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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TV' 외치는 홈쇼핑…정작 TV 못 버리는 이유

  • 2022.11.11(금) 07:40

[워치전망대] 엔데믹 '파티' 끝났다
'탈 TV' 전략…아직은 '시간 필요'
효율성 높이면서 신사업 '연착륙'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홈쇼핑 업계가 지난 3분기에도 고전했다. 롯데, CJ 등 주요 그룹사 홈쇼핑 업체의 영업익과 매출이 감소했다. 엔데믹 본격화에 급격히 증가한 TV 송출수수료의 영향이다. 신사업에 대한 투자 지출도 영향을 미쳤다.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계속됐다.

전망도 먹구름이 가득하다. 백화점과 이커머스 사이에서 치이는 형국이 이어지고 있다. 근본적으로 TV 시청층이 감소세다. 라이브커머스, 자체브랜드(PB) 사업 등 업계의 '탈(脫) TV 전략'도 아직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단기 실적 상승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약발 다한 '팬데믹'

롯데홈쇼핑은 지난 3분기 매출 2562억원, 영업이익 21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3% 줄었고 영업이익은 10.5% 급감했다. 같은 기간 GS샵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하락한 2894 원이었다. 영업이익도 6% 감소한 262억원에 그쳤다. 현대홈쇼핑은 같은 기간 매출이 5.8% 늘어난 2756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92억원으로 1.5% 감소했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특히 CJ온스타일의 타격이 가장 컸다. CJ ENM 커머스 부문인 CJ온스타일은 지난 3분기 매출 3095억원, 영업이익 57억원으로 나타났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 78.8% 줄어든 수치다. CJ온스타일 측은 "타 사보다 송출수수료 부담이 높았던 데다 IPTV, 케이블TV 등과의 협상 시기가 3분기에 몰려 있었다"며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전략적 투자 비용도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사실 업계의 영업익 감소는 올해초 엔데믹부터였다. 야외 활동이 늘면서 홈쇼핑의 영향력이 계속 떨어졌다. 물론 업계도 가만히 있던 것은 아니다. 해외 여행 등 리오프닝 상품 판매에 집중했다. 하지만 수수료율이 낮아 실적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골프 등 스포츠 패션도 빛을 보지 못했다. '고가 수요'는 백화점에 밀리고 '저가 수요'는 이커머스에 밀리는 추세가 이어졌다. 

원성 커지는 '송출수수료'

특히 업계는 송출수수료를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꼽는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 업체가 유료방송사업자들에게 내는 비용을 뜻한다. 일종의 '채널 사용료'다. 홈쇼핑 업계는 매년 매출의 절반 이상을 송출수수료로 지출하고 있다. 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홈쇼핑 7개사가 지출한 송출수수료는 지난해 1조8074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0년간 4배 증가한 수치다. 업계의 업황이 어려워지면서 이 같은 구조적 요인들이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현재 업계의 화두는 '탈 TV'다. 앞으로 TV만으로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공세에 TV 시청층이 줄고 있다. 주요 판매 채널도 모바일인 '라이브 커머스'가 대세다. 이 때문에 젊은 층 뿐 아니라 홈쇼핑 주력 소비자인 중·장년층의 홈쇼핑 이탈도 늘고 있다. 업계는 일제히 TV 밖 '디지털 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커머스 등 채널과 경쟁하기 위한 배송 인프라 투자, PB 상품 강화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업체마다 돌파구 찾기가 한창이다. CJ온스타일은 지난 6월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에 투자를 단행했다. 최근 머스트잇과 손잡고 라이브커머스 '머스트잇 LIVE'를 론칭하기도 했다. PB 골프웨어 브랜드인 '바스키아'도 선보였다. 현대홈쇼핑과 GS홈쇼핑도 게릴라성이던 자사 라이브 커머스 방송횟수를 대폭 늘렸다. 롯데홈쇼핑은 아예 지적재산권(IP)과 대체불가토큰(NFT) 시장을 개척하며 '새먹거리' 찾기에 나섰다. 이들의 관건은 TV홈쇼핑의 매출 의존도를 낮추는 데 있다. 

'탈 TV' 빛 볼까

다만 업계의 단기 실적 개선은 어려워 보인다. TV 밖에서 홈쇼핑은 아직 약자다. 경쟁력 강화에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라이브 커머스가 대표적 예다. 당장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과 맞서야 한다. 이들과 경쟁하면서 단기간 유의미한 수익 모델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PB 상품 확대 역시 녹록지 않은 길이다. 백화점과 이커머스 사이에서 고전하는 형국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홈쇼핑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은 여전히 '중저가'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아울러 혁신에는 비용이 따른다. 당분간 투자에 따른 손실이 커질 수 있다. 실제로 CJ온스타일은 머스트잇에 200억원을 투자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였다. 다만 투자 활동 탓에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대체불가토큰 같은 분야는 제대로 된 수익성도 증명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본업 경쟁력 하락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TV는 홈쇼핑 업계의 버팀목이다. 신사업 연착륙을 위해 안정적인 캐시카우의 역할을 이어가야 한다. 업계가 '탈 TV'를 외치면서도 정작 TV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다.

업계의 4분기 전략 역시 'TV 홈쇼핑 효율화'에 방점이 찍혔다. 신사업에 투자 역량이 집중된 상태에서 최선의 선택이다. 최대한 '객단가'를 높이는 데 집중한다. 마진이 많이 남는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등의 편성을 늘린다. 아울러 겨울은 패딩 등 단가가 높은 패션 상품의 수요가 높아지는 계절이다. 업계는 이점 역시 십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아직 홈쇼핑만의 강점은 유효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홈쇼핑이 사양 산업으로 분류되는 것이 현실이지만 너무 빠른 변화는 기존 충성 고객들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며 "홈쇼핑은 아직 4050 중년 여성들의 구매 비율이 높은 안정적 채널"이라고 말했다. 이어 "송출수수료 등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된다면 단기 실적 개선도 기대해 볼 수 있다"면서도 "'탈 TV'가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착륙"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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