년간 허가심사 기간에 큰 변화는 없었다는 점은 여전히 우려스런 대목이다. 당시 신약 허가신청 수수료는 372만 6000원에서 617만 7850원으로 무려 65%가 인상됐음에도 말이다. 업계에서는 수수료가 오르고 인력이 충원되는 만큼 심사 기간도 단축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체 입장에서 시간은 돈이다. 허가가 늦어질수록 그만큼 시장을 선점할 기회는 낮아진다. 정부는 지난 7월 제약바이오 등 헬스케어 신기술 육성에 앞으로 10년간 2조 80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 배경에는 발 빠른 허가심사도 뒷받침돼야 한다. 아무리 좋은 기술도 허가가 늦어지면 개발 당시보다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일례로 지난 2015년부터 2019년 6월까지 5년 간 의약품 임상시험 자진 철회한 건수는 297건에 달했다. 임상승인이 지연되면서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승인까지 한 달 정도가 소요된다. 국내에서는 최대 421일까지 걸린 경우도 있다. 물론 최종 품목허가는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에 직결된 문제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수수료만 오르고 심사기간이 단축되지 않는다면 그만큼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기회도 놓치기 쉽다. 수수료 인상의 핵심은 심사기간 단축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