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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코오롱FnC)가 지난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경기 침체와 이상기후의 직격탄을 맞으면서다. 코오롱FnC는 올해 장수 브랜드의 사업 구조를 전환해 효율성을 확보하는 한편 신규 브랜드와 해외 사업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이익 급감
코오롱FnC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2119억원으로 전년 대비 4.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63.7% 줄어든 164억원에 그쳤다. 코오롱FnC가 지난해 부진했던 것은 패션업계 전반의 침체 때문이었다.
지난해 패션업계는 내수 부진과 이상기후의 이중고를 겪었다. 고물가 탓에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의류 제품에 대한 소비가 크게 줄었고 이상고온으로 가을·겨울 시즌 판매가 부진해 주요 기업들의 매출이 일제히 감소했다.
패션기업들은 매출 보전을 위해 할인 행사, 아울렛 판매 등을 늘리면서 수익성까지 크게 악화했다. 실제로 삼성물산 패션부문,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주요 패션 대기업들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2.4%, 36.8%, 45.0%씩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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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코오롱FnC의 영업이익 감소폭이 경쟁사보다 훨씬 더 컸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코오롱FnC의 포트폴리오에 젊은 세대들에게 어필할 만한 브랜드가 적고, 이미지가 노후화한 탓에 수익성이 악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많은 패션 기업들이 MZ세대를 겨냥한 '신명품'으로 매출을 늘리고 있는 반면, 코오롱FnC는 수입 사업이 상대적으로 적고 장수 브랜드 비중이 높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코오롱FnC는 지난해 'N21(넘버투애니원)' 등 새로운 수입 브랜드를 들여오는 한편 해외 사업을 확대했고 이 탓에 비용이 크게 늘었다.
그나마 위안이 된 것은 코오롱스포츠의 중국 사업이었다. 코오롱스포츠 차이나의 매출액(리테일 기준)은 지난해 750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코오롱차이나 스포츠가 높은 성장세를 보이면서 이 브랜드를 운영하는 현지 법인 코오롱스포츠 차이나 홀딩스(Kolon Sport China Holdings Limited)의 실적도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코오롱스포츠 차이나 홀딩스의 매출액은 2021년 703억원, 2022년 1962억원, 2023년 2917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4000억원을 넘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멈추지 않는 신규 사업
이에 따라 코오롱FnC는 올해 '사업 효율화'에 방점을 두고 수익성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코오롱FnC는 지난해 말 국내 상표권을 보유 중인 일부 브랜드의 사업구조를 전환하면서 효율성 확보를 위한 기반을 다졌다.
우선 골프웨어 브랜드 '잭니클라우스'는 서브 라이선스 사업으로 비즈니스 구조를 바꾸기로 했다. 라이선스는 코오롱FnC가 보유하되, 사업 운영권을 제3자에게 허락해주는 방식이다. 또 스키·테니스웨어 브랜드 '헤드'는 전문 스포츠웨어 브랜드로 바꾸기로 했다. 골프웨어 브랜드 '엘로드'는 골프 클럽 전문 브랜드로 전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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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코오롱FnC는 지난달 7개 본부를 5개 본부 체제로 통합, 개편하는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복종(服種)간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코오롱스포츠는 별도 본부로 유지하면서 남성복·여성복·골프의 3개 본부로 통합했다. 여기에 코오롱몰 운영과 온라인 유통 중심 브랜드를 담당하는 'V(Value)' 브랜드도 신설했다.
이와 함께 코오롱FnC는 올해 해외 사업도 계속 확대할 예정이다. 우선 골프웨어 브랜드 '지포어'가 올해 본격적인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선다. 코오롱FnC는 지난해 지포어 본사로부터 일본·중국 마스터라이선스를 취득했다. 중국에서는 '지포어'를 골프를 포함한 럭셔리 브랜드로 확장하고 일본에서는 럭셔리 골프웨어 브랜드로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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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코오롱FnC는 지난해 라이선스를 획득한 '헬리녹스 어패럴' 사업을 올해 본격 론칭키로 했다. 헬리녹스는 2009년 동아알루미늄이 론칭한 캠핑용품 브랜드다. 코오롱FnC는 헬리녹스 브랜드를 이용한 의류를 개발, 생산해 올 가을·겨울 시즌 론칭할 예정이다.
코오롱FnC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진 브랜드에 대한 직접 투자도 확대할 생각이다. 코오롱FnC는 지난해 디자이너 임동준이 이끄는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Post Archive Faction, PAF, 파프)'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파프와 같이 새롭게 떠오르는 브랜드를 찾아 직접적으로 투자해 신진 브랜드와 '윈-윈' 하는 전략에 계속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지난해 패션 소비심리 악화와 예측이 어려운 이상기후로 부침이 있었으나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던 한 해를 보냈다"며 "올해는 운영 혁신을 통한 사업 효율화로 수익성 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