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남은 치아 개수가 기대수명을 알려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치아가 건강해야 음식을 잘 씹을 수 있고, 이에 따라 영양소도 섭취할 수 있죠. 일본의 24개 자치단체가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치아가 20개 이상 남아있는 사람의 평균 건강 수명은 치아가 없는 사람보다 남성은 92일, 여성은 70일 더 길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치아 상태가 어린아이의 성격 형성이나 노인의 인지 능력에도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고요.
치아 건강을 지키는 덴 양치만 한 게 없습니다. 양치를 잘하면 치아와 잇몸이 건강해지고, 충치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바쁜 일상에선 양치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깁니다. 이때 많은 사람이 껌을 찾습니다. 이 중에서 '자일리톨껌'은 충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고요. 정말 자일리톨껌은 충치 예방 효과가 있을까요. 껌을 씹으면 양치를 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요. 또 충치는 왜 생기는 걸까요.
자일리톨은 자작나무나 떡갈나무에서 추출한 '천연 감미료'입니다. 우리에게 자일리톨은 충치를 예방하는 원료로 익숙하죠. 사실 자일리톨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핀란드에서 감미료로 개발됐습니다. 설탕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이를 대체할 물질을 찾은 건데요. 초기 자일리톨은 단맛을 내면서도 혈당을 높이지 않아 당뇨 환자의 혈당 관리에 주로 쓰였습니다. 이후 1975년 핀란드 생화학자 카우코 마키넨이 자일리톨의 충치 예방 효과를 발표하면서 자일리톨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해졌고요.
자일리톨의 충치 예방 원리를 알기 위해선 충치가 생기는 과정을 살펴봐야 합니다. 충치는 치아가 검게 썩어들어가는 현상인데요. 의학적 용어론 '치아우식증'이라고 합니다. 충치는 충치균으로 알려진 스트렙토코쿠스 뮤탄스균(이하 뮤탄스균)을 가진 사람에 한해 발생하는데요. 뮤탄스균은 당분 흡수를 통해 에너지를 얻습니다. 우리가 설탕처럼 단 음식을 먹으면 뮤탄스균은 이 당분을 흡수한 뒤 분해하는 과정에서 젖산을 만들어내는데요. 젖산은 치아의 보호막인 법랑질(에나멜)을 부식시켜 충치를 유발합니다.
그런데 자일리톨은 당분이지만 설탕과 화학 구조식이 다릅니다. 5탄당 구조인 자일리톨은 뮤탄스균이 소화할 수 없다고 하는데요. 따라서 젖산 역시 생기지 않고요. 자일리톨을 통해 에너지를 얻을 수 없는 뮤탄스균은 결국 굶어 죽게 됩니다. 자일리톨이 충치 예방 효과를 내는 셈이죠. 실제 자일리톨은 지난 2004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충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그럼 자일리톨껌을 씹으면 충치 예방에 도움이 될까요. 자일리톨껌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제품이 롯데제과의 '자일리톨'입니다. 롯데제과는 국내 껌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회사 측은 지난 2000년 출시 이후 자일리톨의 누적 매출이 2조2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자일리톨 오리지널', '자일리톨 알파', '자일리톨 알파 프로폴리스' 등 종류도 다양하고요.
다만 자일리톨껌이 충치를 예방하려면 몇 가지 따라야 할 조건이 있습니다. 우선 껌을 씹기 전 입안에 음식 찌꺼기가 없어야 하는데요. 앞서 자일리톨은 뮤탄스균을 굶겨 죽임으로써 충치 예방 효과를 낸다고 했죠. 그런데 입 속에 음식 찌꺼기가 남아있다면 뮤탄스균이 계속 살아남게 됩니다. 즉 양치를 하고 껌을 씹어야만 충치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또 자일리톨껌에 다른 성분이 섞여 있으면 안 됩니다. 시중에 판매 중인 자일리톨껌 제품의 경우 자일리톨뿐만 아니라 설탕, 착향료, 색소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설탕은 충치를 유발하죠. 마트에 가면 '100% 핀란드산 자일리톨 함유'라고 표기된 제품이 눈에 띄는데요. 자일리톨 함량이 100%인지, 함유된 자일리톨의 원료가 모두 핀란드산이라는 건지를 따져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자일리톨 섭취량과 섭취 기간이 중요합니다. 하루에 5~10g의 자일리톨을 일 년 동안 꾸준히 먹어야 충치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보통 자일리톨껌 한 알엔 약 1g의 자일리톨이 들어있습니다. 롯데제과의 자일리톨 알파(86g) 제품은 67%의 자일리톨이 함유돼 있고요. 종합하면 100% 자일리톨로 만들어진 껌을 하루에 5개 이상 일 년 동안 씹어야 충치를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껌을 씹기 전 양치는 필수고요. 이렇게 보니 껌을 씹는 걸론 양치를 대신할 수 없겠네요.
양치를 할 수 없을 때 껌은 매우 유용한 대체품입니다. 입이 심심한 순간에 즐거움도 주고요. 하지만 껌을 지나치게 많이 씹으면 턱관절에 무리가 올 수 있습니다. 또 뮤탄스균이 자일리톨을 분해하지 못하는 것과 같이, 사람도 자일리톨을 분해하기 어렵다고 해요. 그래서 자일리톨을 다량 먹으면 배가 아프거나 설사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식약처도 자일리톨의 일일 권장 섭취량이 5∼10g을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죠. 자일리톨껌도 적절하게 양과 시간을 조절하며 씹는 게 좋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