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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서정진' 셀트리온, 남은 숙제는

  • 2021.07.12(월) 15:43

[워치전망대]제약바이오② 셀트리온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 개발 성공
글로벌 기업 목표…'포스트 서정진' 과제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국내 바이오 산업은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 백신과 치료제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면서 K-바이오가 주목받고 있다. 그 중 셀트리온은 지난 2007년 세계 최초로 항암제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성공하면서 국내 바이오시밀러 산업에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성공, 글로벌 제약사로 나아가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세계 최초 항체시밀러…바이오 산업 '불신' 깼다

셀트리온 창업자 서정진 명예회장은 타고난 사업가다.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직장을 잃은 이후 "회사가 무너질 때 후배 5명이 중국음식점, 깁밥장사를 한다고 하는 꼴이 보기 싫어서 창업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창업 멤버 중 생물학 관련 전공자는 단 한 명도 없었지만 '인터넷, 바이오, 엔터 사업이 유망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이오 산업에 뛰어들었다.

서 명예회장은 항상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늘 안정보다는 위험을 택했다. 2013년엔 공매도 세력을 비판하며 지분 매각을 발표했다가 시세 조종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적도 있다. 분식회계 의혹과 재고자산 문제도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의학만큼 쉬운 것이 없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그의 의지는 결국 빛을 발했다.

셀트리온은 2012년 세계 최초로 항체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판매 허가 승인을 획득했다. 2017년에는 EMA로부터 세계 최초 항암제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 판매 허가를 받으며 부정적인 인식을 바꿔 놓았다.▷관련 기사: '미심쩍은 타이밍'…셀트리온, 또 분식회계 '악몽'(12월3일)

서 명예회장이 생각하는 셀트리온의 경쟁 상대는 글로벌 1위 제약사 '화이자'다. 글로벌 제약사로 나아가기 위해 새로운 먹거리 탐색에 몰두한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12월 일본 제약기업 다케다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18개 '프라이머리 케어' 제품군 자산을 총 2억7830만달러(약 3074억원)에 인수했다. 합성의약품 파이프라인을 강화해 글로벌 종합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의도였다.

최근에는 영국의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사 '익수다 테라퓨틱스'에 미래에셋그룹과 함께 총 4700만달러(약 530억원)의 지분을 투자했다. 암에 선택적으로 약물을 전달해 항암 효과를 극대화하는 기술인 ADC의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다.

업계 1위로 '우뚝'…연 매출 2조 '코 앞'

셀트리온은 지난 2019년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제약바이오 업계를 통틀어 2016년부터 부동의 1위를 지켰던 유한양행을 제치고 연 매출 1위에 올랐다. 셀트리온의 지난해 매출은 1조8491억원억원으로 전년 대비 63.9% 늘었다. 영업이익도 7121억원으로 전년 대비 88.3% 증가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5%포인트 늘어난 38.5%이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양호한 실적의 비결은 바이오시밀러의 안정적인 해외 점유율 덕분이다. 램시마와 트룩시마에 이어 유방암·위암 치료제 '허쥬마', 램시마의 피하주사 제형 '램시마SC',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유플라이마' 등을 선보이며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 강자로 자리 잡았다. 주목할 만한 시장은 유럽 시장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유럽 시장에서 램시마는 53%, 트룩시마는 3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유럽에 진출한 지 5년 만에 오리지널 제품을 넘어섰다. 허쥬마 역시 15% 시장점유율로 유럽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후속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도 늘리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은 결장직장암 치료제 'CT-P16', 알레르기성 천식·만성 두드러기 치료제 'CT-P39', 골다공증 치료제 'CT-P41', 황반변성 치료제 'CT-P42',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CT-P43' 등이 있다. 이 중 CT-P16은 올해 안에 글로벌 임상 3상을 마무리하고 EMA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CT-P42와 CT-P43는 2022년 하반기까지, CT-P39와 CT-P41은 2023년 상반기까지 글로벌 임상 3상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셀트리온은 2030년까지 매년 한 개씩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내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 등 바이오시밀러 이외의 사업 다각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셀트리온의 올해 매출이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2월에는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가 유럽 판매 허가를 받았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에서도 강력한 파이프라인을 추가로 확보한 셈이다. 유플라이마의 매출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오는 3분기 이후 실적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 경영인' 체제 개막…포스트 셀트리온은

셀트리온이 전문경영인 체제에 돌입한 건 지난 2015년부터다. 하지만 주요 의사결정에서 서 명예회장의 영향이 컸기에 경영과 소유를 분리했다고 보긴 어려웠다. 서 명예회장이 지난 3월 말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하면서 기우성 부회장과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부회장이 이끄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본격화됐다.

셀트리온은 지속적으로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시달렸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서 회장의 개인회사로 인식되는 지배구조 탓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서 명예회장이 100% 지분을 소유한 별도 법인이었다. 하지만 서 명예회장은 지난해 9월 자신이 보유 중이던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24.33%를 현물출자해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설립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은 지주회사인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의 합병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올해 말까지 셀트리온그룹의 지주회사 체제를 확립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향후 셀트리온의 미래는 '3사 합병'에 따라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3사가 합병하면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한 셀트리온의 높은 매출 의존도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대규모 재고자산 관련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시가총액 50조원이 넘는 공룡 제약사가 탄생해 시장 지배력도 높아진다. 다만, 3사가 합병돼 직판 구조로 바뀌면 셀트리온이 재고 부담을 떠안게 돼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린다는 것이 단점이다.

셀트리온에게 남은 숙제는 서 명예회장이 떠난 이후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다. 단기적으로는 셀트리온 주주들의 원성을 달래고 3사 합병을 무사히 완료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합성의약품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고 있고 중국 시장도 진출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중국 현지에 12만리터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가 코로나19로 연기한 상태다.

이제 셀트리온의 미래는 기 부회장의 손에 달렸다. 기 부회장은 지난 2007년 셀트리온 기술생산부문 생산지원본부장으로 입사해 생명공학사업부, 경영지원부 등을 거쳤다.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성공을 지켜봐 온 그다. 서 명예회장의 그늘을 벗어나 기 부회장이 만들어갈 셀트리온은 또 어떤 모습일 지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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