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CJ·GS·롯데 등 주요 홈쇼핑회사가 올 2분기에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업계에선 "최악"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업체별 표정은 미묘하게 엇갈립니다.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업체는 이익이 급감한 반면 생존전략을 짠 업체는 간신히 수익 방어에 성공하고 있습니다.
네 곳 중 가장 표정이 좋지 못한 곳은 현대홈쇼핑입니다. 지난 2분기 현대홈쇼핑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8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0.3% 급감했습니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9% 감소한 2648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3%에 머물렀죠. 회사 측은 "수익성이 좋은 렌탈, 설치가구 등의 편성이 축소된 탓"이라고 전했습니다.
현대홈쇼핑의 분기별 영업이익을 보면 △작년 1분기 353억원, 2분기 269억원, 3분기 292억원, 4분기 213억원 △2023년 1분기 179억원, 2분기 80억원 등 매 분기 이익이 쪼그라들고 있습니다.
방송법 위반으로 지난 2월부터 6개월간 새벽방송이 중단됐던 롯데홈쇼핑은 간신히 적자를 피했습니다. 지난 2분기 롯데쇼핑의 홈쇼핑 부문 영업이익은 2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2.8% 급감했죠. 이 기간 매출은 2310억원으로 15.2% 줄었습니다.
오전 6∼8시는 고연령층이 많이 시청하는 시간대로 이익이 많이 남는 건강식품 등이 편성되는데 롯데홈쇼핑은 석 달간 이 시간대 생방송이 중단되면서 이익이 급감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여기에 방송 중단 때도 방송송출수수료는 그대로 나가면서 원가 부담을 더 키웠습니다.
현대홈쇼핑과 롯데홈쇼핑의 실적을 비교해보면, 정상적인 영업을 하고도 영업이익이 70% 넘게 빠진 현대홈쇼핑의 실적이 더 뼈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GS샵(옛 GS홈쇼핑)도 처지는 비슷합니다. 지난 2분기 GS리테일의 홈쇼핑 부문 매출은 286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2.5% 줄었습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273억원으로 15% 감소했죠. 그나마 GS샵은 '내실'은 지켰습니다. 지난 2분기 GS샵 영업이익률은 9.5%로, CJ온스타일(5.4%)·현대홈쇼핑(3%)·롯데홈쇼핑(0.8%) 등 홈쇼핑 4사 중 가장 높았습니다.
CJ온스타일은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지난 2분기 CJ ENM의 커머스 부문 매출은 345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7% 감소했습니다. 이 기간 영업이익(187억원)으로 4.2% 줄었죠. 경쟁사의 영업이익이 두자릿대 감소한 가운데 CJ온스타일만 영업이익이 한자릿대로 준 것입니다.
수익성 방어 비결은 고수익 상품 확대와 플랫폼의 유기적 결합에 있다는 분석입니다. 패션, 여행, 렌탈 등 고수익성 상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동시에 성장 중인 모바일 라이브커머스와 TV 등 채널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TV 방송이 끝나도 스마트폰 등에서 쇼핑이 이어지도록 한 것입니다.
홈쇼핑의 실적이 악화되는 가운데 T커머스 업계에선 생방송 금지 등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T커머스는 TV홈쇼핑과 달리 녹화방송만 가능한 상황으로, 성장이 정체된 T커머스 업계는 생방송 규제 철폐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T커머스가 생방송이 가능해지면 TV홈쇼핑과 차이점이 거의 사라지고,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쇼핑이 주도권이 스마트폰으로 넘어간 가운데 TV 채널에선 T커머스와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홈쇼핑송출수수료 부담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어느 홈쇼핑 업체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