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이커머스 티몬의 발걸음이 분주합니다. '콘텐츠 커머스'를 앞세워 내실 다지기에 나섰는데요. 앞서 티몬은 지난해 6월 '피키캐스트'를 운영하는 아트리즈를 인수했습니다. 그러면서 장윤석 아트리즈 창업주를 새 대표로 선임했죠. 장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이 콘텐츠 커머스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개그맨 정준하가 출연한 '광고천재 신드롬', 티몬 직원이 창원 한 달 살기를 하며 만든 기록형 다큐 '잘사는 레시피' 등의 작품이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이 작품들의 성과는 좋습니다. 광고천재 신드롬은 회당 최고 매출 9억원을 찍었습니다. 조회수는 30만뷰를 넘어섰고요. 이에 티몬은 콘텐츠 강화에 박차를 가합니다. 아프리카TV는 물론, 이커머스 최초로 틱톡과 손을 잡기도 했습니다. 특히 아프리카TV와는 다음달 국내 최초의 게임 전문 토크쇼 웹예능 '게임부록'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콘텐츠에 대한 티몬의 열정이 '찍먹'도 아닙니다. 게임부록 출연진은 김희철·김성회·성승현 등 게임업계의 영향력 높은 인물들로 꾸려졌죠.
의아한 움직임입니다. 콘텐츠 커머스는 예능·드라마 등의 콘텐츠와 판매를 연계시키는 사업모델입니다. 어찌 보면 라이브 커머스와 OTT플랫폼의 중간 정도에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형태의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교보증권과 미디어미래연구소 등에 따르면 라이브 커머스 시장 규모는 오는 2023년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 시장 규모가 4000억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장세입니다.
다만 이 시장이 아직 '주류'는 아닙니다. 라이브 커머스로 높은 실적을 기록하는 사례가 종종 나오고 있는 정도죠. 티몬이 자체 진행하는 라이브 커머스도 비슷하게 좋은 성과를 내곤 했습니다. 게다가 티몬은 ‘이커머스 플랫폼’입니다. 더 많은 고객에게 상품을 팔아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이를 통한 비용 절감으로 수익을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콘텐츠 커머스는 이를 빠르게 달성하기 어려운 모델입니다. 영상 제작에도 비용이 들고, 판매 효율도 낮으니까요.
그럼 티몬은 왜 콘텐츠 커머스를 선택한 걸까요. '우회를 통한 경쟁'이 목표로 보입니다. 코로나19 이후 2년은 이커머스의 전성기였습니다. 많은 플랫폼이 거래액 규모를 키우며 강력한 유통채널로 성장했죠. 네이버·쿠팡·신세계(이베이)는 이제 오프라인 채널 이상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켓컬리·오아시스마켓 등 신선 새벽배송 플랫폼은 상장까지 앞두고 있고요. 하지만 이 과정에서 티몬은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초단기 할인 판매 '타임커머스' 등이 잠시 화제를 끌었을 뿐이었죠.
이런 가운데 규모 키우기 경쟁은 사실상 끝났습니다. 다음 단계는 '물류'입니다. 향후 물류를 제압하는 자가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쿠팡이 그렇게 성장했고, 네이버·신세계가 쿠팡을 맹추격하고 있습니다. 이 '물류 전쟁'에는 '자금'이 필요합니다. 규모의 경제를 갖췄거나, 대기업이라는 '뒷배'가 없다면 참전하기조차 어렵습니다. 그럼 물류가 약한 이커머스 플랫폼이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충성고객 양성입니다.
이것이 티몬이 콘텐츠 커머스를 내세우고 있는 속사정입니다. 이커머스 시장에는 티몬의 대안이 많습니다. 굳이 티몬을 고를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티몬이 '재미있다'면 어떨까요. 고객은 한 번쯤 티몬을 찾을 겁니다. 이들은 콘텐츠가 마음에 들면 충성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죠. 결국 판매 규모를 키우기보다 고객을 록인(Lock-in)시켜 실속을 챙기겠다는 전략입니다. 나아가 유튜브처럼 콘텐츠에 광고를 붙이는 등의 새 수익모델을 만드는 것도 노리고 있을 테고요.
티몬의 현실을 고려하더라도 콘텐츠 커머스는 합리적 선택입니다. 티몬의 대주주는 사모펀드입니다. 사모펀드의 목표는 단기간 기업가치 성장 후 재매각(엑시트)이고요. 티몬은 기업이자 상품입니다. 때문에 티몬은 최대한 빨리 자신의 경쟁력과 수익성을 증명해야 합니다. 매력 없는 상품을 사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매각이 아니라 상장을 통한 엑시트를 추진하더라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지금의 티몬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이죠.
티몬을 인수할 만한 곳들은 이미 자체 플랫폼이 있습니다.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후 SSG닷컴과의 시너지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죠. 한때 티몬 인수를 타진했던 롯데는 롯데ON을 키우고 있습니다. 굳이 거래액이 크지도 않은 티몬을 인수할 이유가 없죠. 상장은 더 어렵습니다. 쿠팡처럼 '계획된 적자'를 이야기할 근거가 없어 시장을 설득하기 어려우니까요. 따라서 티몬은 콘텐츠 커머스와 같은 새로운 시장의 지배력을 확보해 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
다만 이런 전략이 맞아떨어질 수 있을지 확신할 순 없습니다. 티몬과 비슷한 미래를 그리는 플랫폼은 이미 많습니다. 이커머스·홈쇼핑은 신성장동력으로 라이브 커머스를 적극 육성하고 있습니다. 콘텐츠 분야에서는 포탈과 OTT플랫폼 등이 간접적 경쟁자가 될 수 있고요. 이들은 티몬보다 콘텐츠 제작·유통 역량이 높습니다. 자본력도 더 강하고요. 티몬이 콘텐츠 커머스를 성장시키면, 이들이 후발 주자로 진입해 시장을 빼앗을 능력이 충분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티몬도 이런 위험을 충분히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콘텐츠 커머스를 차세대 경쟁력으로 낙점했다면, 충분한 사전 분석이 끝났다는 의미일 테고요. 이에 기반한 자신감도 충분할 겁니다. 콘텐츠 커머스는 과연 티몬이 그 동안의 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까요. 미래는 어떻게 바뀌게 될까요. 피 터지는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티몬이 선택한 '제2의 길'이 새삼 주목받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