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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율 최저인데"…배민만 '보이콧' 당한 진짜 이유는

  • 2024.06.25(화) 07:00

일부 음식점주, '배민배달' 불매데이 진행
정률제인 무료배달에 수수료 부담 커져
배민, 수수료 업계 최저…요금제 선택 가능

일부 음식점 점주들이 지난 21일 하루동안 배달앱 배달의민족의 자체 배달 서비스인 '배민배달' 불매운동(보이콧)에 나섰다. 무료배달이 되는 배민배달로 주문이 쏠리면서 정률수수료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 점주들의 주장이다. 이를 대중에게 알리겠다는 것이 이번 보이콧의 취지였다.

이처럼 수수료 부담이 커진 주요 원인은 '무료배달 경쟁' 때문이다. 지난 3월 쿠팡이츠가 무료배달을 선언하자, 배민과 요기요 등도 어쩔 수 없이 무료배달 경쟁에 가세했다. 이에 음식점주들은 배달앱을 모두 차단할 수 없어 두 가지 방식의 배달서비스를 제공하는 배민만을 타깃으로 삼았다.

왜 배민만?

업계 등에 따르면 외식업 자영업자 300여 명으로 구성된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전국 사장님 모임(공사모)'은 지난 21일 배민의 무료 배달이 포함된 서비스인 '배민배달'을 보이콧했다. 공사모가 제시한 명칭은 '가게배달의 날'이다. 한 달에 하루를 배민에서 가게배달만 운영하는 날로 정해, 참여를 희망하는 음식점주들이 배민배달을 일시중단하는 방식이다.

가게배달의 날을 통해 배민에서 가게배달로도 주문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겠다는 것이 점주들이 밝힌 의도였다. 공사모는 자영업자 커뮤니티에 "배민배달을 보이콧한 이유는 소비자들에게 무작정 주문을 받지 않는 것이 아니라, 주문방식을 제한해 배달앱들의 높은 수수료율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이만큼 힘들어한다는 사실을 알리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 그래픽=비즈워치

하지만 업계에서는 쿠팡이츠와 달리 두 가지 요금제를 운영하고 있는 배민만 타깃이 된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보고 있다. 쿠팡이츠가 보이콧에서 제외된 것은 배민과 달리 하나의 요금제만 운영 중이기 때문이다. 점주들의 입장에서는 쿠팡이츠를 보이콧하게 되면 쿠팡이츠를 통해 유입되는 배달 수요를 잡을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결국 두 가지의 요금제를 운영하는 배민만 타깃이 됐다는 설명이다. 배민은 쿠팡이츠와 달리 정률제인 자체배달 상품 '배민1플러스'(배민배달)와 정액 요금제가 메인인 '가게배달'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반면 쿠팡이츠는 정률제인 자체배달 상품 100%로 운영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츠가 촉발한 무료배달 경쟁에 배민과 요기요는 사실 울며 겨자먹기로 참여하게 된 것"이라며 "점주들의 입장에서는 업계 1위인 배민을 타깃으로 하면 보이콧의 상징성도 확보할 수 있는데다, 자신들의 주장을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률제와 정액제

공사모가 불매한 '배민배달'은 배민의 두 가지 배달서비스 중 하나다. 우선 배민배달은 음식점주들이 '배민1플러스' 요금제에 가입해야 이용할 수 있다. 배민1플러스는 지난 1월 배민이 도입한 서비스로 정률수수료가 적용된다. 주문 건당 중개수수료 6.8%와 배달비 2500~3300원, 결제수수료가 부과된다. 배달팁은 음식점이 정할 수 없고 배민이 정한다.

여기에 배민배달은 배민이 배달기사를 수급해 배차하는 방식이다. 배달기사가 여러 건의 주문을 묶어서 배달하는 '알뜰배달'과 한번에 한 집만 배달하는 '한집배달'로 구성된다. 지난 4월 배민은 알뜰배달에 무료배달을 적용키로 했다. 이에 따라 최근엔 여러 음식점들이 한집배달에도 무료배달을 제공 중이다.

배달의민족 오토바이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배민의 또 다른 요금제인 '가게배달'은 일정 금액의 광고료를 지불하고 노출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가게배달의 대표 서비스는 '울트라콜'이다. 울트라콜은 음식점주가 깃발을 꽂으면 음식점 반경 1.5~3㎞에 있는 소비자에게 상호와 음식 종류, 최소 주문 가격, 배달 예상 시간 등이 노출되는 형태다.

깃발은 개당 월 8만원, 부가세를 합치면 8만8000원이다. 가게배달은 음식점이 배달기사를 자체적으로 수급해 배달한다. 음식점이 자체 배달기사를 고용하거나 계약한 배달대행사를 통해 음식을 배달하는 방식이다.

근본 원인은 '무료배달 경쟁'

음식점주들은 정률제에 따른 부담이 커져 "열심히 팔아도 남는 게 없다"고 호소한다. 이는 배달앱들의 '무료배달' 경쟁이 심화한 탓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3월 말 쿠팡이츠는 무료배달을 선언했다. 쿠팡이츠에 대응하기 위해 배민과 요기요 등도 참전을 선언했다. 소비자 손길은 자연스럽게 무료배달로 쏠렸다. 무료배달 정책은 배달앱이 배달비를 직접 설정할 수 있는 자체배달 상품에만 적용할 수 있다.

/ 그래픽=비즈워치

배민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배민1플러스의 중개 수수료는 6.8%로 업계 최저다. 쿠팡이츠 9.8%, 요기요 12.5%에 비해 낮다. 더불어 지난 4월 배민은 홈 화면에 서비스 탭을 신설해 배민배달과 가게배달 등 배민의 서비스를 동일 면적으로 나란히 노출하기로 했다.

배민이 두 가지 요금제를 공평하게 노출한 것은 정률제 서비스인 배민배달로 주문을 유도한다는 비판에 대한 나름의 개선책이었다. 하지만 배민의 이같은 의도는 오히려 점주들이 배민배달만을 보이콧할 수 있는 빌미가 돼버렸다. 이는 그만큼 소비자들의 무료배달 수요가 많다는 것을 방증한다.

최종 피해자는 소비자

배달앱들이 소비자 혜택으로 무료배달을 내세웠지만, 소비자에게도 피해가 전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무료배달은 결코 무료일 수 없다"며 "배달은 인건비, 운영비 등이 지속 발생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무료배달 카드를 처음 꺼낸 쿠팡이츠는 쿠팡 유료멤버십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무료배달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4월 쿠팡은 무료배달을 선언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와우 멤버십 가격을 기존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했다. 이 때문에 겉으로만 무료배달일 뿐 사실상 대가를 지불한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많다. 쿠팡이츠의 '계획된 전략'이었다는 지적이다.

/ 그래픽=비즈워치

업계에서는 무분별한 무료배달 경쟁이 배달 생태계를 구성하는 음식점주, 라이더, 소비자, 배달앱 모두에게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금대로라면 배달앱들은 기약 없는 출혈 경쟁을 펼치고, 음식점주는 수수료 부담을 견디지 못해 음식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 결국 소비자는 예전보다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 배달앱들의 무료배달 경쟁의 최종 피해자는 소비자가 되는 셈이다.

이주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배달앱 경쟁사업자들이 앞다퉈 무료배달 확대 프로모션을 내놓아 결국 수수료가 인상되거나 배달노동자 기본배달료를 깎고, 중소상인들은 이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조삼모사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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