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食스토리]는 평소 우리가 먹고 마시는 다양한 음식들과 제품, 약(藥) 등의 뒷이야기들을 들려드리는 코너입니다. 음식과 제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부터 모르고 지나쳤던 먹는 것과 관련된 모든 스토리들을 풀어냅니다. 읽다 보면 어느새 음식과 식품 스토리 텔러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치킨 한 마리가 도착했습니다. '1인 1닭' 하는 게 아니라면 눈치 싸움이 시작됩니다. 과연 닭 다리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가족이 모인 자리라면 때로는 어르신에게, 때로는 막내 아이에게 닭 다리가 주어집니다. 회식 자리에서도 비슷하죠. 가장 높은 분이 차지하거나 막내 사원이 눈치(?)를 보면서 먹게 되기 마련입니다. 친구들이 함께라면 그냥 눈치껏 골라 먹겠죠.
그런데 닭 다리를 놓고 모두 눈치를 보는 와중에 취향이 독특한 사람이 있었다고 가정해볼까요. 그 사람은 생각합니다. 왜 이 치킨에는 목뼈가 안 들어있지? 닭 다리 다음으로 좋아하는 부위인데.
사람마다 취향은 천차만별입니다. 분명 목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사실 목뼈에 맛을 들인 이들은 알고 있습니다. 뼈에 붙은 살들이 얼마나 쫄깃하고 맛있는지요. 소나 돼지도 뼈에 붙은 살이 가장 맛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목뼈 부위의 살은 모두 '뼈에 붙은 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목뼈는 오랜 기간 사랑받지 못한 부위입니다. 닭의 다리를 '닭 다리'라 부르는 것처럼 목도 '닭목'이라고 부르면 되련만. 굳이 '목뼈'라고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딱 봐도 뼈만 앙상해 보이기 때문일 겁니다. 살도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오래 전 시장에서 팔던 '옛날 통닭'이 위세를 떨치던 시절부터 목뼈는 인기가 없었습니다. 굳이 내쫓을 필요까지는 없으니 구석 자리를 내준 정도의 존재랄까요. 있으나 마나 한 취급을 당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이 '목뼈'가 아예 안 보이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분명 치킨 '한 마리'를 주문했는데 목뼈만 쏙 빼고 보내주는 경우가 잦아졌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변화'에 불만을 품는 목소리는 크지 않았습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일 뿐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은 오직 '닭 다리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에만 쏠려있었니까요.
하지만 궁금했습니다. 왜 목뼈를 굳이 빼서 보내주는 걸까요. 정 먹기 싫은 사람은 안 먹게 두면 그만인 것을 처음부터 취급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엄청나게 많은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있습니다. 이 브랜드를 다 조사할 수는 없으니 주요 업체 세 곳에 물어봤습니다. 닭 목뼈를 왜 안 주는지요.
먼저 bhc에 물었습니다. bhc는 처음부터 목뼈를 취급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치킨 프랜차이즈는 본사에서 공급한 '생닭'을 가맹점이 조리해 만드는 식으로 운영됩니다. 그런데 본사에서 아예 닭목을 빼고 공급하니 우리는 목뼈를 전혀 볼 수 없었던 겁니다. BBQ도 마찬가지였습니다. BBQ에서는 목뼈를 '비가식 부위'로 취급합니다. 비가식(非可食), 즉 먹을 수 없는 부위라는 뜻입니다.
두 업체 모두 뚜렷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닭목 부위를 팔면 법에 저촉된다거나, 아니면 이런 '결정'을 하게 된 특정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다만 사람들이 목뼈를 선호하지 않고, 때로는 혐오 부위로 여기는 이들도 있기 때문에 취급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업체뿐만 아니라 많은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이런 이유로 목뼈를 빼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BBQ에서는 과학적인(?) 근거를 찾아서 주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6년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만든 교육 자료를 줬는데요. 이 자료에는 닭에 대한 기본 상식들이 담겨있습니다. 여기에 '닭고기의 해로운 부위'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닭의 목은) 살이 비교적 적고 혈관과 임파선체가 포함돼 있고, 닭의 목덜미 피하지방 속에는 대량의 콜레스테롤이 함유돼 있다'는 내용입니다. 결국 닭목은 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아무리 그래도 닭목을 좋아하는 분들은 여전히 서운하실 겁니다. 이런 분들에게 희소식이 있습니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1위인 교촌에서는 목뼈를 주고 있습니다. 교촌은 메뉴에 따라 목뼈를 다르게 취급합니다. 교촌 오리지날이나 간장치킨, 레드치킨에는 목뼈를 넣습니다. 굳이 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만 허니 시리즈에는 목뼈를 넣지 않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교촌 오리지날 같은 메뉴는 튀김옷이 얇아서 닭목을 식별하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넣어서 조리합니다. 하지만 허니 시리즈는 튀김이 두껍기 때문에 식별이 어렵다고 합니다. 목뼈인 줄 모르고 씹을 우려가 있는 거죠. 결국 안전상의 문제로 목뼈를 뺄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궁금증은 어느 정도 풀린 것 같습니다. 닭목은 이처럼 설 자리를 점차 잃어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혐오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몸에도 그리 좋지 않다고 합니다. 자칫 잘못 씹어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목뼈를 '나쁜' 음식으로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공식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볼까요. 닭목을 특별하게 즐길 수 있는 '특수 부위'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뼈를 발라낸 목살은 이미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음식이었다'고 합니다. 닭 목살은 소금구이, 양념구이, 꼬치 등 의외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게 농림부의 설명입니다. 음식은 맛있게 먹으면 '장땡'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목뼈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냥 맛있게 먹으면 될 듯합니다.
자 이제 마지막으로 한 가지 알아두면 좋은 팁(?)을 소개하겠습니다. BBQ나 bhc에서 치킨을 주문했는데 목뼈가 들어있다면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이런 판단이 가능합니다. 해당 가맹점은 본사에서 공급한 닭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어디선가 사들인 닭을 쓰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를 업계 용어로 '사입(私入)'이라고 합니다. 이런 경우 위생상의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는 사입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아주 가끔씩 본사에서 닭고기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목뼈가 들어가는 경우가 생길 수는 있다고 합니다.
교촌에서 허니시리즈를 주문했는데 목뼈가 있다면 어떨까요. 이 경우 두 가지로 나뉩니다. 교촌 오리지날이나 간장치킨에 쓰여야 할 닭을 허니시리즈에 썼을 수 있습니다. 물론 사입한 닭을 썼을 가능성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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