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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첨가물'서 '환불'로 전략 바꾼 까닭은

  • 2022.07.19(화) 16:54

"맛 없으면 100% 환불"…품질 '자신감'
'첨가물 마케팅' 효과 미미…전략 수정
차별화가 관건…마케팅만으론 어려워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프리미엄 전략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 하림이 이번에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예고했다. 자사 제품을 시식한 후 맛이 없을 경우 100% 환불해 주겠다는 '환불 마케팅'을 들고 나왔다. 하림은 품질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하림의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 많다.

하림의 반격…키워드는 '환불'

하림은 The미식(더미식) 자사몰에서 더미식 밥 24개입 세트(1박스)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인기 즉석밥 체험팩을 무료로 함께 증정키로 했다. 아울러 시식 후 맛이 없거나 만족하지 못하면 100% 환불해 주는 ‘미식 보장 이벤트’를 오는 24일까지 진행한다.

하림은 이벤트 기간 동안 해당 제품을 2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고시히카리밥'과 '오곡밥' 2종으로 구성된 체험팩을 추가로 제공해 먼저 먹어보고 맛이나 품질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반품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사진제공=하림

하림은 '첨가물 없이' 100% 쌀과 물로 갓 지은 집 밥처럼 정성을 다해 만든 만큼 고객들이 품질에 만족할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입장이다. 하림은 지난 5월 하림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더미식'을 앞세워 즉석밥 시장에 진출했다. 첨가물이 없다는 점을 강조해 소비자들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었다.

사실 하림은 이미 지난해 3월 즉석밥인 '순밥'을 선보였다. 당시에도 하림은 '첨가물을 섞지 않아 냄새가 없는 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개당 가격도 2100원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시장의 평가는 냉혹했다. 순밥의 시장 점유율은 0.1%에 불과했다. 결국 순밥은 소비자들의 외면 속에 출시 1년이 채 되지 않아 단종됐다.

'첨가물 논쟁'으로 시선 끌기

최근 선보인 '더미식 밥'은 순밥의 후속작이다. 하림의 기술력을 집약해 프리미엄으로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가격도 2300원으로 잡았다. 문제는 하림이 자신 있게 선보인 더미식 밥과 단종된 순밥과 차별점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하림은 더미식 밥에 첨가물을 섞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순밥 출시 당시의 설명과 동일하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프리미엄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림의 이런 '첨가물' 마케팅은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림의 설명대로라면 현재 즉석밥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햇반과 오뚜기밥 등은 첨가물을 사용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CJ제일제당과 오뚜기는 반발했다. 하림이 햇반과 오뚜기밥에 마치 인체에 해로운 첨가물이 들어간 것처럼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홍국 하림 회장이 지난 5월 '더미식 밥' 출시행사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 사진=하림

실제로 햇반과 오뚜기 밥에는 각각 '미강 추출물'과 '산도 조절제'가 들어간다. 미강 추출물은 쌀의 속 껍질에서 뽑아낸다. 즉 첨가물이 아닌 식품이다. 산도 조절제는 식품 보존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사용한다. 다양한 즉석식품에 광범위하게 쓰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범위 내에서 사용하면 인체에 무해하다.

당시 업계에서는 하림의 첨가물 마케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하림이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림은 즉석밥 시장에서 후발주자다. 기존 제품과 차별화가 절실하다. 하지만 즉석밥이라는 제품에서 차별화는 쉽지 않다. 프리미엄을 강조한 만큼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것이 필요했다. 이 때문에 첨가물 논쟁을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자신감'일까 '고육지책'일까

시장 조사 전문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즉석밥 시장 점유율은 햇반이 66.9%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오뚜기밥이 30.7%로 2위다. 햇반과 오뚜기밥이 국내 즉석밥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셈이다. 후발주자인 하림으로서는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 하림에게는 고역이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하림이 야심 차게 선보인 더미식 밥의 점유율은 1%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첨가물 논쟁을 통해 주위를 환기 시키고 더미식 밥을 알리려는 하림의 마케팅 전략이 통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불어 하림이 강조하고 있는 프리미엄 전략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지 못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업계에서는 하림이 프리미엄을 내세웠지만 정작 제품에서 기존 제품들과의 차별점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패착이라고 보고 있다. 이대로라면 더미식 밥도 순밥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하림이 프리미엄급 품질을 강조하면서 '자신감'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환불 마케팅'으로 전략을 변경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업계의 시선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제품의 확실한 차별화를 통해 소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이상 국내 즉석밥 시장에 더미식 밥이 끼어들 틈은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더미식 밥이 햇반이나 오뚜기밥과 확연하게 다른 점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마케팅에만 의존해 판을 뒤집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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