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이슈의 달이다. 정치·사회·경제·문화 등 전 분야의 이슈가 10월만 되면 수면 위로 떠오른다. 국정감사 때문이다. 21대 국회 국정감사의 막이 올랐다. 유통업계도 국감시즌이 되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경영진의 국감출석 때문이다. 국감장에 직접 출석해야 하는 증인으로 선정되면 국회의원들의 매서운, 때로는 막무가내인 질문에 공식적인 답변을 내놔야한다.
더불어 국감시즌에 부각되는 이슈는 국감 이후 당국의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 국감때 직전 국감때의 지적 사항에 대해 얼마나 개선했는지 설명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고용이 이슈가 됐었다면 1년 뒤 고용이 얼마나 늘어났느냐를 입증해야 한다. 세금이 문제가 된다면 세무조사가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기업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
◇ 배달 플랫폼 규제 논의 예정
이번 국감에서 논의될 유통업계 이슈로는 '플랫폼'이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언택트 라이프 스타일이 강화되면서 오픈마켓과 플랫폼 업체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그만큼 '갑질'과 '규제'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온라인 쇼핑몰 등은 특별법인 대규모유통업법의 규제대상이다. 반면 오픈마켓과 배달앱 등은 대규모 유통업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돼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가장 먼저 총대를 매는 곳은 배달앱 업체들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는 8일 중소벤처기업부 국감장에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와 강신봉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대표, 김완수 소상공인연합회 상근부회장 등이 출석할 예정이다. 당초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김 의장을 대신해 김범준 대표가 출석한다.
국감장에서 해당 증인들에게 배달앱 수수료 관련 질문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배달시장이 급성장한 반면 가맹업주들의 수수료 부담이 과도하게 커졌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는 기업결합심사를 진행 중이다. 국감이 크게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배달 앱 시장 독과점 문제와 함께 수수료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어필해야 한다.
오픈마켓 업계는 한시름 덜었다는 분위기다. 그동안 국감증인 0순위로 꼽히던 김범석 쿠팡 대표가 증인목록에서 빠져서다. 하지만 증인에서 빠졌다고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 업계입장에서는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국감과 같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기회를 놓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배송업계도 국감을 두고 긴장감이 높다. 특히 코로나 19 사태 이후 논의가 뜨거운 고용과 노동환경 이슈가 뜨겁다. 다만 업체들은 경영진의 증인채택은 거의 없어 큰 걱정을 덜었다는 분위기다. 당초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여야 간사단 협의로 무산됐다. 그래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참고인 자격으로 업체들과 날을 세우고 있는 김태완 택배연대노조 위원장과 윤성구 CJ대한통운 파주제일대리점장 등이 출석하기 때문이다.
◇ 신세계·아모레·네이버쇼핑 CEO도 출석
유통업체들도 국감이 부담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여파로 실적 부담이 커진데다, 국감장에서도 다루는 이슈에 따라 규제부담까지 떠안을 수도 있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가 스타필드의 골목상권 침해 관련 증인으로 채택됐다. 지난해도 같은 문제로 국감에 출석한 바 있다는 점에서 지난 1년간 지적사항을 얼마나 잘 이행했는지에 대해 집중 질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백복인 KT&G 사장, 이유희 전 KT&G생명과학 대표도 연초박 발암성분 위험성 고지 여부 문제로 증인으로 국감장에 출석한다. 배하준 오비맥주 사장도 제품의 위생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을 예정이다. 조정열 에이블씨엔씨 대표와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사장, 이윤숙 네이버쇼핑 사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등은 가맹본부 불공정 거래행위 관련 질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형태준 이마트 부사장, 임성복 롯데그룹 전무, 변광윤 이베이코리아 대표 등은 국정감사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가 마지막에 철회됐다. 해당 업체들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농어촌 상생협력기금 출연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 출석 이유였다. 아울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의 증인 채택도 거론됐지만 결국 여야 합의로 없던 일이 됐다.
◇ '보여주기' 논란도 여전
'보여주기식' 국감이라는 지적도 여전히 나온다. 특히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1위인 교촌에프앤비의 황학수 대표가 오는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증인으로 출석하는 일을 두고 업계의 불만이 높다. 교촌은 국감을 앞두고 배달 라이더들의 재해예방을 위한 산업안전교육 진행 현황 자료를 제출을 요구받았다. 국감장에서도 라이더 고용현황과 산업안전교육, 재해예방활동에 대한 질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배달 노동자의 문제를 프랜차이즈 업체에 묻는 것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교촌은 라이더를 직고용하고 있지 않다. 가맹점이 자체적으로 고용하거나 배달대행업체를 이용하고 있다. 상장을 앞두고 당국이나 정치권에 밉보이기 어려운 처지의 교촌이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일로 국감장에 서야 하는 것을 두고 '보여주기식' 국감의 일환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 이번 국감에서는 증인의 출석률이 과거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입출국이 어려워지면서 해외출장 등을 이유로 한 출석 회피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국감은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부담이 다소 줄어든 반면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 업체가 집중 타깃이 될 전망"이라며 "관련 규제가 만들어져 가는 시기에 국감에서의 이슈 발제와 해결과정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