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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 커머스]MBK, '캐스팅 보트' 쥐었다

  • 2021.03.24(수) 10:36

인수 실탄 약 7조 확보…투자자 이해가 숙제
'단독 인수·합종연횡' 두고 고민…컨소시엄에 무게

쿠팡이 쏘아 올린 미국 증시 상장 '로켓'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요동치게 하고 있다. 쿠팡의 성공적인 미국 증시 데뷔와 대규모 자금 조달의 본격화는 이커머스 업계 '지각 변동'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후끈 달아오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은 이머커스 업계 판도 변화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의 전략을 짚어보고 막전 막후를 알아봤다. [편집자]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의 '조커(Joker)'는 아무래도 MBK파트너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MBK의 향후 행보에 따라 인수전의 양상이 달라질 수 있어서 입니다. MBK가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두 가지입니다. MBK는 직접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수도, 다른 인수 후보와 합종연횡에 나설 수도 있습니다. 성사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미 SK텔레콤과의 컨소시엄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케스팅 보트'를 쥔 셈입니다.

◇ '홈플러스와 시너지·투자금 회수' 기대

사실 MBK는 오래 전부터 이번 인수전에 참여할 인수 후보자로 거론됐었습니다. 일단 유통산업에 대한 경험이 있습니다. 웅진코웨이를 인수해 엑시트(exit)에 성공했죠. 현재는 홈플러스의 최대 주주입니다. 그런 만큼 유통산업에 대한 이해가 높은 편입니다. 물론 이커머스 산업에 대한 경험은 부족합니다. 하지만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다면 홈플러스를 기반으로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MBK는 현재 홈플러스 엑시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MBK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게 된다면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홈플러스 엑시트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겁니다. MBK는 홈플러스 인수에 7조 2000억 원을 투입했습니다. 최근 들어 투자금 회수에 골몰하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산 탓에 홈플러스의 실적이 부진하면서 녹록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를 7조 2000억 원에 인수했다.

홈플러스는 2015년 MBK가 인수할 당시만 해도 국내 대형마트 '빅3'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여타 대형마트들이 그랬듯 홈플러스도 소비 트렌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탓에 시장에서 영향력을 잃어갔습니다. 그나마 이마트나 롯데마트의 경우 모기업의 힘으로 버텼지먼 홈플러스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최근에서야 온라인 비중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MBK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오픈 마켓에 강점이 있는 이베이코리아를 품게 되면 온라인 확대에 나서고 있는 홈플러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홈플러스의 실적 회복은 물론 기업가치도 상승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홈플러스 엑시트를 진행하고 있는 MBK로서는 생각보다 더 많은 금액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이것이 MBK의 이번 인수전 참여 이유 중 하나입니다.

◇ '합종연횡' 가능성 열려있어

업계와 시장에서 MBK의 인수전 참여를 눈여겨 보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바로 '합종연횡(合從連衡)' 가능성 때문입니다. 현재 이베이코리아의 몸값은 약 5조 원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인수전에 참여한 기업들 대부분 부담스러워하는 부분입니다. 개별 업체들별로 사정은 다르겠지만 어느 누구도 선뜻 5조 원이라는 거금을 쉽게 꺼내 들 만큼 곳간 사정이 넉넉하지 않습니다.

결국 재무적 투자자와 손을 잡거나, 외부 차입을 통한 자금 확보를 해야 합니다. MBK가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MBK는 현재 미소진 자금으로 약 7조 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타 인수 후보 업체들에 비해 실탄이 넉넉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만큼 MBK가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다른 플레이어들과 손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미 업계 등에서는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SK텔레콤과 MBK가 컨소시엄을 이뤄 이베이코리아 본입찰에 나설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MBK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이 없는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든든한 실탄을 바탕으로 가장 핫한 아이템인 이베이코리아에 투자할 수 있다면 분명 남는 장사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입니다.

실제로 과거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당시 인수전에 참여했던 포스코와 GS그룹이 컨소시엄을 이뤘던 적이 있습니다. 두 업체 모두 각자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인수전 중간에 손을 잡았습니다. 물론 막판에 컨소시엄이 결렬돼 결국 양측 모두 대우조선해양 인수에는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인수전에서도 그때처럼 MBK가 다른 인수 후보자와 손을 잡을 가능성은 열려있습니다. 

◇ '실탄'은 충분…선택만 남았다

MBK가 이번 인수전에서 부각되는 이유는 '실탄'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미소진 자금이 약 7조 원에 달하는 만큼 여러 인수 후보자들로부터 러브콜이 쏟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MBK도 숙제는 있습니다. 미소진 자금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MBK가 확보한 미소진 자금은 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고 목표수익률만 제시한 뒤 투자금을 모으는 '블라인드 펀드'여서 입니다.

만일 MBK가 독자적으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나선다면 이 자금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자금은 투자자들이 MBK를 믿고 맡긴 자금입니다. 따라서 MBK는 막대한 자금을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에게 이베이코리아 인수 효과 등을 이해시켜야 합니다. 이 작업이 녹록지 않을 겁니다.

이 때문에 업계 등에서는 MBK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을 완주하기 보다는 다른 인수 후보자와 손을 잡는 시나리오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렇게 되면 MBK는 미소진 자금 사용 규모를 줄일 수 있음과 동시에 이베이코리아 인수 효과를 일정 부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MBK로서는 여러모로 이점이 많은 선택지 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MBK의 선택입니다. 단독 인수냐, 합종연횡이냐는 MBK가 결정할 겁니다. MBK가 보여준 그동안의 행보로 유추해보건대 MBK는 절대 손해보는 선택은 하지 않을 겁니다. 업계 관계자는 "MBK가 단독으로 인수에 나설 가능성 보다는 누군가와 손을 잡는 방안을 더 비중 있게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며 "손을 잡는다면 과연 누구와 잡을지가 관심사"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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